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덴찌’ ‘뒤집어라 엎어라’ 편을 나눠보자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김현선 기자
chapssal_dduk@naver.com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가속화되면서 대부분 전자기기 하나 정도는 소유하고 있다.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노트북, 태블릿 심지어는 각종 무선 제품들까지 수많은 전자기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많은 전자기기 때문에 아이들의 놀이도 달라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놀이터로 뛰어가 삼삼오오 모여 다양한 놀이를 하며 놀았다. 미끄럼틀을 타기도 하고, 시소를 타기도 하고, 일명 ‘지옥 탈출’도 하면서 즐겁게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이 확대된 지금,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부모들과 아이들은 놀이터 대신 학원을 선택하고, 안전한 집을 선택했다.
어릴 때 친구들끼리 놀이를 즐기기 전에 손을 내밀며 ‘데덴찌’나 ‘뒤집어라 엎어라’ 같은 구호를 외친 기억이 있는가? ‘데덴찌’나 ‘뒤집어라 엎어라’의 구호가 아니더라도 편을 가르기 위해 노래를 부르며 친구들끼리 손을 내밀곤 했다. 3가지 경우의 수가 있는 가위바위보와 다르게 ‘편가르기’는 노래에 맞춰 손바닥이나 손등을 내밀면 끝난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노래는 각기 달랐다. 멜로디는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노랫말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이 구호로 출신 지역을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사실 ‘데덴찌’는 일본말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일본어 ‘手天地’를 읽으면 ‘테텐치’라고 소리나는데, 여기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테(手)’는 손을 의미하고, ‘텐(天)’은 하늘, ‘치(地)’는 땅을 의미하지만, ‘텐치’에는 뒤집는다는 의미도 있다. 따라서 ‘테텐치’의 의미로 추측해보면, 손을 뒤집으며 편을 가르는 우리나라의 ‘데덴찌‘와 유사하다. 비록 우리나라 고유의 것이 아닌 일본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각 지역의 문화와 적절하게 섞여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물론 ‘테텐치’와 비슷하게 ‘데덴찌‘라고 말하는 지역도 있지만, 제주도에서는 단어의 의미를 가져와 ’하늘과 땅이다‘로 사용한다. 이외에도 광주와 충청도는 이 놀이를 하는 의미를 담아 ’편뽑기‘나 ’팀을 뽑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아래는 각 지역의 편가르기 용어를 정리한 내용이다.
서울/경기권에서는 ‘데덴찌’, ‘뒤집어라 엎어라’, 인천의 경우 ‘엎어라 뒤집어라 한 판’이 많이 쓰였다. 충청남도는 ‘엎어라 젖혀라’, 충청북도는 ‘하늘천따지’, ‘팀을 뽑자 위아래’ 등이 많이 쓰였고, 부산은 ‘젠디’, ‘덴디’, ‘묵찌’가 있지만 ‘젠디’를 가장 주로 쓰고, 충주는 ‘하늘 하늘 하늘 땅’, 광주는 ‘편뽑기 편뽑기 장끼세요 알코르세요’를 주로 쓴다고 한다. 제주도는 앞서 말한 대로 ‘하늘과 땅이다’를 주로 썼다고 한다. 이처럼 편가르기 용어는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에 걸쳐 다 있었고, 같은 지역이라도 다른 용어를 쓰기도 했다. 이렇게 지역별로 노랫말이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정리하여 아래와 같은 편가르기 지도가 만들어졌고 누리소통망(SNS)에도 퍼졌다.
아주대 국어국문학과 이상신 부교수는 스브스뉴스에서 “그 지역에서만 쓰이는 개별 어휘가 포함되면서 지역의 사투리가 들어가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어휘가 굳어져 전국적인 차이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지역마다 비슷한 멜로디를 공유하지만, 노랫말이 다른 이유는 각 지역의 특성과 지역 방언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래는 아니지만, 어휘로도 지역적 특색을 나눌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트램펄린’이 있다. ‘방방’이라고도 많이 불리는 이 기구는 지역마다 다른 이름을 가진다. 경상도에서는 대체로 ‘봉봉’이지만, 부산과 울산에서는 이를 ‘퐁퐁’이라고 부르며, 전라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콩콩’이라고 부른다. 또, 달고나 역시 지역마다 명칭이 달랐다. 대부분은 ‘달고나’라고 하지만, ‘뽑기’ 역시 많이 불리는 이름 중 하나다. 또,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은 ‘띠기’, 제주도에서는 ‘떼기’라고 부른다.
이처럼 노랫말뿐만 아니라 단어에서도 각 지역의 문화 차이가 나타난다. 사용하는 단어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것을 가리킨다. 지역적 특색이 반영된 어휘들은 우리나라의 언어문화가 그만큼 풍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디지털시대로 들어선 이후, 우리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끔은 예전에 친구들과 편을 가르며 놀던 때처럼 디지털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화를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 다양한 활동을 한다면, 이는 성인들에게도 새로운 추억이자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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