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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회원 글모음

(김은영) 한글로 또박또박 마음을..

by 한글문화연대 2013. 7. 18.

글쓴이 :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 김은영 


<<기사를 읽고>>


[동아일보] 정승혜 교수, 사대부 한글제문 첫 공개

http://news.donga.com/3/all/20130715/56448700/1



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 죽으면 죽은 이를 기리는 글을 써 장례 때와 1주기, 2주기 때 큰 소리로 읽었다. 그런 글을 제문이라고 하는데, 지난 7월 10일,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국어사학회 학술대회에서 정승혜 수원여대 교수(국어사)는 18세기 조선시대 호남지방의 사대부가 먼저 세상을 떠난 여동생을 기리는 애끊는 한글 제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장례와 제사 때 읽히는 글이라 대부분 한문으로 쓰인 것들이 남아있는데, 사대부가 쓴 한글 제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시집간 누이를 잃은 오빠가 쓴 한글 제문은 애틋하다. 


"....누이의 나이 겨우 서른둘인데 하늘은 어찌 우리 누이를 바삐 앗아가셔서 이 노쇠한 동기에게 육체는 마르고 심신은 다 스러지게 하는가...." 


이를 잃고 한글 제문은 쓴 사대부는 기태동이라는 유학자였다. 한글보다는 한문이 더 편한 유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슬픔에 잠겨있을  집안 여성들도 제문을 읽고 죽은 이를 함께 기릴 수 있도록 한글로 썼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사대부의 한글 제문을 언짢게 생각했는지, 한자로 고쳐 쓴 한자본도 남아있다고 한다. 



사진 출처: 동아일보


"누이의 나이 겨우 서른둘인데 하늘은 어찌 우리 누이를 바삐 앗아가셔서 이 노쇠한 동기에게 육체는 마르고 심신은 다 스러지게 하는가."


이 절절한 마음을 한자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나는 모르겠다. 


‘어찌 바삐 앗아가셔서... 다 스러지게 하는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여동생에 대한 오빠의 저 가슴 찢어지는 마음을 한자로는 어떻게 쓰는지 나는 모르겠다. 


상에 나오는 모든 말과 글은 생각의 나눔, 감정의 나눔, 정보의 나눔 등 ‘나눔’을 바탕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나눔이 아니라 전달이라 한다 해도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 쪽에서 받아들이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말과 글은 쓸 데가 없다. 여동생을 위해 한글 제문을 쓴 사대부 기태동 역시 ‘나눔’을 생각했을 것이다. 여동생을 위해, 슬픔에 잠겨 있을 집안 여성들을 위해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 말이다. 


긴 여름, 우리 사회에, 이웃에, 주변에 어려움을, 슬픔을, 화를, 좌절을 나눠야 할 사람들이 있나 없나 살펴봐야겠다. 고마움을, 기쁨을, 사랑을, 축하를 나눠야 할 사람들은 또 없나 살펴봐야겠다.


길지 않아도 좋을 우리말, 우리글 한글로 또박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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