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재난’ 아닌 ‘오타 재난’ 문자는 이제 그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김은수
재난문자는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휴대전화로 보내는 긴급 문자 서비스이다. 긴급성에 따라 위급재난문자, 긴급재난문자, 안전안내문자로 나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난문자는 우리 일상에서 큰 역할을 맡게 되었다. 코로나 확진자 수, 동선 같 실시간 정보를 재난문자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염병뿐만 아니라 재해, 흉기 난동 범죄 발생 시에도 지역 시민들에게 문자가 가므로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이다.
만약 재난문자를 잘못 보내면 어떻게 될까? 지난 5월 31일 오전, 서울시는 경계경보를 발령했다는 위급재난문자를 보냈다. 곧이어 행정안전부는 오발령임을 알렸으나, 서울시는 다시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 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며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러한 오발송과 더불어 재난문자 속 ‘오타’가 인터넷상에 퍼지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재난문자의 맞춤법이 틀리다니요?
‘침방울 튀는 행위 않하기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오타가 포함된 문자가 오자 누리꾼들은 이를 인터넷에 올리고 ‘재난문자가 맞춤법을 틀린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보낸 안전안내문자 때문에 당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서 ‘않하기’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본래 ‘않하기’는 한글 맞춤법에 따라 ‘안 하기’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10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카카오 ‘먹통’ 사태의 복구 상황을 안전안내문자로 알리며, ‘주요 기능 이용 불편 없으십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때는 ‘없습니다’가 옳은 높임 표현으로, 흔히 말하는 ‘커피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사물 높이는 과도한 높임 표현이므로 쓰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실수를 두고 “재난문자 보낼 때 급하게 보낸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누리꾼이 있는가 하면, “전 국민에게 보내는 문자를 왜 검수하지 않고 보내냐”는 비판도 있었다. 잘못된 문자를 전송하면 내용을 오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탈자로 문자 내용이 왜곡되는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대부분 우연히 일어난 일 정도로 가볍게 인식하고 넘어갔다.
호우주의보에 마음대로 외출하라는 재난문자
하지만 오타로 문자 내용이 완전히 뒤바뀌거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재난문자의 사례도 있었다. ‘외출 자재’의 ‘자재’는 본래 ‘자제’로 표기해야 한다. 이때 ‘자제’는 사전적으로 ‘자기의 감정이나 욕망을 스스로 억제함’이지만 ‘자재’는 ‘속박이나 장애 없이 마음대로 하다’라는 의미이므로 아예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외출 자재’는 글자대로라면 ‘외출을 마음대로 하다’라는 뜻으로 바뀌어 버린다. 또한 ‘1339’는 질병관리청 감염병전문콜센터의 전화번호로, 자신이 코로나 접촉 의심자일 때 상담 가능한 번호이다. 그러나 ‘1399’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화번호이므로 코로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특히 전화번호와 날짜는 숫자로 이루어져 오타가 생기기 쉽지만, 중요한 정보이므로 틀리지 않고 정확히 보내야만 한다. 실제로 2016년 국민안전처에서 보낸 긴급재난문자에서는 지진 발생 일자를 당일인 7월 5일이 아닌 7월 4일로 보낸 바 있다. 바로 수정하여 재전송했으나, 문자를 받은 사람들이 ‘어제’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오해해 실제 상황에서 대피하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재난문자를 아무런 지침이나 형식 없이 보내는 것은 아니다.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라 재난문자 발송 표준문안이 정해져 있어, 각종 주의보·경보와 재해 등 상황에 알맞은 표준문안에 맞춰 재난문자를 발송한다. 그러나 재난문자가 제공되기 시작한 2005년경부터 현재까지 오타는 여전히 발생한다. 전 국민에게 보내는 문자이므로 사소한 오탈자로도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경각심을 가지고 이러한 오류와 실수를 고쳐 나가야 한다. 더하여 재난문자 표준문안의 수를 늘리고, 더 체계적인 검수 방침을 적용하여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종식 선언 이후에도 이어지는 여러 재난 상황에서 재난문자가 국민과의 신속, 정확한 소통 창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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