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우리말 소식 📢
1. [한글문화연대 회원글] '동' 이름에 굳이 외국어를 써야 할까 - 김영환 한글철학연구소장
2. [알림] 우리말가꿈이 26기 세종 나신 날 시민 참여 행사
3. [알림] 우리말가꿈이 푸른 5기 오름마당
4. 대학생 기자단 10기 기사
<“이릏게 하면 기분이 좋그든요.” 서울사투리라고 들어봤니?>- 김현선 기자
|
'동' 이름에 굳이 외국어를 써야 할까
- 김영환 한글철학연구소장
|
|
이 글은 한글문화연대 회원이자 한글철학연구소장 김영환님의 허락을 구해 올린 글입니다.
‘동’ 이름에 굳이 외국어를 써야 할까
부산 강서구에 2016년부터 친환경 물가 도시를 표방한 ‘에코델타시티’가 조성되고 있다. 강서구 강동동·명지동·대저2동 일대 인구 8만명 규모의 신도시다. 강서구청은 지난해 12월 ‘에코델타동’이란 법정 동명을 새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영어식 법정 동명은 유례가 없었기에 이 이름을 두고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시에서 행정안전부로 갔던 서류가 부산시로 돌아와서 이제 강서구 주민들의 여론에 기대어 영어 행정동 이름을 추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동네 이름은 우리가 정한다며 입주 예정자들을 중심으로 찬성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시대에 외래어 배척은 퇴행적인 인식이라는 주장이다.
동 이름, 땅 이름은 입주 예정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동 이름, 땅 이름은 천 년을 갈 수도 있다. 앞으로 그 동네로 이사 올 사람과 미래 세대도 생각해야 한다. 이름은 사회적이며 역사적인 성격을 갖는다. 입주 예정자들이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다. 이런 여론이 형성된 과정이 문제인데, 이른바 ‘글로벌’ 시대라는 통념이 번져 있기 때문이다. ‘국제화, 세계화’ 추진은 좋으나 그것이 영어 남용으로 연결될 이유는 없다. 이런 영어 남용은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을 낳은 적도 있다. 우리말과 글을 스스로 얕잡아 보는 게 왕조시대부터 우리 지식인의 오랜 병폐였다.
8세기부터 시작된 우리 땅 이름의 한자화는 1000년을 넘게 계속되었다. 무너미→수유리, 누루미→황산, 아우내→병천, 돌개→석포처럼 정겨운 토박이말을 너무 많이 잃어버리고 우리 스스로 민중의 이름을 낯설게 느끼게 되었다. 부산 강서구 ‘명지’도 본디 ‘울다’라는 뜻과 연관되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의 기록에 따르면 큰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우는 소리를 낸다는 데서 땅 이름이 유래하였고, 지명학회 부회장 이근열에 따르면 우는 마을이란 뜻의 ‘울말’이 아직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한자식 땅 이름이 있는데, 영어식이 생긴들 무슨 문제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역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빠지면, 해묵은 잘못이 되풀이될 수 있다.
에코델타란 환경 생태를 뜻하는 ‘에코(eco)’와 삼각주를 뜻하는 ‘델타(delta)’를 합친 이름이다. 생태학을 뜻하는 영어 ‘ecology’는 독일 생물학자 헤켈이 1869년에 처음으로 쓴 용어를 영어로 바꾼 것이다. 영어에서 경제를 뜻하는 ‘eco-nomy’와 뿌리가 같다. 이 두 낱말은 집, 살림살이를 뜻하는 그리스말 oikos에 뿌리를 두고 있다. eco가 친환경적이란 뜻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델타 또한 그리스 알파벳 가운데 네 번째 글자의 이름이다. 수를 적을 때는 4를 나타냈다. 그리스 알파벳에서 델타의 꼴이 세모이기 때문에 삼각주, 선상지를 가리키게 되었다. 본디 이집트와 시나이에서 문을 본뜬 모양의 글자였다가 그리스에서 세모꼴이 되었다. 수학에서는 미세한 변화량을 나타내는 데 쓰인다. 에코델타에서 친환경적인 물가도시, 미래 도시의 뜻을 연상하기는 쉽지 않다. 본디 고유명사와 그 속성들의 연결관계는 매우 우연적이다. ‘울말동’이란 토박이말 이름도 그런 지역 특성을 넉넉히 담아낼 수 있다. 특히 에코델타란 이름에 거리감을 느낄 노년층이 많을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주민 선호도 조사에서 2위를 했던, 강의 순우리말인 ‘가람’을 동 이름으로 쓰는 것도 바람직하다. 도시 이름을 영어로 짓는다고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게 아니듯이 우리말로 짓는다고 내려가지도 않는다. 역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땅 이름의 일반적 성격에 비추어 에코델타동은 ‘울말’이나 ‘가람동’으로 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출처: 경향신문( [기고]‘동’ 이름에 굳이 외국어를 써야 할까 - 경향신문 (khan.co.kr))
|
[알림] 우리말가꿈이 26기 세종 나신 날 시민 참여 행사
|
우리말가꿈이 26기가 5월 12일(일) 국립한글박물관 앞에서 대규모 시민 참여 행사를 엽니다.
우리말 지식을 뽐내는 행사와 우리말 열쇠고리 제작, 공던지기, 판화를 찍는 등 활동적인 행사 모두 준비했으니
5월 12일 일요일에 한글박물관 앞으로 많이 찾아와주세요
(기념품도 준비돼있으니 기대해주세요 ^^)
|
우리말가꿈이 푸른 5기 오름마당 때: 2024년 5월 4일 토요일 시: 오전 10:00 ~ 12:00 곳: 국립한글박물관 강당 (지하 1층) |
💌 대학생 기자단 기사 💌 젊은 감각으로 만나는 우리말, 한글 소식!
|
💬“이릏게 하면 기분이 좋그든요.” 서울사투리라고 들어봤니? - 강민주 기자
|
|
|
“기집애, 나를 그릏게 쪼그맣게 찍지를 말구, 이쁘게 좀 찍어봐.”25년 전 영상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음성을 듣고 영희는 “여태 서울에 살면서 접해보지 않은 말투지만, 지방의 사투리도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한다. 표준어도 아닌 것이, 지방의 사투리도 아니라면 이 문장 속 표현과 여성의 말투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 답은 ‘서울사투리’이다. 서울사투리는 과거 서울토박이들이 사용했던 전통적인 서울의 방언이다. 서울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수도 지역이라 언어의 변화도 빠르기에 우리가 현대에서 서울사투리의 억양을 접할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최근 유명 텔레비전 예능 ‘에스엔엘(SNL) 코리아’ 속 서울사투리를 다룬 영상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서울사투리가 크게 화제 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 표준어와 서울사투리는 어떤 점이 다를까?
서울사투리와 현대 표준어는 음운에서 특히 차이를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저모음을 발음하기 쉬운 고모음으로 바꿔 발음하는 ‘고모음화 현상’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사투리에서는 “그렇지”를 “그릏지”로, “숫자를 세고”를 “숫자를 시구”로 발음한다. 또한 모음 ‘ㅔ, ㅚ, ㅓ, ㅗ’가 장음이 되면 ‘ㅣ, ㅟ, ㅡ, ㅜ’로 바뀌는 현상도 일어나는데, “저희”를 “즈희”로, “예쁘다”를 “이쁘다”로, “계집애”를 “기집애”로 발음하는 것이 그 예이다.
“조그맣다”를 “쪼그맣다”로, “가루”를 “까루”로 표현하는 등 첫 음절에 강세를 두고 발음하는 ‘어두경음화 현상’도 서울사투리의 특징이다. 현대에서 무엇을 ‘하다’라는 표현은 서울사투리에서 ‘허다’라고 표현된다. “제기차기를 허든, 공기놀이를 허든 맘대로 놀아라.”라는 문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밖에도 “그리구”나 “하려구”처럼 ‘ㅗ’를 ‘ㅜ’로 발음하는 현상과 “좋은 것 같어”, “바뻐”, “잡어” 등과 같이 ‘ㅏ’를 ‘ㅓ’로 발음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한편에서는 90년대 영상에서 서울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서울 출신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방송 인터뷰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긴장한 상태로 평소 자연스러운 말투가 가려졌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많은 옛 영상과 연구 자료가 증명하듯, 과거 서울 사람들의 말투에는 현대 표준어 말투와 크게 비교되는 특징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30-4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말투를 쓰고 있을까? 언어는 시대에 따라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새로운 말이 생기고, 쓰던 말이 없어지고, 억양이 달라지고, 표현이 달라진다. 이미 여러 연구와 보도자료에서 고작 25년 전인 90년대 말투를 ‘서울사투리’로 정의하고 있는 현재이기에, 당장 몇 년 뒤에 현대 표준어 말투가 ‘제2의 서울사투리’로 여겨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20대의 부모님 말투와 현재 부모님 말투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나와 내 주변의 말투를 의식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우리말에 관심을 갖고 가볍게 탐구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
모람이 되어
한글 사랑 함께 해요!
당신의 후원이 우리말을 지킵니다.
후원: KEB하나은행 294-910009-56304
한글문화연대 urimal@urimal.org 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37길 46, 정우빌딩 303호
|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