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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구분’과 ‘구별’, 구별해서 씁시다 - 안지연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3. 10. 27.

‘구분’과 ‘구별’, 구별해서 씁시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안지연 기자

hoho2478@naver.com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가짜 뉴스 구분법 구별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았다. 글이 다루는 주제보다도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왜 굳이 비슷한 뜻을 가진 낱말을 둘 다 썼을까? 아마 검색에 최대한 잘 걸리고자 다양한 표현을 썼을 것이다. 그렇다는 점은 사람들이 ‘구분’과 ‘구별’을 구별 없이 사용한다는 말이 된다. 단어 ‘구분하다’와 ‘구별하다’의 영어 표현은 각각 ‘divide’와 ‘distinguish’로 엄연히 다른 단어이다. 다른 언어로 보면 완전히 다른 표현임에도 어감과 용례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구별’ 없이 쓰고 있는 셈이다. 일상에서 자주 섞어 쓰는 단어를 알아보고 상황에 맞는 표현을 써보자.

 

‘구분’과 ‘구별’

앞서 언급한 예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구분’과 ‘구별’은 사람들이 자주 헷갈리는 어휘 중 한 쌍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구분’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전체를 몇 개로 갈라 나눔’을, ‘구별’은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남 또는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갈라놓음’을 뜻한다. 어떠한 대상 전체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눈다면 구분, 둘 이상의 대상의 차이를 느낀다면 구별을 쓴다. ‘가짜 뉴스 구분법 구별법’이라는 제목의 글은 가짜 뉴스와 사실인 뉴스의 차이를 알려주고자 한다. 따라서 이 글의 제목은 ‘가짜 뉴스 구별법’이 적절하다. 만약 진위성 여부를 기준으로 뉴스를 나눈다고 하면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로 ‘구분된다’라고 쓸 수 있다.

 

‘두껍다’와 ‘굵다’

‘허벅지가 두꺼워졌다’, ‘두꺼운 팔뚝’, ‘얇은 머리카락’…. 흔히 외모를 묘사할 때 ‘두껍다’와 ‘얇다’가 자주 쓰인다. 동시에 이들 신체 부위에는 ‘굵다’와 ‘가늘다’도 함께 쓰이는데, 과연 이 단어들은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두껍다’와 ‘얇다’는 부피가 있는 물체의 앞뒤나 위아래 면 사이 거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거리가 멀면 ‘두껍다’, 가까우면 ‘얇다’로 쓴다. 이 표현은 벽이나 책, 종이, 철판 같은 대상에 자주 쓰인다. ‘굵다’와 ‘가늘다’는 길쭉한 물체의 둘레나 지름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물체의 지름이 보통보다 길 때는 ‘굵다’, 보통보다 짧을 때는 ‘가늘다’라고 쓴다. 끈, 기둥, 면발 등에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신체 부위는 대체로 둘레나 지름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굵다’나 ‘가늘다’를 사용해야 적절하다. 앞선 예시는 모두 ‘허벅지가 굵어졌다’, ‘굵은 팔뚝’, ‘가는 머리카락’으로 바꿔 써야 한다. 한편 입술이나 살갗은 ‘두껍다’나 ‘얇다’로 표현할 수 있다.

 

‘의문스럽다’와 ‘의뭉스럽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의문스럽다’ 말고도 ‘의뭉스럽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일상생활에서도 ‘의뭉스럽다’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는데, 이 둘은 아주 다른 뜻을 가진 단어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의문스럽다’는 ‘보기에 의문 나는 데가 있다’라는 뜻의 형용사이다. 어떤 대상이 의심을 사는 부분이 있다면 ‘의문스럽다’를 쓰면 된다. 반대로 ‘의뭉스럽다’는 ‘보기에 겉으로는 어리석어 보이나 속으로는 엉큼한 데가 있다’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이다. 비슷한 단어로는 ‘음흉하다’가 있다. ‘의뭉스러운’ 사람을 보고 ‘의문스러운’ 느낌이 들 수는 있으나, 이 둘을 바꿔 쓰면 완전히 의미가 달라진다. 의심이 들 때는 ‘의문스럽다’, 음흉하다는 느낌이 들 때는 ‘의뭉스럽다’를 쓰면 된다.

 

지금까지 일상에서 자주 섞어 쓰는 표현을 몇 가지 찾아보았다. 단어에 담긴 개념이나 형태가 헷갈리기 쉬운 탓에 다른 뜻을 가진 단어가 섞여 쓰이고 있다. 본인이 전하고 싶은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다양한 단어를 뜻에 맞게 올바르게 구별하여 써야 한다. 어떠한 단어를 쓰기 전에 그 의미가 헷갈린다면 인터넷 사전을 활용하여 뜻과 용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운영하는 ‘온라인가나다’에서는 어문규범, 어법, 표준국어대사전 내용 등의 문의를 받는다. 비슷한 뜻을 가진 두 단어의 차이점이나 각 상황에서 적절한 표기가 무엇인지를 문의하면 국립국어원이 이해하기 쉽게 답해준다. 적은 노력을 들여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단어를 구별하여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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