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쓰는 말이 차별 언어?
반팔티 · 결정 장애 ··· 알고 나면 불편한 표현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10기 정채린 기자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미래의 진로부터 당장 오늘의 저녁 메뉴까지. 수많은 후보를 간추려 두 개의 선택지가 나왔을 때, 고민이 깊은 사람은 보통 이렇게 말하며 상대방에게 선택을 미룬다. “나 결정장애라, 못 고르겠어.” 계절이 바뀌며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면 우리는 이 옷을 많이 구매했다며, 곧 있을 더위 생각에 눈살을 찌푸린다. “나 어제 반팔 티 샀어!”
여기서 쓰인 ‘결정장애’와 ‘반팔 티.’ 과연 옳은 표현일까? 사실 이 두 표현은 대표적인 장애 차별 표현의 예다. ‘결정장애’는 결정을 못 하는 행위를 ‘장애’로 비하해 표현하는 것으로 이는 장애를 희화화할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게 불편한 감정을 일으킨다. 결정이 어려운 상황일 때는 ‘결정이 힘들다’, ‘우유부단(優柔不斷)’ 등으로 변경해 쓸 수 있다.‘반팔 티’는 소매가 아닌 팔의 길이가 반인 상태를 나타낸다. 티셔츠이기에 굳이 반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소매 길이가 짧은 옷의 상태를 가리켜 반소매 또는 반소매 티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우리가 평소에 바지 길이의 반이라는 뜻으로 반바지라는 말을 사용하지 ‘반다리’로 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문제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차별 표현인지도 모른 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한다. 우리도 모르는 새 문장에 녹아든 표현들. 차별·혐오 표현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이다. 차별·혐오 표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잘못된 표현이 무엇이고, 그 유형은 어떠한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우리가 자주 쓰는 차별 표현을 표로 정리했다.
※ 차별 의미 띠는 표현(20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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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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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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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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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장애)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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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발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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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바퀴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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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의 길이나 두 개 다리를 ‘정상’ 기준으로 하는 편견이 담긴 표현. 바퀴가 하나인 자전거를 의미하기에 사람의 신체인 발로 표현하기에 부적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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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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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저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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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을 치(癡), 어리석을 매(呆) 자를 사용한 비하 표현. 인지에 문제가 생기는 병의 의미가 드러나도록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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뗑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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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떼,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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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환자들이 발작을 일으키는 것에서 비유한 일본어 ‘덴칸’에서 온 말. 아이의 모습과 뇌전증 환자를 회화화하는 것으로 차별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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뗑깡부리다
뗑깡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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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 부리다, 떼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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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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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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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는 특정 집단을 '친구'로 묘사하는 시혜적인 태도가 내재된 단어로 차별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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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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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 유형에 따라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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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에도 유형이 많고 정도가 다름. 모두 묶어서 '맹인'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차별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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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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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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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을 ‘장애인'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쓰면 '장애인'에 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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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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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시각,
편파적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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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차별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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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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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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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차별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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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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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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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차별적임. ‘꿀 먹은 벙어리’와 같은 속담도 사용에 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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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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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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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발이 파(跛), 다닐 행(行)자를 사용해 ‘절뚝거리며 걷는다’는 뜻. 일이나 계획 따위가 순조롭지 못하고 이상하게 진행됨을 비유하는 차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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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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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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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채무를
연체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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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에 '신용불량자'라는 표현은 없어짐. 금융채무 불이행자, 금융채무를 연체한 자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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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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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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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곧 미성숙하고 서툰 존재라는 편견이 반영됨. 배우는 사람을 ‘가르침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낮춰 보는 인식 반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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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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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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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와 학생이 합쳐진 말. 계약에 의해 정당한 임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의 가치를 드러내는 ‘노동자’를 밝혀 적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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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손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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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소년‧소녀 가정,
비혈연가정
(양부모가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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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 가족이라는 고정관념 및 차별적 인식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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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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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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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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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및 인구의 문제가 여성에게만 할당된 것이 아니지만, ‘저출산’은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을 말해 그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의미 내포, 아기가 적게 태어나는 현상을 뜻하는 ‘저출생’으로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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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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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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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母)자만 들어가 평등육아 개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아동이 객체화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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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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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비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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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만 주어진 명칭, 미혼모와 미혼부를 차별하는 성불평등 용어이자 결혼을 모두가 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을 반영한 용어. ‘하지 않은 상태’를 나타낼 필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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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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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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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체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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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심각한 범죄자의 뉘앙스를 전달할 우려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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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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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이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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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근로자)는 국적에 따른 차별적 의미 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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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육방송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 부산광역시 차별적 행정 용어 개선표
수많은 차별 표현 중에서도 가장 많이 대두되는 것이 장애 차별 표현이다. 때로 비장애인은 위 표현을 혐오·차별로 규정하는 건 너무 예민한 처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보통명사처럼 실생활에서 쓰이고 있고, 특정인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장애인들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명백한 혐오와 차별이 서려 있는 표현”이라고 맞섰다.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차별 구제’ 소송을 제기한 지체장애인 조태흥 씨는 “긍정의 의미로 절름발이, 장애자 같은 말을 하는 건 아니지 않냐”며 “본인들이 들었을 때 기분이 나쁜 말인데, 그걸 비하가 아니라고 하면 뭐가 비하냐”고 했다. 또 다른 소송 당사자인 지체장애인 주성희 씨는 “이런 발언을 들을 때마다 결국은 사회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게 여실히 느껴져 화도 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시민들이 차별·혐오 표현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였다. 사회갈등 심화와 차별 조장,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 위축을 염려한 반면, 자연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은 낮았다.
전문가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차별·혐오의 뜻이 담긴 표현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언어가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일컬어지는 만큼 그 사회의 합의된 생각이 드러나는데, 누군가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사회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전체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차별·혐오 표현을 몰아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연계해 정책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말을 쓰는 우리, 바로 시민의 노력이다. 내가 쓰는 말, 단어의 뜻을 알고 신중히 쓰는 태도가 필요하다. 교육방송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에 나온 길거리 인터뷰에 따르면, 파출부, 농부, 주린이, 골린이 등 알게 모르게 따라 하게 되는 단어들의 숨은 차별을 자세히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유행이라서, 쉬워서, 습관 돼서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차별 표현 단어를 많이 쓰고 있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자 사회의 수준을 나타낸다. 이제라도 단어 뜻을 알게 되었다면, 지금부터 바른 말을 쓰는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는지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언젠가는 국적, 나이 상관없이 누구도 상처받지 않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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