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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홈쇼핑,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은 인제 그만! - 김은수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4. 1. 16.

홈쇼핑,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은 인제 그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김은수
5uzuran@ewhain.net

 

국내에 케이블 티브이가 보급되면서, 홈쇼핑은 매장을 직접 방문해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생략하여 쇼핑의 영역을 확 
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들어서는 전자상거래에서 티브이-모바일 동시 ‘라이브 방송(라방)’을 하는 홈쇼핑 업체도 늘어나 홈쇼핑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SPC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는 2020년 12월 크리스마스 날짜에 맞춰 90분간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케이크 11억 원어치를 팔았다. 시청 횟수 22만 4,450회, 최고 동시 접속자는 7,686명을 기록하며 홈쇼핑 방송이 큰 인기를 끌고 있음을 명백히 입증했다.


 그러나 홈쇼핑을 보다 보면 방송 판매자(쇼 호스트)가 외래어 및 외국어를 너무 많이 써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해석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오늘만 가져가실 수 있는 찬스이세요”, “데님과 플리츠 재킷을 매치해 볼게요”는 각각 “오늘만 가져가 실 수 있는 기회예요”, “청바지와 주름 재킷을 같이 입어 볼게요”로 바꿔서 말해도 된다. 인조모피를 ‘페이크 퍼(fake fur)’라고 하거나, 한정판 제품을 ‘리미티드 아이템(limited item)’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4월 잡코리아에서 홈쇼핑 기업 중 하나인 ‘지에스 숍(GS SHOP)’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 고, 드라마를 즐겨 보며, 채널 전환 사이에 나오는 매력적인 홈쇼핑 채널을 선호하 40~60대 여성과 가정주부가 홈쇼핑의 주 고객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해석하기도 어려운 외래어와 외국어, 전문 용어를 남용하는 것이 옳을까?


 롯데홈쇼핑은 2018년 국립국어원과 올바른 국어 사용에 관한 업무 협약을 업계 최초로 체결해 ‘홈쇼핑 언어 사용 지침서’를 발간한 바 있다. 특히 방송 판매자의 경우, 제품의 내용을 숙지해 대본 없이 생방송을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평소 우리말에 애정을 가지고, 올바른 언어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롯데홈쇼핑과 국립국어원은 외래어 남용, 비공식적 언어 등 적절하지 않은 언어 사용에 대한 강의와 교육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방송 판매자의 외래어 사용은 여전히 지적 대상이다. 대중매체의 패션 관련 외래어를 분석한 한윤선(2021)*은 
“4개의 홈쇼핑(GS 홈쇼핑, CJ O SHOPPING,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에서 판매한 16개 상품의 이름이 모두 외래어로 되어 있다”고 밝혔다. 제품 명칭 이외에도 통사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외래어 사용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패션이나 뷰티 관련 상품 등에서 제품을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표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래어, 외국어 남용은 오히려 우리말까지 파괴하므로 순화가 어색한 전문 용어를 제외하고는 우리말을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홈쇼핑의 잘못된 언어 사용은 비단 방송 업계, 홈쇼핑 업계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리소통망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일반인을 ‘팔이 피플(팔이+People)’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일반인이지만, 상품 판매를 위해 방송 판매자와 비슷한 말투를 사용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끌어내기도 한다. 위 사진과 같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용자는 이들의 말투를 흉내 내며 그들의 잘못된 언어 습관을 꼬집는 글을 올렸다. ‘아뜰리에 선생님’, ‘프리 오더로 진행합니다’처럼 불필요한 외래어 사용이 눈에 띈다. 방송 언어의 오용이 일상 발화에 영향을 준 대표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대중매체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잘못되면 이를 접하는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도 영향을 주므로 더욱 우리말을 사용하고자 신경 써야 한다.

 

 물건을 팔고 사는 것은 어떠한 시대에도 꼭 필요한 사회적 행동이므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통시적인 언어 습관의 변화를 살펴볼 수도 있다. 미래의 판매 방송은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게 될까? 지금보다 더 많은 외국어를 사용해 ‘럭셔리함’을 강조할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올바른 어휘를 사용할 것인가?

새로운 어휘가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생겨나는 현시점에야말로 공공언어가 올바른 어휘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대중매체의 패션 관련 영어 외래어 분석", 충북대학교 석사학위논문, 한윤선,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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