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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한국 야구단은 왜 영어 이름을 쓸까? - 안지연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3. 9. 19.

한국 야구단은 왜 영어 이름을 쓸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안지연 기자

hoho2478@naver.com

출처: KBS 뉴스

 

2023 한국 프로야구 리그(KBO 리그)가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 중이다. 한국의 프로야구 구단은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 KT 위즈, LG 트윈스, NC 다이노스, SSG 랜더스 등 열 개 구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단을 모아보니 구단 이름에서 공통점이 보인다. 열 개 구단 모두 구단을 지원하는 모기업의 이름과 영어 단어를 합친 구단명을 사용한다.

 

이러한 작명 방식은 어떻게 굳어졌을까? 이를 알아보려면 각 구단의 창단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두산 베어스는 구단의 전신인 ‘OB 베어스’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당시 OB 베어스의 모기업이었던 OB의 주력 상품이 OB 맥주였고, 맥주를 뜻하는 단어인 ‘비어(Beer)’가 곰을 뜻하는 단어 ‘베어(Bear)‘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구단명이 OB 베어스가 되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외국의 구단명을 그대로 따왔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구단명을 그대로 가져와 ‘롯데 자이언츠(Giants, 거인들)’라는 이름을 붙였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늠름한 사자의 기상으로 앞서 나가는 구단이 되기 위해서 사자를 구단의 상징으로 삼았으며, 이름 또한 ‘라이온즈(Lions, 사자들)’로 지었다.

 

키움 히어로즈의 경우 경기를 이끌어가는 선수뿐만 아니라 경기 중 선수를 응원하는 관중 등 구단과 함께하는 모두가 영웅이라는 의미를 담아 구단명을 ‘히어로즈(Heros, 영웅들)’로 정했다.

 

한화 이글스는 독수리를 상징 동물로 정했다.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독수리에서 순간의 승리에 집착하지 않고 선견지명을 갖춘 구단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고, 이를 구단명에도 적용하여 ‘이글스(Eagles, 독수리들)’라는 구단이 탄생했다.

 

‘KIA 타이거즈’의 경우 구단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를 이어받았다. 해태가 구단을 창립할 당시 상징 동물로 호랑이를 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해태는 식품업계에서 가장 오랜 연륜을 가졌으며 순수한 민족자본으로 성장해온 기업이다. 이러한 해태의 전통성과 민족성을 잘 나타내는 동물인 호랑이를 구단 상징으로 정했다는 것이 해태의 설명이다.

 

‘KT 위즈’의 ‘위즈(Wiz)’는 ‘위저드(Wizard, 마법사)‘의 축약형이다. 비범한 재능과 실력을 갖춘 마법사처럼 실력 있는 선수를 양성하고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구단의 포부를 담고 있다.

 

’LG 트윈스‘는 당시 모기업이었던 럭키금성의 약자인 ‘엘지(LG)’와 럭키금성의 사옥인 쌍둥이 건물에서 ‘트윈스(Twins, 쌍둥이)’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NC 다이노스’는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명문 구단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공룡으로 나타냈으며, 이름 또한 공룡을 뜻하는 단어 ‘다이너소어(Dinosaur)’의 준말인 다이노스(Dinos, 공룡들)로 지었다.

 

‘SSG 랜더스’는 신세계가 에스케이(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면서 새로 지어진 이름이다. 먼저 모기업인 신세계의 약자 ‘SSG’가 앞에 붙었다. 그리고 구단의 연고지인 인천의 새로운 상징이 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상륙자들’이라는 뜻을 가진 ‘랜더스(Landers)’를 합쳐 ‘SSG 랜더스’가 탄생했다.

 

이렇듯 구단의 역사와 구단명의 의미는 제각기 다양하지만 열 개 구단 모두 모기업과 상징의 조합으로 이름을 지었다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구단명에 모기업을 넣는 것은 후원사 입장에서 필수라고 해도, 그 뒤에 붙는 이름에 모든 구단이 영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은 의문을 가질 만하다. 구단명의 유래가 명확한 데 반해 각 구단이 이름을 영어로 지은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미국의 메이저리그를 따라서 미국의 구단과 비슷한 이름을 지었을 수도 있고, 구단명을 영어로 지으면 우리말로 지었을 때보다 구단의 이미지가 더 멋있게 느껴지리라는 생각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한국 프로야구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야구계에서도 종종 보도된다. 한국의 야구단이 영어 이름을 쓰면 해외에 알려지기도 더 쉽고 기억에도 더 오래 남으리라는 장점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 연고지를 둔 열 개 야구단이 각자의 포부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모두 영어 이름을 사용한 것은 아쉽다. 우리말로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의미를 굳이 영어로 바꾸면서까지 이름을 붙였어야 했나 의문이 든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다시 야구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프로야구를 향한 관심도 커졌다. 특히 가족 단위 관중이 늘어나면서 어린이도 야구를 접하는 경우가 늘었다. ‘랜더스’, ‘위즈’ 같은 이름보다는 ‘상륙자들’, ‘마법사들’이라는 우리말 이름을 쓰는 것이 아이들에게 의미를 더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 관중에게도 마찬가지다. 관중을 위해서라도 관습적으로 영어로 된 구단명을 쓰기보다는 연고지의 특색이나 한국 야구단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이름을 논의해보고 우리말 이름으로 바뀔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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