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만든 이름, ‘고유어 이름’ 톺아보기!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윤혜린 기자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처음 만난 상대에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단연 이 문장일 것이다. 우리는 상대의 존재를 이름으로 인식하고 기억하며, 이름을 부름으로써 친밀감을 형성한다. 이렇듯 중요한 이름은 지어지는 방식이 여러 가지다. 아마 자신의 이름을 ‘한글 이름’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 있을 것이다. 한글 이름이란 무엇이며 이는 다른 이름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국인의 이름에 관하여, 특히 우리가 ‘한글 이름’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고유어 이름’에 대해 톺아보자.
‘고유어 이름’이 올바른 말이라고?
한국인의 이름은 성과 이름의 3음절로 이루어진 것이 보편적이며 2음절인 외자 이름이 다음으로 많다. 요즘은 3음절 이상의 긴 외국어 이름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대개 이름의 각 음절에 해당하는 한자가 존재하는데, 따로 한자로 표기하지 않고 성을 제외한 이름 부분이 순우리말로 된 ‘고유어 이름’도 있다. 현재는 이름 부분에 한국 한자(한국어의 한자 표기를 위해 생겨난 한국 고유 한자)를 쓰는 경우 또한 ‘고유어 이름’의 넓은 범주에 든다. 흔히 이 ‘고유어 이름’을 ‘한글 이름’으로 잘못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문자와 언어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생겨난 오류다. 한글은 언어를 적는 문자, 즉 글자이므로 순우리말로 된 이름은 ‘고유어 이름’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한편, 호적에 이름의 한자 표기를 등록했는지에 따라 ‘한자 이름’과 ‘한글 이름’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한글로 표기한 이름과 순우리말로 된 이름 모두 ‘한글 이름’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고유어 이름’의 역사
앞서 고유어 이름은 성을 제외한 이름 부분이 순우리말로 된 이름이라고 했다. 우리만의 문자가 없던 그 옛날에도 한국어는 사용되었기에 고유어 이름을 짓고 불렀다. 이후에 중국의 문화와 문물이 들어오면서 한자어 이름을 짓고 한자로 표기하는 문화가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이는 세종의 한글 창제 이후에도 계속되었으며 일제강점기 때는 한자어 이름이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해방 이후에서야 고유어 이름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에 크게 이바지한 것이 바로 1966년부터 매해 5월경 열렸던 서울대학교 국어운동 학생회 주최의 ‘고운 이름 자랑하기 대회’다. 1976년 한글날에는 ‘백만 사람 한글 이름 갖기’ 운동이 벌어졌으며 이러한 대회와 운동 덕분에 고유어 이름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확대되었다. 이후 ‘슬기’, ‘아람’과 같은 고유어 이름이 많이 지어졌고 특히 80, 90년대에 순우리말로 이름을 짓는 것이 유행했다.
2023년, 현대 사회의 고유어 이름 선호도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름에도 시대별 유행이 존재한다. 고유어로 이름 짓는 것이 유행이었던 80, 90년대와 비교했을 때 2023년 현재 선호되는 이름의 양상은 어떨까? 아래 표는 ‘전자 가족관계 등록시스템’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한 2023년 1~4월까지의 출생신고 이름 현황이다. 전국 지자체를 기준으로 상위 10위까지 정리했다.
순위
|
남아
|
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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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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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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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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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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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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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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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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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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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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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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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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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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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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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우
|
하윤
|
6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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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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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
|
7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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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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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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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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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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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
|
9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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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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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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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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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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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
|
(출처: 전자 가족관계 등록시스템)
남아의 경우 ‘~준’으로 끝나는 이름이 가장 많았고, 여아의 경우 ‘~아’ 또는 ‘~윤’으로 끝나는 이름이 가장 선호도가 높았다. 표를 살펴봤을 때 올해는 고유어 이름이 상위권에 오르지는 못했다. 좋은 뜻을 가진 한자를 조합해 한자어 이름을 지어주는 관습이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르기 쉽고 예뻐서 아이에게 고유어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표에는 없지만 남아 순위 15위 ‘로운’과 여아 순위 20위 ‘윤슬’이 고유어 이름이었다.
긴 역사를 거쳐오며 현대에는 한자어 이름과 고유어 이름이 다양하게 분포한다. 이 상황에서 표기에 쓰이는 문자인 한글과 한국어라는 언어 사이의 혼동으로 통상적으로 순우리말로 된 이름을 한글 이름이라고 잘못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이름에 관한 헷갈리는 표현을 올바르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소중하고 존귀한 나를 나타내는 이름인 만큼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린 이름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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