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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니가 4시에 온다 카믄 나는 3시부터 행복할 끼라”... 잊혀 가던 사투리의 맛 - 윤혜린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4. 1. 19.

“니가 4시에 온다 카믄 나는 3시부터 행복할 끼라”... 잊혀 가던 사투리의 맛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윤혜린 기자
yhrin412@naver.com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 한국어 어문 규범 중 표준어 규정 제1장 총칙 제1항에서 제시하는 표준어의 정의다. 표준어가 아닌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말은 ‘사투리’이다. 흔히 우리는 사투리를 사용하면 ‘촌스럽다’, ‘알아듣기 어렵다’ 등의 반응과 함께 이를 비주류로 치부하며 표준어를 구사하라고 압박한다. 실제로 2020년 국립국어원의 ‘국어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표준어를 사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2005년 약 48%에서 2020년 약 57%로 9%포인트 정도 증가했다. 이는 수도권으로 인구가 대거 몰리면서 지방에서 발생하게 된 노동력 부족 등의 인구 문제가 언어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표준어가 사용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투리도 엄연한 우리말이다. 다양한 지역별 정서와 역사, 문화가 사투리에 담겨 있어 만약 사투리가 사라지고 표준어만 남게 되면 우리만의 재미난 언어문화가 사라지고 언어의 다양성과 지역별 특색 또한 유지되지 못 할 것이다. 이렇게 각 지역의 특색이 담긴 사투리가 점차 사라져가고 많은 이가 표준어를 구사하는 와중에도 사투리를 보존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내 장미한테 책임이 있다카이...” 어린 왕자가 애린 왕자로

 

출처: 네이버 도서

 

위 책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각각 경상도 사투리로 옮긴 ⟪애린 왕자⟫와 전라도 사투리로 옮긴 ⟪에린 왕자⟫다. 지난 2020년, 도서출판 이팝 대표 최현애 씨(이하 최 대표)는 ⟪어린 왕자⟫라는 고전을 경상도 사투리로 옮겨 책을 냈다. 이것의 시작은 독일 출판사 ‘틴텐파스’의‘어린 왕자’ 세계 언어 버전 프로젝트였다. 고대 이집트어, 중세 언어, 심지어 모스부호로도 번역된 ‘어린 왕자’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경상도 편 ⟪애린 왕자⟫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초판 300부만 출간했던 ⟪애린 왕자⟫는 소셜미디어상에서 큰 인기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예스24의 ‘어른을 위한 동화책’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었다. 이후 2021년 전라도 버전인 ⟪에린 왕자⟫가 출간됐고 현재 강원도 버전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최 대표는 지난해 한 라디오에 나와서 충청도, 제주도 판도 만들어 모든 도(道)의 언어로 ⟪어린 왕자⟫를 출간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구어에 가까운 사투리를 문어체로 바꾸는 과정에서 맞춤법이 어긋나는 등의 고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을 지역의 특색을 살린 사투리로 옮겨 잊혀 가는 사투리의 맛을 현대인들에게 일깨워 주었다.

 

사투리 콘텐츠가 인기라고?

전부터 희극인들은 사투리를 개그 소재로 많이 사용했다. 코미디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투리 유행어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곡성>의 ‘뭣이 중헌디(무엇이 중요한데)’, 백종원의 ‘맛있쥬?(맛있죠?)’ 그리고 재작년부터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 ‘머선일이고?(무슨 일이야?)’까지 사투리 유행어는 계속해서 생성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하나의 작품 안에 있는 대사 한 줄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투리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 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첫 영상 왼쪽 김민수, 오른쪽 이용주)

 

지난 10월부터 ‘피식대학’에 올라오기 시작한 영상 주제는 ‘메이드 인 경상도’이다. 출연진들은 경상도 지역을 돌아다니며 사투리를 사용한다. 이용주(출연자)는 부산 출생이지만 실제로 부산에 거주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아 엉터리 사투리를 사용하고, 김민수(출연자)는 울산 출신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해 그 대비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스튜디오 유니코’라는 유튜브에서는 희극인 김두영이 충청도 사투리 강의를 진행하며 일명 ‘돌려말하기’ 화법으로 불리는 충청도 사투리를 이용해 인기를 끌고 있다. 사투리는 그 지역만의 특색과 개성이 담긴 언어문화이다. 표준어가 사투리보다 더 고급스럽고 교양 있는 언어이며 사투리는 촌스럽다는 생각은 언어문화의 다양성을 해치고 지역 문화의 보존을 어렵게 만든다.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의 심리와 문화, 역사 등 다양한 요소들을 담고 있기에 지역 언어인 사투리에서는 그 지역 사람들의 역사와 전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말을 하므로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투리가 배척되고 없어진다면 이는 우리 문화의 커다란 한 부분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투리를 계속 보존하고 소중한 우리의 언어문화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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