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공공언어, 바람직한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김민
‘공공언어’란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를 일컫는 말이다. 고로 국민 누구나 쉽고 명확하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생활보호, 사회보장, 보건위생 등 국민의 안전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사무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에서는 공공언어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바이오 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를 통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의 성장 기반 구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강은 세계일보 선임기자는 “제목을 시작으로 ‘바이오 헬스’란 단어가 20차례 가까이, ‘글로벌’은 10여 차례 들어가 있다. ‘바이오 시밀러’, ‘바이오 클러스터’, ‘원스톱’, ‘퀀텀 점프’, ’오픈 이노베이션’, ‘인플루언서’, ‘홍보 팝업부스’ 등 우리말로 무슨 뜻인지 설명도 안 달고 쓴 외국어와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는 올해 들어서 총 8건의 보도자료에 ‘바이오 헬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열람하는 이들이 해당 용어를 파악하고 있는 업계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공공언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바이오 헬스(bio health)’를 ‘생명 건강(산업)’, ‘글로벌(global)’을 ‘세계’로 대체해야 한다. 특히 ‘바이오 헬스’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하여 여러 공공기관, 민간기관에서도 자주 쓰이는 단어이기 때문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작년 2월, 한글문화연대에서는 공공언어를 바로잡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넣기도 했다. “‘클리닉’이라는 외국어 대신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바른 언어를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방역 당국에서는 작년 2월 3일부터 전국 391개 호흡기 전담 클리닉에서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본격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한글문화연대는 ‘클리닉’은 강습이나 관리 등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외국어라 의미가 불확실하여 국민에게 혼동을 줄 수 있기에, ‘(전문) 진료소’, ‘(전문) 병원’ 등의 우리말로 바꿔 쓸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심해질수록 방역 당국에서 발표하는 말들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퍼지게 된다”고 덧붙이며 보건복지부가 특히 우리말을 사용해야 할 이유를 언급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건강, 안전과 관련된 사무를 관장하는 만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도 그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기에, 보건복지 분야 전문용어 표준화 고시를 통해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또한 다양한 복지제도와 맞춤형 복지 혜택을 간편히 검색할 수 있는 누리집 이름을 복지와 관련된 통로가 되겠다는 뜻의 우리말 ‘복지로’로 결정했다. 영어가 아닌 우리말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한글문화연대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누리집 ‘쉬운 우리말을 쓰자’의 ‘칭찬합니다’ 게시판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칭찬합니다’ 게시판보다 ‘바꿔주세요’ 게시판에 훨씬 많이 언급되는 보건복지부이기에, 공공언어를 바로잡는 일에 아직은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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