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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케이팝은 어떻게 한국어와 한글을 알리고 있을까? - 박예진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2. 11. 1.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9기 박예진

20180586@sungshin.ac.kr

 

과거에는 라디오만 틀면 팝송이 흘러나왔다. 번안곡이 성행했고, 사람들은 영어 가사를 따라 부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국내 가수보다는 비틀스와 뉴 키즈 온 더 블록 같은 팝 가수를 동경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케이팝이 들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최고 권위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 섰고, 블랙핑크는 아시아 여성 가수 최초로 빌보드와 영국 공식 차트의 주요 부문을 석권하는 역사를 썼다.

케이팝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국 문화와 한글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늘어났다.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케이팝 해외 팬 12,6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3.8%(복수 응답)가 케이팝 외에 한글과 한국어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케이팝이 한글을 널리 홍보하는 최고의 한글 전도사가 된 셈이다.

2021,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맥도날드와 방탄소년단의 합작 메뉴 ‘The BTS 세트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만든 신조어 보라해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팬들은 한글이 적힌 포장지를 거래하거나 기획 상품을 제작하는 등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케이팝이 어떻게 한국어와 한글을 세계 곳곳에 알리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케이팝과 한글이 만든 새로운 문화, ‘돌민정음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돌민정음이라 불리는 신조어가 유행 중이다. ‘돌민정음아이돌(Idol)’훈민정음의 합성어로, 다른 나라 언어로 발음하면 그 느낌이/말맛이/어감이 잘 살지 않는 한국어를 발음 그대로 영어로 읽고 쓰는 것을 의미한다. ‘오빠(Oppa)’, ‘언니(Unnie)’, ‘막내(Maknae)’ 등이 대표적이다. 나이에 따라 달리 부르는 호칭이 없는 나라에서는 이러한 말들을 그대로 가져가 쓰며, 번역하는 과정에서 호칭이 사라지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이돌 그룹 일원들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의 특별한 팬 문화를 해외 팬들도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기 때문이다. ‘연습생(Yeonseupseng)’이나 띠동갑(Tteedonggab)’ 등 한국 사회 특유의 맥락 속에서 쓰는 단어들도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용어들은 엠제트(MZ) 세대를 중심으로 누리소통망을 통해 확산하며, 자연스레 한국 문화와 한글을 받아들이는 계기로써 작용하고 있다.

 

 

해외 가수 노래에도 등장한 한글

세계 음악 시장에서 케이팝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해외 가수의 노래에도 한국어 가사가 등장하고 있다. 팝스타 두아 리파와 마마무 화사의 피지컬(Physical)’에서는, 화사가 이 밤은 흘러가고 / 더는 숨기려고 해도 의미 없어등 한국어 가사로 자신의 부분을 부르고 후렴구를 지나 두아 리파가 영어로 이어받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미 음악이 주류가 된 팝계에서 한국어는 찾아보기 힘든 이질적인 언어였지만, 이제는 케이팝 스타들이 모국어인 한국어로 피처링을 하거나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합작/협업 곡을 내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한국인이 참여하지 않은 곡임에도 해외 가수가 가사에 한국어를 녹여내는 일 또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작년 9, 일본의 보이그룹 초특급(超特急)같이 가자라는 한국어 제목의 곡을 발표했다. 제목뿐만 아니라 가사 안에서도 내 손 잡고 돌고 돌아’, ‘자 이제 즐기자’, ‘처음처럼’, ‘함께 가자등 한국어를 마치 기존에 영어를 쓰듯 표현해 이색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베트남에서는 비엣 아텐(Viet Athen)이란 가수가 2019‘Annyeong(안녕)’이라는 제목의 발라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의 전통 발라드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해당 음원은 후렴구에 안녕이라는 한국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해외 곡에서 한국어 가사를 들을 수 있는 일이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케이팝으로 공부하는 한글

2020년 겨울, 방탄소년단의 지민이 팬들에게 선물로 발표한 자작곡 크리스마스 러브(Christmas love)’를 들은 해외 팬들은 한국어 단어 하나와 사랑에 빠졌다. 바로 소복소복이다. 노랫말을 들은 해외 팬들은 소복소복이란 단어의 어감이 귀엽다며, 이 단어의 뜻을 궁금해했다. 그러자 한국의 방탄소년단 팬들은 “‘소복소복’((falling falling, soboksobok)은 커다란 눈송이가 아주 온화하게 아름다운 눈 침대를 만들며 바닥에 내려앉는 것을 묘사하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을 들은 해외 팬들은 “falling, falling(내린다, 내린다)은 소복소복을 표현하기에 너무 제한적인 단어다.”, “내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유다. 해외 아미들은 한국어를 하는 사람에 비해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반만 경험한다.”, “한국어는 너무 아름답다. 한국인들이 부럽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이같이, 케이팝을 접하고 한국을 사랑하게 되어 한글과 우리말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유튜브에서는 케이팝 소재를 활용한 한국어 교육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구독자 123만 명에 달하는 유튜버 한국언니(Korean Unnie)’는 케이팝과 한국어 공부를 접목한 영상을 올리고 있으며, ‘케이팝과 함께 배우는 한국어(Learn Korean With K POP)’라는 영상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수요에 부응해, 소속사가 직접 한국어 교재를 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

런 코리아 위드 비티에스(BTS)’라는 이름으로 해외 팬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용 짧은 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한국어 학습 교재를 출시했다. 이는 전 세계 30개 국가에서 총 30만 권의 판매량를 기록하였고, 덕분에 해외 팬들은 즐겁게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 등의 매체는 각 나라를 구분하는 문화 장벽을 깨트렸고, 케이팝은 국경을 넘나드는 매체를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케이팝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장르가 되었다. 그런 만큼, 올바른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널리 알릴 수 있게끔, 케이팝 가수들과 소속사, 그리고 음악을 향유하는 대중들이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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