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수능 필적 확인 문구의 역사와 의미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1기 유윤주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지난 14일에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적 확인 문구이다. 해당 문구는 곽의영 시인의 시 ‘하나뿐인 예쁜 딸아’에 나오는 한 구절로 수험생들은 이 문구를 매 교시 답안지에 써넣어야 한다.
필적 확인 문구는 수험생들이 답안지의 필적 확인란에 컴퓨터 사인펜으로 직접 써야 하는 글귀이다. 필적 확인 제도는 2004년에 치러진 2005학년도 수능에서 대리 시험 등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듬해부터 도입됐다. 필적 확인 문구는 수능 출제 위원들이 국내 작가의 문학작품 가운데 적절한 문구를 골라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수험생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문구가 쓰였다.
문구는 수험생들의 필적을 가려내기 위한 목적인 만큼 응시생 본인의 필적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적 요소가 포함돼야 한다, 기술적 요소로는 먼저 문장 길이가 12~19자 사이여야 한다. 또한 사람마다 필적이 상이한 ‘ㄼ’, ‘ㅀ’ 등 겹받침이 한 개 이상, ‘ㄹ’, ‘ㅁ’, ‘ㅂ’ 세 자음 중 두 개 이상이 반드시 문장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수험생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도 고려 대상이다. 수험생들이 답안지에 매 교시 기재하는 문구인 만큼 수험생을 응원하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수능 필적 확인 문구 역시 수험생들에게 감동을 주는 문장이 선정되었다.
가장 많이 인용된 시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로 지금까지 총 세 차례 선정되었다. 역대 필적 확인 문구는 아래와 같다.
학년도 | 문구 | 작품 |
2006 |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 | 정지용 <향수> |
2007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
2008 |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 | 윤동주 <소년> |
2009 |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 윤동주 <별 헤는 밤> |
2010 |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
2011 |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 | 정채봉 <첫 마음> |
2012 |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 황동규 <즐거운 편지> |
2013 |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 정한모 <가을에> |
2014 |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 박정만 <작은 연가> |
2015 |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 | 문태준 <돌의 배> |
2016 |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 | 주요한 <청년이여 노래하라> |
2017 |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 | 정지용 <향수> |
2018 |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 김영랑 <바다로 가자> |
2019 |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 김남조 <편지> |
2020 |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 박두진 <별밭에 누워> |
2021 |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 나태주 <들길을 걸으며> |
2022 |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 이해인 <작은 노래2> |
2023 |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 한용운 <나의 꿈> |
2024 |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 양광모 <가장 넓은 길> |
2025 |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 곽의영 <하나뿐인 예쁜 딸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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