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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대화 중 신조어, 참기 힘든가요?" 신조어에 대한 다른 생각 - 강민주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3. 9. 19.

"대화 중 신조어, 참기 힘든가요?" 신조어에 대한 다른 생각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10기 강민주(중앙대)

minju97531@naver.com

 

'잠망함', '킹받네', '이왜진', '스불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각각 '잠 때문에 망함', '열받는다', '이게 왜 진짜',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뜻의 신조어이다. 누군가에겐 익숙하고 누군가에겐 외계어처럼 들리는 이 말들은 흔히 쓰는 '신조어'의 예시이다. 신조어란 새로 생긴 말, 또는 새로 귀화한 외래어를 뜻한다. 2021년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전국 만 20세~69세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0년 국민 언어 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43.1퍼센트는 신조어의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신조어는 하나의 세대문화, 문화 존중의 자세가 필요

신조어가 활발히 사용될수록 세대 간의 갈등이 깊어진다는 비판이 만연한 지금, 그 중심에 있는 한 21세 대학생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그녀는 신조어 사용이 또래와의 관계 형성이나 유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질문에 “요즘 신조어나 밈은 또래와의 관계에 있어 필수적”이라며, “그렇다고 강박감을 가지며 공부하고 사용한다기보다는 자연스레 알게 되고 이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대화를 더 풍부하고 유쾌하게 만들어줘서 긍정적인 관계 형성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덧붙여 “신조어를 잘 몰라도 설명해주면 비슷한 나이대 특성상 이해가 빨라서 금세 응용하는 점도 재미있고, 우리들끼리의 특별한 공감대나 문화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매체는 디지털 세상에서 텍스트로 하는 소통에 익숙한 세대가 줄여 말하고 새로 만들어 말하는 것은 하나의 문화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별 걸 다 줄인다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나무라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신조어가 신세대의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 세대 간의 심리적 간극을 줄이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떠오르는 신조어 마케팅

“은행업무, 손쉽게 하나원큐로 하세요.”라는 문구와 “은행업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하나원큐로 하세요.”라는 문구 중 어떤 문구가 더 인상 깊은가? 팔도사의 ‘괄도네넴띤’(팔도비빔면), 에스에스지닷컴의 ‘쓱’, 위메프의 ‘읶메뜨’. 하나같이 처음에는 낯설다가도 한번 읽어보면 재미있어 기억에 남는 이름들이다. 모두 처음에 이해하긴 어려워도 신조어의 뜻만 알고 있다면 웃으며 기억할 수 있는 홍보 문구와 이름이다. 최근 산업계는 전체 인구의 30퍼센트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향후 20년간 소비의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현재,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활용해 소통하고자 하는 신조어 마케팅 전략이 유행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앞서 언급한 팔도사의 ‘괄도네넴띤’ 마케팅 전략이 있다. 한글 자음과 모음을 모양이 비슷한 다른 음절로 바꿔 쓴 것이다. ‘괄도네넴띤’은 출시하자마자 매진을 기록했으며 2차 판매도 조기 완판되었다. 한정판 500만 개가 완판되면서 정식 출시로 이어진 ‘괄도네넴띤’은 신박한 마케팅 전략으로 인터넷에서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출처: 11번가 홈페이지 갈무리

이렇듯 신조어는 집단 내 유대감 및 문화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되며 경제적으로도 이득을 가져다준다. 물론 누군가는 신조어의 과도한 사용을 보고 미간을 찌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세대에서든 신조어는 존재해왔다. ‘심쿵’, ‘돌직구’, ‘대박’ 등이 그 예이다. 어떤 신조어는 사라지고 어떤 신조어는 세대와 시대를 넘어 널리 활용된다. 모두가 알지만 마땅히 표현할 단어가 없을 때 나타나 표현해주는 것도 신조어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언어는 항상 변화하고 진화한다. 조선에는 없던 말이 현대에는 생기고, 대한제국에서는 있던 말이 현대에는 사라진다. 신조어의 뜻이 이해가 안 간다고 배척하기보다는 사라지고 생기는, 분리되고 합쳐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면 언어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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