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동아리 이름은 왜 영어로 지을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송한석 기자
ckck50@naver.com
홍익대학교 중앙동아리는 총 66개이다. 이들 동아리는 공연, 레저, 전시, 사회, 스포츠, 종교, 학술의 7개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동아리들은 총동아리연합회에 소속되어 있고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은 모두 총동아리연합회의 회원이다. 총동아리연합회에 속해있는 동아리들은 역사가 깊다. 특히 축구 동아리인 일레븐킥스 같은 경우는 올해로 50기를 받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동아리 이름을 조사하다가 대부분이 영어식으로 지어진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변 학생들에게 질문해 보니 이름에 대해 깊은 생각을 안 해 봤다는 답이 많았다.
중앙동아리 66개 중 한국어로 읽는 건 20개뿐
일레븐킥스, 하이러닝 등 한글로 적는 이름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표기만 한글일 뿐 정작 그 의미는 영어와 외국어의 조합일 때가 많았다. 동아리 이름은 특성상 글자보다는 소리로 접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영어로 인식된다. 심지어 아예 로마자 알파벳을 써서 지은 이름도 존재한다. ‘AD2REAM’(애뜨림), ‘NEPER’(네페르), ‘JUMP’(점프) 등등이다. 이 이름만 보고서는 어떤 동아리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각각 광고, 클래식 기타, 농구 동아리이다. ‘AD2REAM’(애뜨림) 동아리원에게 왜 이러한 이름을 갖게 됐는지 아냐고 물어보니 “동아리가 오래 돼서 잘 모른다”며 “그러나 한글 이름보다는 지금 이름이 더 멋있고 그래서 외국어 이름을 지은 것 같다”는 의견을 얘기했다.
한글로 쓰고 한국어로 쓰고 읽을 수 있는 순수 우리말 이름도 있다. 뚜라미, 소리얼, 글샘문학회 등이 그 예이다. 이 동아리들은 이름으로 짐작해 보건대 음악이나 글 관련된 동아리로 보인다. 실제로 앞 두 개는 음악, 마지막은 문학과 관련된 동아리다. 이처럼 순수 우리말 이름은 알아보기 쉽고 소리나 이름자체로도 이쁜 경우가 많다.
소모임도 별반 다르지 않아
중앙동아리만 이런 것은 아니다. 홍익대학교 내 과마다 소모임들이 있는데, 소모임의 이름들도 대부분 영어를 쓴다. 그중에서도 ‘CAS’, ‘HIVE’, ‘IEEE’ 등 로마자 알파벳을 쓰는 이름들이 많다. 홍익벤처클럽이라는 뜻의 ‘HIVE’는 창업동아리이다. 현재 회장을 맡은 학생에게 물어보니 “눈에 띄고 멋이 더 있는 것 같아 지금 이름이 좋다”고 하면서도 “그런데 학생들이 우리가 무엇을 하는 동아리인지 잘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마찬가지로 ‘CAS’는 ‘Contemporary art studies’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현대미술학회를 뜻하지만 이름만으로는 무엇을 하는 동아리인지 잘 알 수 없다. 줄이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 한글로 쓰면 겹치는 학회가 많아 그렇게 쓴다는 동아리원의 의견도 있었다. 예외적으로 ‘IEEE’는 전기전자공학부 학술소모임으로 전 세계적인 학술협회에 속해 있어 이름을 바꿀 수 없다.
분위기가 아예 반대인 과도 있다. 국어교육과는 과 특성상 모두 한글로 적는 한국어 이름이 많다. 날개(교육봉사동아리), 둥글레차(축구소모임), 들녘(풍물소모임) 등이 그 예이다. 이렇게 이쁘고 아름다운 이름으로 동아리 이름을 지을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 주는 것 같다.
홍익대학교 중앙동아리를 담당하고 있는 학생처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름에 대한 규정은 없고 총동아리연합회에 동아리를 신청하고 협의를 거쳐 개설이 된다”며 “이름을 왜 다 영어와 외국어의 조합으로 짓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공통으로 나온 학생들의 의견을 보니 영어로 말하는 것이 멋있고 줄이는 것이 편해서라는 이유가 많았다. 하지만 순수 우리말 동아리들을 보면 한국어로도 아주 이쁘고 멋진 이름을 지을 수 있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자는 뜻의 교육봉사 동아리 날개는 앞으로 개설될 동아리들이 본받을 만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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