힘들게 대학교에 왔는데 누리집 보는 것도 힘들다니...
한글문화연대 기자단 10기 박수진(nur351@naver.com)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학교 누리집과 학교에서 제공하는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한다. 처음 학교 누리집에 접속했을 때를 떠올려 보면 꽤 헤맸던 것 같다. 누리집에 있는 말이 뭐가 뭔지 하나도 몰라 선배들이나 대학생 전용 앱 ‘에브리타임’에서 알려주는 정보를 열심히 찾아본 기억이 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누구나 어떤 누리집에 접속했을 때 ‘이게 뭐지?’ 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최근 대학교 누리집은 누군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알기 힘든 영어 단어, 약자가 많다. 그 예를 명지대학교 누리집을 통해 살펴보자.
명지대학교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대학교 누리집 화면이다. 딱 봤을 땐 크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오른쪽에 학생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모아놓은 ‘QUICK ZONE’을 보면 눌러보기 전까지는 알기 힘든 영어와 약자, 영문을 한글로 적은 표현이 많다. ‘U-check’, ‘myiweb MSI’, 그룹웨어, ‘office 365’, ‘idisk’, ‘e-class’ 중 어떤 뜻인지 정확히 아는 단어들은 몇 개나 되는가?
이 중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메뉴의 뜻을 살펴보면, ‘U-Check’은 휴대전화로 출석하는 서비스, ‘myiweb MSI’는 학생들에게 성적, 장학, 등록금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종합정보시스템이다. 또한, ‘E-Class’는 교수들이 올려놓은 수업 자료나 과제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대충 유추할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알기는 힘들다. 어떤 약자인지 알아보려 검색해 보고 학교 누리집을 찾아봐도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다.
명지대학교 학생들에게도 직접 질문해 보았다.
‘마이아이웹이나 이 클래스, 유 체크가 정확히 어떤 뜻인지 아시나요?’
-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A씨: 나의... 내... 웹? 인터넷 클래스...? 너체크...? 맞나요? 뜻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명칭으로 생각하고 습관처럼 들어가서 사용했던 것 같아요.
‘학교 누리집에 들어가서 원하는 작업을 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나요?’
- 명지대학교 아동학과 B씨: 본교 학생이면 마이크로소프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등록하려고 했는데 ‘Office 365’로 되어 있어서 한참 찾았던 기억이 있네요. 들어가서도 제대로 된 이용, 가입 방법을 몰라 꽤 헤매었던 것 같아요.
직관적으로 알 수 없는 어려운 말 때문에 그냥 습관적으로 서비스 이름을 외워 사용하거나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답변이었다. 이 학생들 외에도 학과 학생회나 학교의 안내 전까지 뭐가 뭔지 몰랐다고 답한 학생이 많았다. 인터넷은 사람들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정보를 얻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누구나 이용하는 대학교 누리집에서 영어나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면 정보 이용은 어려워진다. 물론 학교마다 각 학교의 개성을 반영한 이름으로 볼 수도 있다. 즉, 학교 고유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 말일 수도 있기에 무턱대고 통일하거나 바꾸길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각종 외래어와 줄임말이 서비스 이용을 어렵게 한다면 일정 수준의 개선이 필요하다. 신입생이 보아도, 다른 학교 학생이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말, 한국어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MSI’라는 알 수 없는 약자 대신, 학생 정보 종합 사이트, ‘U-check’ 대신 전자출결 인증, ‘e-class’대신 비대면 강의실로 바꾸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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