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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542

한글 아리아리 787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87 2020년 9월 3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우리말 이야기] 동살 - 성기지 운영위원지금은 자주 들어볼 수 없는 말이 되었지만, ‘동살’이라는 순 우리말이 있다. ‘동살’이라고 쓰고, 말할 때에는 [동쌀]이라고 소리낸다. ‘동살’[동쌀]은 “새벽에 동이 틀 때 비치는 햇살”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토박이말이다. “동살이 들기 바쁘게 거실 창 안으로 해가 비쳐 들었다.”처럼 쓸 수 있다. 이 말은 또, ‘동살 잡히다’는 관용구로 널리 쓰여 왔는데, 우리 선조들은 동이 터서 훤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는 모습을 “동쪽 하늘에 부옇게 동살이 잡혀 오고 있다.”라고 표현해 왔다. 막 먼동이 트려고 하는, 날이 밝을 무렵을 가리키는 말이 ‘새벽’이다.. 2020. 9. 4.
한글 아리아리 786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86 2020년 8월 27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우리말 이야기] 까치놀 - 성기지 운영위원해질 무렵 바닷가에 앉아서 저녁놀을 감상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멀리 수평선 위에서 하얗게 번득거리는 물결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노을에 물든 이 물결을 토박이말로 까치놀이라고 한다. 먼 바다의 까치놀을 등지고 떠 있는 고기잡이배는 평화롭다. 하늘도 바다도 그리고 사람도 평화롭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평화롭지 않다. 도시의 일상에서 누려 왔던 평화는 석양을 받은 까치놀인 듯 멀리서 번득일 뿐 아무리 애써도 손에 닿지 않는다. 눈만 빼꼼히 내놓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생활한 지 8개월여. 승강기 안에서 마주치는 이웃에게도 말 한 마디 건네.. 2020. 8. 28.
한글 아리아리 785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85 2020년 8월 20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 [우리말 이야기] 황그리다 - 성기지 운영위원 진정되어 가는 줄만 알았던 코로나19 감염증이 무서운 기세로 다시 퍼져 나가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교회 예배와 거리 집회, 갖가지 모임 등을 통한 집단 감염이 주 요인이라고 한다. 코로나19 2차 확산에 대한 공포가 온 나라로 번져 나감에 따라 그 빌미가 되었던 몇몇 사람들은 크게 지탄 받고 있다. 우리말에 “욕될 만큼 매우 낭패를 당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낱말이 바로 ‘황그리다’라는 말이다.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황그렸으니 국민들이 분노할 만하다.”라고 사용할 수 있다. 무대에서 공연하던 배우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울면서 황그리는 걸.. 2020. 8. 21.
한글 아리아리 784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84 2020년 8월 13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 [우리말 이야기] 어간재비 - 성기지 운영위원 실현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 가운데 층수 제한 완화가 끼여 있다. 35층까지로 규제해 오던 서울시 아파트 층수를 50층까지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한강을 따라 늘어설 50층짜리 주택들을 상상해 보았다. 그 큰 덩치에 또다시 가로막힐 팍팍한 서민들의 삶이 그려졌다. 서울을 높은 곳과 낮은 곳으로 나누게 될 고층 아파트들! 그 어간재비는 또 얼마만 한 그늘을 만들어낼 것인가! 어떤 공간을 나누기 위해 칸막이로 놓아둔 물건을 ‘어간재비’라고 한다. 집안 거실을 높은 책장으로 구분해 놓으면 그 책장이 어간재비이고, .. 2020. 8. 14.
한글 아리아리 783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83 2020년 8월 6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우리말 이야기] 외상말코지 - 성기지 운영위원어릴 때 어머니 심부름 가운데 가장 하기 싫었던 것이 외상으로 물건 사오기였다. 그렇잖아도 숫기가 없었던 터라 돈도 없이 물건을 사온다는 건 엄청난 부끄러움을 감내하고 대단한 용기를 내야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신용카드 한 장으로 얼마가 됐든(그래도 5만 원 넘는 외상엔 간이 졸아들지만) 어디서든 외상을 떳떳이 한다. 달라진 시대는 두께가 1밀리미터 남짓한 플라스틱 안에 모든 부끄러움을 감출 수 있도록 만들었다. 순 우리말에 ‘외상없다’라는 말이 있다. “조금도 틀림이 없거나 어김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토박이말이다. 가령, “그 사람.. 2020. 8. 7.
한글 아리아리 782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82 2020년 7월 30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 [우리말 이야기] 투미하다 - 성기지 운영위원 돌연히 세상을 등져 버린 서울시장의 자취 뒤에 미투(Me Too) 논란이 다시금 불붙고 있다. 비록 들온말이지만 처음부터 ‘미투하다’는 말이 낯설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이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언뜻 ‘투미하다’는 우리말이 떠올랐다. 어리석은데다가 둔하기까지 한 사람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다. 경상도 지방에서 ‘티미하다’고 하는 말의 표준말이 ‘투미하다’이다. 억눌리고 감추어 왔던 성 관련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알려 여론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게 미투 운동인데, 아직은 투미한 사람들이 그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 사람은 투미.. 2020. 7. 31.
한글 아리아리 781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81 2020년 7월 23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우리말 이야기] 모도리와 텡쇠 - 성기지 운영위원사람의 생김새나 어떤 일 처리가 빈틈이 없이 단단하고 굳셀 때, ‘야무지다’, ‘야무진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빈틈없이 매우 야무진 사람을 나타내는 우리 토박이말이 ‘모도리’이다. 흔히 겉과 속이 단단하고 야무진 사람을 ‘차돌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때의 차돌은 모도리와 같은 뜻으로 쓰인 말이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차돌은 생김새가 단단한 사람을, 모도리는 일처리를 야무지게 하는 사람을 주로 일컫는 말로 많이 쓰인다는 것이다. 차돌이나 모도리와는 반대로, 겉으로는 무척 튼튼해 보이는데 속은 허약한 사람을 낮잡아서 우리 선조들은 .. 2020. 7. 24.
한글 아리아리 780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80 2020년 7월 16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우리말 이야기] 무거리 - 성기지 운영위원주변을 돌아보면,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의 위생 관념이 많이 나아진 것을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 사용은 이제 필수적인 일상이 되었고, 가벼운 재채기나 기침을 하는 모습도 웬만해선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며칠 전에 어느 책에서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이 생긴 것은 코로나19의 무거리 중 하나이다.”는 글을 읽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토박이말 ‘무거리’가 참 반가웠다. 우리 토박이말 무거리는 본디 ‘곡식을 빻아서 체로 가루를 걸러 내고 남은 찌꺼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도 농촌에서는 무거리 고춧가루라든가, 무거리 떡이란 말을 쓰.. 2020. 7. 23.
한글 아리아리 779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79 2020년 7월 9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우리말 이야기] 가납사니, 가리사니 - 성기지 운영위원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의 아주 어색하거나 거북한 느낌을 ‘간지럽다’고 표현할 수 있다. 억센 경상도 억양을 지닌 사람이 상냥한 서울 말씨를 어색하게 흉내 내서 말할 때, “귀가 간지러워 못 듣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가끔 보면, 생뚱맞은 아재 개그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든다든지 하는, 주변 사람의 몸이나 마음을 잘 간지럽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낯간지러운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을 가리켜 ‘간지라기’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게 하는 사람을 간지라기라고 하는 것처럼, 언행에 따라 사람을 나타내는 말 가운데 ‘가납.. 2020.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