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더 맛있는 전복을 먹었다.
완도 전복인지 양식 전복인지 그 출생의 비밀은 모르지만,
내 돈 내고 먹은 게 아니라 더더더 쫄깃하고 달았다. ^^;
지구 바다에는 모두 100여종의 전복류가 산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양식업자들은 일단 그 크기만으로 전복은 보통 세 가지로 나눈다고 한다.
1년 된 어린 전복, 치패. 2년 쯤 자란 중패, 그리고 다 큰 전복 성패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바다 농부들 사이의 전문용어로
1년을 자랐든 2년을 자랐든 제대로 크지 못한 전복을 이르는 말이다.
바로 '깡패'다.
똑같은 바다에서 똑같은 조류에 휩쓸리고 똑같은 다시마를 먹고 살았지만,
치패도 중패도 되지 못한, 밥값 못한 놈들을 가리켜 하는 바다 농부들 말이다.
사람들 중에도 '깡패'라고 불리는 무리들이 있다.
사람 깡패는 단순히 밥값을 못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밥그릇에 해를 끼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전복 깡패와 사람 깡패의 차이는 남에게 해를 끼치느냐, 아니냐는 것이다.
내년에 고등학생이 될 조카 녀석에게는 교과서적으로
밥값을 하자, 남에게 해를 끼치면 안된다, 뭐 이런 잔소리를 늘어놓겠지만,
사실 내 마음 속 생각은 좀 다르다.
전복 깡패는 분명 다른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다.
한 자리에서 묵묵히 다시마 먹으면서 잘 자란 치패나 중패가 아닌
전복 깡패는 혼자 바다 밑을 또르르 굴러 다니면서 다른 꿍꿍이를 가졌을 것이다.
최승자 시인의 시처럼 여기 말고 저기, 이것 말고 저것..같은 것 말이다.
사람 깡패의 경우는 사실 직업적인? 전문적인? 깡패는 내 타고난 착한 성품 탓에 무섭다.
하지만 살다보면 우리는 의도와는 다르게
인간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아무튼 깡패가 될 때가 종종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해친 것이다.
누군가의 고마움과 기대와 인내와 사랑과 용기와 꿈과 기다림과 그리움을 해치는 것이다.
텔레비젼에서는 이런저런 시상식들이 펼쳐지고 있다.
한 해를 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는 것이다.
조금 이른 갈무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올해 내가 깡패였음을 고백한다.
더불어 내년엔 깡패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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