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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이해하기 어려운 정부·공공기관 누리집 속 외국어 표현 - 이명은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3. 7. 14.

이해하기 어려운 정부·공공기관 누리집 속 외국어 표현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이명은 기자

01auddms@naver.com

출처: 행정안전부 누리집

행정안전부는 2023년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로 10곳의 지역을 선정하여, 살고 싶고 찾고 싶은 우리 동네 브랜딩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로컬브랜딩 활성화 지원사업’은 지역 고유 자원과 특색을 활용해, 생활권의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지역주민은 살고 싶고 관광객은 찾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사업을 말한다. ‘로컬브랜딩’은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어떤 회사나 제품 등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뜻하는 ‘브랜딩(branding)’을 결합하여 만든 단어인데, 이는 외국어 단어이기 때문에 한눈에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누리집은 물론 언론에서도 해당 정책 사업과 관련된 글에서 항상 ‘로컬브랜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로컬 브랜딩’ 외에도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외국어를 남용하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출처:보건복지부 누리집

보건복지부 누리집에 접속하면 첫 화면 알림창에 위와 같은 이미지가 뜬다. 해당 이미지를 누르면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을 알리는 기사로 연결된다. ‘블록버스터’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하여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만든 영화를 뜻하는 말로, 규모가 큰 무언가를 수식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즉, ‘블록버스터급 신약’이란 초대형 신약,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신약을 뜻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외국어 표현이 정책 소식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데 방해가 되었다.

진주시 누리집에 들어가면 첫 화면에서 ‘진주 톡포유’, ‘today 참진주’라고 쓰인 단추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진주 톡포유’ 단추를 누르면 자동 문의 화면으로 넘어간다. ‘톡포유(talk for you)’가 자동 문의 대신 쓰인 말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자동 문의 화면으로 넘어가고 싶을 때 곤혹을 느낄 것이다. 또, ‘today 참진주’ 단추를 누르면 진주시의 ‘오늘의 행사’와 ‘오늘의 소식’을 소개하는 창이 나타난다. ‘today 참진주’의 'today'는 영어 알파벳으로 표기되었다. 영어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은 ‘today’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진주시 누리집에서 진주시의 ‘오늘의 행사’와 ‘오늘의 소식’을 알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출처:진주시청 누리집

 

이미 기업의 광고 등 다양한 곳에서 외국어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공공기관의 외국어 사용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하지만 정부나 공공기관 누리집 속 외국어 남용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어렵게 하고 국민이 누리집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힘들게 만든다. 단번에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외국어 합성어는 물론, 쉬운 외국어 단어도 외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국민에겐 정부·공공기관과의 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설령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외국어 단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말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누리집에서 외국 문자를 무분별하게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외국어 남용이 계속되면 우리말 표현은 외국어 표현보다 세련되지 못하다는 인식이 지금보다 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어 표현보다 우리말 표현을 더 어색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아질 수도 있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정부·공공기관에서 올바른 국어사용을 위해 누리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꾸준히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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