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고 사용하는 유행어, 이대로 괜찮은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박현아 기자
pha1004sm@naver.com
기성세대와 대비되는 신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를 중요시한다.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것 또한 이들의 특징이다. 이에 따라 각종 뉴미디어에서 새로운 유행어를 쏟아낸다. 유행어의 종류는 새로운 단어를 만든 것, 문장을 줄여 한 단어로 축약한 형태, 영어 약자로 변화시킨 형태 등 다양하다. 새로운 단어를 만든 예는 ‘엄청 화가 났다’라는 뜻의 ‘킹 받는다’와 ‘기량이 매우 좋다’는 뜻의 ‘폼 미쳤다’가 있다. 또, 문장을 줄여 한 단어로 축약한 형태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는 뜻의 ‘자낳괴’가 있고, 영어 약자로 변화시킨 형태는 ‘선배님’이라는 뜻의 ‘SBN’이 있다.
유행어를 사용함으로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유행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사용하면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다. 특정 유행어가 부정적인 뜻이나 유래를 가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꼰대’가 있다. ‘꼰대’는 ‘늙은이’라는 뜻을 가진 은어다. 꼰대의 어원으로 2가지가 알려져 있다. 첫 째는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번데기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라는 뜻에서 꼰데기라고 부르다가 꼰데기, 꼰데, 꼰대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프랑스어로 백작을 지칭하는 말 '콩테'를 일제 강점기 친일파들이 잘난 척하며 자신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해 일본어 발음 '콘테'라고 부르는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이다. 어원 뜻 모두 부정적이다. 반의어인 ‘잼민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잼민이’는 2019년 하반기쯤 트위치에서 만들어졌다. 크리에이터 후원플랫폼인 투네이션의 남자아이 목소리를 이용한 문자 음성 변환 재민에서 유래했다. 원래 출발은 비하적인 표현이 아니었지만 ‘민폐를 끼치는 무개념 저연령층’으로 변질됐다. 꼰대나 잼민이처럼 특정 세대를 비하하는 유행어가 생기면서 세대 간 갈등이 악화된다는 의견도 있다.
단어가 가지고 있던 기존 뜻과 다른 형태로 쓰이는 유행어로 ‘PTSD 온다’가 있다. 피티에스디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약자다. 심각한 충격을 주는 외상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사건을 보고 들은 후에 나타나는 심리적인 장애를 말한다. 피티에스디의 증상으로는 해리 현상, 발작, 불면증 등이 있다. 하지만 신세대는 다소 곤란했던 일을 재경험할 때 ‘PTSD 온다’라는 말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피티에스디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유행어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유행어의 무분별한 사용은 실제 피티에스디환자의 고통을 희화화한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같은 일이 발생하며 피티에스디 환자가 많아진 요즘,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유행어의 예가 한 가지 더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뜻의 ‘이생망’이다. ‘이생망’은 2017년 ‘이번 생은 처음이라’ 속 주인공 남녀의 대사로부터 유래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로 ‘흙수저’, ‘헬조선’, ‘엔(N)포 세대’ 등이 있다. 신세대 유행어의 특징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포기하거나 남을 탓하는 유행어’가 많다. 신세대의 의기를 저하시키고,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형성할 위험이 있는 말들이다. 취업난과 경제 불황을 겪고 있는 세대의 특성을 나타낸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런 유행어가 다시 신세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유행어는 시대의 특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가벼운 유머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집단 내에서 사용하면 친밀감을 표현하거나 자신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유행어의 뜻이나 유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용한다면 제대로 된 소통이 되지 않을뿐더러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유행어는 ‘양날의 검’이다.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인 만큼 뜻과 유래를 잘 알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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