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지키는 약, 우리말도 지킬 수는 없을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윤혜린 기자
yhrin412@naver.com
‘코메키나’, ‘아프니벤큐’라는 약의 이름을 들었을 때 언제 먹어야 하는 약인지 알 수 있을까? 이는 각각 코막힘과 구내염 증상에 복용하는 약이다. 상품의 이름은 소비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수록 좋다. 특히 약은 몸이 아플 때 필요하기에 자신의 증상에 맞는 약을 바로 떠올려 쉽게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약의 효과 및 효능을 나타내는 단어를 연음되는 형태 그대로 적거나 맞춤법을 지키지 않고 작명된 약품명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약의 효능을 알리고 재치까지 더해준다는 점에서 좋은 판매 전략 중 하나이지만 부작용으로 잘못된 언어문화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말을 파괴하며 만든 약 이름이 광고효과가 좋고 친근하다는 이유로 제약회사와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용된다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잘못된 언어 환경에 익숙해져 그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다음은 모두 이 같은 방법으로 지어진 약품명의 사례들이다.
코메키나
(출처: 대웅제약 뉴스룸)
대웅제약의 ‘코메키나’는 재미난 작명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약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콧물, 코막힘 등의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에 효과적인 약으로, 증상이 발현되는 ‘코’, 제품의 핵심 성분인 ‘메퀴타진’과 ‘코맥히나’라는 사투리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이름을 듣는 즉시 누구든 코막힘에 효과적인 약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친근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한 작명으로 보기는 어렵다. ‘코메키나’는 앞서 언급한 세 개의 의미를 이름 안에 모두 담기 위해 단어를 새로 조합하고 줄였다. 이 과정에서 ‘메퀴타진’을 자연스럽게 조합하기 위해 ‘맥히나’라는 사투리를 더하여 만든 ‘메키나’는 맞춤법에는 맞지 않는다.
아프니벤큐
(출처:코오롱제약 누리집)
코오롱제약의 ‘아프니벤큐’는 가글형 구내염 치료제로, 약품명은 ‘아픈 입엔’을 발음대로 적은 ‘아프니벤’이다. 실제 텔레비전이나 지면 광고에서도 ‘아픈 입엔, 아프니벤큐!’라는 문구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각인시켰고 2017년에는 대한민국 제약산업 광고 대상을 차지하면서, ‘아프니벤큐’는 약품명으로 광고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언어유희를 이용한 작명이 판매 전략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올바른 언어문화 측면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한국어를 발음대로 이어 적은 약품명이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인식된다면 옳지 않은 표기에 익숙해질 수 있다.
아나파베
(출처: 메디파나뉴스)
태극제약의 ‘아나파베정’은 배 아픔과 속 쓰림에 효과적인 약으로 이름에서 쉽게 그 효능을 유추할 수 있다. ‘안 아파, 배’를 뜻하는 ‘아나파베’는 발음 그대로 이어 적기한 표기를 약품명으로 정한 것이다. 친근하고 직관적인 이름이므로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 역시 맞춤법에 맞지 않는 표기여서 소비자들은 옳지 않은 언어 표현을 학습하게 될 수 있다.
한국어의 언어유희를 이용한 친근한 작명은 소비자들이 약의 효과 및 효능을 쉽게 이해하고 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판매전략이기에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줄임말이나 문법에 맞지 않는 약품명에 계속 노출되면 잘못된 언어 환경에 익숙해진다. 재밌고 친근한 이름으로 약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말을 파괴하면서가 아닌, 바른 언어를 사용해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언어문화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가령, 그날엔(생리통약), 이가탄(잇몸약), 담엔싹(근육이완제)처럼 말이다. 우리 몸을 지키는 소중한 약이 우리의 말과 글까지 지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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