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9기 김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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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맞춤법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다면 아마 두 가지 상황 중 하나였을 것이다. 어떤 맞춤법이 맞는지 헷갈리거나, 다른 사람이 틀린 걸 목격했거나. 전자라면 이제부터 이 글을 읽고 함께 고쳐가면 된다. 그러나 후자의 상황은 조금 더 까다롭다. 맞춤법을 바로 고쳐줄 수 있는 사이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무안해할까 봐 눈감아줄 때가 많다. 그러나 아름다운 우리글을 지키기 위해서 때론 용기를 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올바른 맞춤법을 알려주고 지적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왜 맞춤법을 지켜야 할까? 단순히 사회적 약속이라서? 작은 토씨 하나에도 신경 써야 하니 문자 하나 보내기도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올바른 맞춤법을 써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바로 명료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다. ‘같이’를 소리 나는 대로만 적으면 ‘가치’와 구별할 수 없는 것처럼 발음은 같아도 표기는 다른 낱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하는 것이다. 또한, 맞춤법을 잘 지키면 글에 신뢰성과 전문성이 생긴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람을 보면 믿음이 가듯이 맞춤법이 잘 지켜진 글은 최소한의 신뢰가 보장된다. 맞춤법은 더 나아가 사람에 대한 호감도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글자 모양과 발음이 비슷해서 자주 헷갈리는 맞춤법 표현 8개를 정리했다.
1. 게요, 께요
예: 금방 갈게요.
발음상 [께요]로 들리지만 ‘게요’가 맞다. ‘게요’의 원형은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거나 의지를 나타내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인 ‘-ㄹ게’이다.
2. 되다, 돼다 / 뵈다, 봬다
예: 그 친구 안 됐다. 지각하면 절대 안 된다 했는데.
‘돼다’라는 말은 없다. ‘돼’는 ‘되어’의 줄임말이다. 헷갈릴 때는 ‘되어’를 대신 넣어서 생각하면 된다. 어색하면 ‘되’고 자연스러우면 ‘돼’이다. 그리고 문장 끝에는 항상 '돼'만 올 수 있다.
예: '다음 주에 봬요(뵈어요).'
'뵈어요'와 '봬요'가 맞다. ‘뵈다’는 ‘보이다’의 준말로, ‘눈에 뵈는 게 없다’라는 문장처럼 사용할 수 있다.
3. 며칠, 몇 일
예: 생일이 몇 월 며칠이라 했지?
‘몇 일’이라는 말은 없다. 항상 ‘며칠’로 적는다. '며칠'은 '몇월'처럼 '몇+월'이 합쳐진 단어가 아니라 원형을 밝힐 수 없는 말이기 때문에 소리 나는 대로 적어야 한다. [며딜]이 아닌 [며칠]로 발음되기에 '몇+일'의 합성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4. 왠지, 웬지
예: 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은걸? / 웬 선물이야~ 고마워!
‘왠지’와 ‘웬’이 맞다. ‘왠지’는 ‘왜인지’의 준말이고 ‘웬’은 ‘어찌된’의 의미를 갖는 말로 명사를 꾸며준다. ‘왜(why)’의 의미일 때만 ‘왠지’로 쓰고 나머지는 ‘웬’이라고 외워두면 편리하다.
5. 안/않
예: 오늘 날씨가 안 좋네. / 나한테는 불닭볶음면 맵지 않더라.
'안'은 부사 '아니'의 준말로 뒤에 오는 말을 부정할 때 쓴다. 부사여서 뒷말과 띄어 쓴다. '않다'는 '아니하다'의 준말로 주로 '~지 않다'의 꼴로 쓰인다.
6. 에요/예요
예: 오늘은 월요일이에요. / 새로 산 목걸이예요.
'이에요'가 축약되어 '예요'가 되는 것인데, 받침 없는 체언 뒤에서는 ‘예요’로 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부정어인 '아니에요'는 '에요'로 쓴다.
예: '물건을 두고 왔어요. 버스에요.’
위 예문에서 장소 뒤에 붙는 '에요'는 조사 '에' 뒤에 존대의 뜻이 담긴 보조사 '요'가 붙은 것이다.
7. 든지/던지
예: 나는 네가 뭘 하든지 다 좋아 / 오늘 오는 길에 차가 얼마나 막히던지!
‘-든지’는 선택의 상황이 제시되는 문맥에서, ‘-던지’는 과거 경험과 관련된 문맥에서 쓰인다. ‘-던지’의 ‘-더-’는 과거의 사실을 회상하는 어미이다.
8. 어떻게/어떡해
예: 정말 기본적인 일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다 도와 달라 하면 어떡해!
둘 다 올바른 표현이지만 쓰임이 다르다. ‘어떻게’는 ‘무엇을 어찌하게’의 뜻으로 서술어를 꾸미는 역할을 한다. ‘어떡해’는 걱정이나 우려의 의미가 담겨있으며 ‘해’는 ‘하다’라는 서술어이기 때문에 문장 끝에 쓰인다. ‘어떻해’나 ‘어떡게’로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문법을 일일이 공부하는 게 어렵다면 예문들을 보며 익히는 것이 좋다. 한글 맞춤법 규범에 나와 있는 맞춤법을 다 기억하고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자주 틀리는 표현들부터 먼저 확실하게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다음에는 어문규범에 관한 책을 찾아보며 올바른 맞춤법을 더 익히는 것을 권한다.
맞춤법을 빨리 터득하는 방법이 있다. 글을 자주 읽고 쓰는 것이다. 책이나 신문은 교정을 본 글이기 때문에 올바른 맞춤법을 익히기에 효과적이다. 쓰기를 한다면 컴퓨터 문서 프로그램에 일기를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프로그램상 글에 맞춤법 오류가 있으면 빨간 밑줄이 그어지는데 이를 가만히 보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을 맞게 고치기 위해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하거나 인터넷에서 올바른 표현을 검색하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올바른 맞춤법 표현이 머리에 남게 된다. 맞춤법 검사 기능이 있는 자판 앱을 휴대 전화에 설치해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문자를 보내기 전에 검토해볼 수 있어서 맞춤법 실수를 알아차리기 좋다.
틀린 맞춤법을 맞게 정정해주는 것은 넥타이가 삐뚤어졌다고 알려주는 것과 같다. 의복 예절을 지키도록 귀띔을 해주는 것처럼 큰일이 아니다. 그러니 맞춤법을 고쳐줄 때도 크게 겁낼 것이 없다.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냥한 태도로 자신의 의도를 잘 전달하면 된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맞춤법 지적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을 치욕스럽게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설령 당신의 말을 트집 잡기 위해 그랬더라도 배울 기회가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대부분은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에 용기를 냈을 테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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