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동아리인지 이름만으로 알고 싶다고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윤혜린 기자
‘이클레스’, ‘이큐브’, ‘뷰할로’라는 동아리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동아리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을까? 앞의 세 가지는 모두 이화여자대학교의 중앙동아리 이름이며 각각 교환학생 멘토링, 환경, 재즈댄스 동아리이다. 이화여자대학교의 중앙동아리는 모두 86개로, 공연, 문화, 사회과학, 사회연대, 종교, 체육, 학술의 총 7개 분야로 나누어진다.
신입생들이 입학하는 3월과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 ‘에브리타임’, ‘캠퍼스픽’ 등의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동아리 홍보글이 올라온다. 그런데 홍보글에 적힌 동아리 이름을 보았을 때, 동아리의 특성을 한 번에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동아리의 이름은 동아리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렇기에 딱 들었을 때 동아리의 특성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요즘 대학교의 중앙동아리나 연합 동아리의 이름을 살펴보면 영어 줄임말 또는 재미와 멋 내기만을 중시해 지은 이름들이 많다.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동아리의 경우에도 86개의 중앙동아리 중 한국어 이름 동아리는 겨우 36개에 그친다.
86개의 중앙동아리 중 한국어로 지어진 동아리, 단 36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화여자대학교의 중앙동아리 중 한국어 이름 동아리는 절반도 되지 않는 36개에 그친다. 이마저도 고유어로만 짓기보다는 한자어, 혹은 고유어와 한자어 조합이 많다. ‘다연회(다도동아리)’, ‘닐리梨화(국악동아리)’가 대표적인 예다. 외국어 이름으로는 이화의 동아리인 만큼 동아리 이름에 로마자로 ‘이화(Ewha)’라는 단어를 넣거나 ‘이(E)’로 시작하는 영어 줄임말로 작명된 경우가 매우 많았다. ‘ENC(영어학술동아리)’, ‘ECC(컴퓨터동아리)’, ‘E.I.A(가치투자학회)’ 모두 영어 줄임말을 로마자로 표기한 이름의 예시다. 또한 한글로 적힌 이름이라고 해도 영어 이름을 표기만 한글로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마저도 그 옆에 괄호와 함께 로마자 표기를 병기한다.
‘말랑말랑한 뇌’? 재미난 한국어 동아리 이름
한국어 이름을 가진 36개의 동아리를 살펴보면 재미난 이름이 많다. ‘말랑말랑한 뇌’는 이화여자대학교의 발명 동아리이다. 발명에 관심이 있고 창의적인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동아리로, 동아리의 성격에 어울리는 유쾌한 한국어 이름이다. 이화여대 홍보 영상 동아리 ‘너이화함께’는 이화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이름이다. 이 외에도 입양 대기 아동을 돕는 봉사활동 동아리인 ‘아가뽀뽀’,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동아리인 ‘다정’ 등이 대표적인 한국어 이름 동아리다.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를 딴 줄임말 이름보다 훨씬 간결하면서도 재밌고 동아리의 특색을 잘 나타낸다.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면서 영어를 사용하고, 외국 문자로 적는 것이 멋지고 지적인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또한 머리글자를 따서 짓는 경우 로마자를 사용하는 것이 보기 좋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어로도 얼마든지 간결하고 예쁜 동아리 이름을 지을 수 있지만 여전히 영어로 작명된 동아리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이름을 지을 때 외국어로 멋을 내기 이전에 우리의 말과 글로 창의적이고 재밌는 동아리 이름을 만들려는 노력을 우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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