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이 겪는 어려움과 존재의 의미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1기 이연주
yjlee020606@naver.com
작가 한강이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독서와 친숙하지 않았던 한국 사람들 사이에 ‘한강 책 읽기’ 열풍이 불었다. 수상 발표 엿새 만에 한강 작가의 책이 100만 부 넘게 팔렸고, 한강 작가가 서촌에 작은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독서’와 ‘독립서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독립서점들이 빛을 볼 것이라는 기분 좋은 예견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출판계의 유통구조 탓에 독립서점들이 한강 작가의 책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독립서점’은 대규모 자본이나 큰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운영되는 작은 동네 서점이다. 책의 인기, 장르가 아닌 서점 주인의 취향이 도서 구비, 진열의 기준이 되어 서점별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녔다는 특징이 있다. 자본의 논리로만 책을 배치하지 않고, 베스트 셀러 구조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작은 출판사에서 만든 책이나 동네 주민처럼 평범한 사람이 쓴 책도 판매한다. 온 세상이 중요하다고 외치며 부지런히 쫓아가는 가치들에서 거리를 두고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물질적인 것들에 가려진 소중한 것의 의미를 알려주려 노력하는 독립서점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휴식을 선사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빛을 볼 것으로 예상한 독립서점들은 대형 서점의 출판 유통 독점으로 한 차례 고비를 맞았다. 대형 서점에만 한강의 책이 원활하게 공급됐고, 동네 책방에는 주문이 들어와도 물량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현상의 핵심적인 문제는 출판 유통의 구조적 문제였다. 2020년부터 대형 소매점인 교보문고가 도매업도 도맡아 하게 되었는데, 한강의 노벨상 수상 직후 유통이 가능한 책이 부족한 상황이 되니 지역 서점 절반가량과 거래하는 교보문고는 책을 공정하게 유통하는 도매상의 기능과 자사의 영업 이익을 중시해야 하는 소매상의 기능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번 한강 책 유통 과정에서 작은 서점들이 피해를 보자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교보문고가 지역 서점에 공급하는 도매를 중단하고 자사의 영업 이익을 위해 판매를 독점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교보문고는 이를 인정하고 한시적으로 교보문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한강 작가의 도서 판매를 중단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많은 독립서점은 교보문고가 도매업을 도맡았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라며, 이번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형 서점들이 온라인 매장으로 확대되며 작은 서점들은 더더욱이 버티기 힘들어졌다. 1년에 책을 몇 권 구매하지 않는 독자들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경우, 직접 서점을 방문하기보다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기와 판매량과 같은 자본의 가치에서 물러나서 책방지기만의 취향대로 책을 진열하고 묵묵히 손님을 기다리는 독립서점이 갖는 의미는 충분하다. 독립서점은 그것이 위치한 동네에 휴식과 추억을 선물하고, 자본 구조에 얽매일 수 있는 출판계에 ‘책’이 갖는 본질적 의미를 상기시켜 준다. 더 늦기 전에,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는 독립서점들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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