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문해력과 디지털 문해력의 현주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김민 기자
kimminals67@naver.com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하 전남인평원)에서는 이달 7일부터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며 문해 교육을 시작했다. 한글 읽기, 쓰기, 셈하기 등과 더불어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디지털 문해교육’도 제공한다.
(출처: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전남인평원은 디지털 역량 강화 공모사업을 통해, 올해 10개 시·군을 선정하여 디지털 문해교육 학습비와 태블릿 컴퓨터 구매 비용으로 총 2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전남인평원은 지난해에도 5개 시·군을 선정하여 태블릿 컴퓨터 121대를 지원했다. 고석규 원장은 "학습 기기 지원 사업이 디지털 문해 교육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남지역신문인 남도일보에서는 “전남인평원, 단순 한글 교육 넘어 디지털 문해교육”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교육을 소개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도 이달 16일에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언어 문해력’은 물론이고 ‘디지털 문해력’까지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교육을 추진하는 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문해력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조합하는 능력, 디지털 기술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아는 능력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디지털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문해력 수준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 속에서 사람들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디지털 문해력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접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년층에게 디지털 문해력이란 부러 학습하지 않는 이상 키우기 힘든 능력이다. 노년층은 진보하는 사회에서 잠깐만 주춤해도 걷잡을 수 없이 뒤처지고 만다.
언어 문해력의 현주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더디게 흘러가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단절된 채 여러 전자 기기에 더욱 익숙해졌다. 이는 문해력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출처: 연합뉴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교 교사 1,1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문해력 하락의 주요 원인은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에 익숙해서(73%)', '독서를 소홀히 해서(54.3%)'였다. 김기용 교사(경기도 광주도평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시 등으로 수업하면서 아이들의 독서량이 크게 떨어졌으며, 유튜브에서 다른 사람이 해석해주는 영상을 접하다 보니 직접 글을 읽고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는 걸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전자 기기 사용량과 독서량은 반비례하는 셈이다.
문해력은 독서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며 길러지기도 한다. 소통의 감소와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 때문에 대한민국 사람들의 문해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문해력 저하는 개인적 차원에서나 사회적 차원에서나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안건이다. ‘문해’의 반의어는 ‘문맹’이다. 전남인평원은 한글 교육을 추진함으로써 문맹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다. 한글을 사용하는 민족으로서 길러야 할 언어 문해력과 진보하는 과학 기술에 발맞춰 가기 위한 디지털 문해력을 전부 향상시키고자 하는 전남인평원의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어 문해력과 디지털 문해력은 경중을 따질 수 없기에, 둘을 함께 향상시키거나 결합할 수 있는 교육에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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