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 한국어 오용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박수진 기자
nur351@naver.com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광고를 접한다. 광고를 볼 때 사람들은 어디에서 가장 강한 자극을 받을까? 단순한 사진? 짧은 문구? 때로는 사진보다도 잘 만들어진 문구가 더 기억에 오래 남기도 한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가 그 예시이다.
광고 언어는 광고에서 사용하는 짧은 문구를 의미한다. 흔히 ‘카피’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광고주는 특이한 문구로 소비자의 제품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그 결과 광고에서 잘못된 한국어 사용이 늘어났다. 잘못된 광고 언어는 한국어를 오염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바르닭‘ 광고(출처: ‘바르닭‘ 누리집) ▶‘국개대표’ 광고(출처: ‘국개대표‘ 누리집)
닭가슴살 판매 기업 ‘바르닭’에서는 ‘급하게 찐 살, 급하게 빼자’의 준말인 ‘급찐급빠’로 제품을 광고한다. 강아지 사료 광고에서는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유명해진 ‘사라야 어떡해? 너네 주님 개빡쳤어. 너 지옥행이래.’라는 대사를 활용해 ‘개빡쳤어(화나다를 속되게 이르는 표현). 너 텅장행이래(텅빈 통장으로 가는 길)’라는 문구로 강아지 사료를 광고한다. 원래 대사에 있던 비속어를 광고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비속어, 신조어를 남용한다.
이렇듯 광고 문구에서는 광고 효과만 생각하고 맞춤법을 무시할 때가 많다. 위의 사례 외에도 난해하고 어색한 신조어와 유행어, 속어, 이해하기 어려운 준말, 외국어와 외래어도 많이 쓰인다. 띄어쓰기를 틀리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모든 언어 표현은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 매체로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연구도 많다. 그만큼 대중 매체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보는 사람들의 언어 습득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국어 맞춤법을 잘 모르는 초등학생들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팔도 비빔면‘ 제품 사진(출처: '팔도‘ 누리집)
하지만 이른바 ‘한글 파괴’ 광고 문구의 부정적인 면을 내세워 무작정 금지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마케팅 관점에서 속어, 신조어는 소비자와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광고의 핵심인 창의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팔도 기업의 비빔면을 ‘괄도 네넴띤’으로 표현한 광고가 그 예시이다. 젊은 층의 언어 습관을 반영해 글자 모양을 변형했다. 그 결과 오래되어 낡은 느낌을 주는 상표에서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상표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이처럼 광고 문구에서 신조어, 비속어, 외래어 등은 기업이 소비자의 언어문화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잘못된 광고 언어를 광고주의 홍보 전략으로 보고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할지, 아니면 광고 언어가 국어를 오염시킨다고 봐야 할지 고민스럽다. 제품을 되도록 많이 팔기 위해 광고 언어를 독특하게 구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광고 속 한국어 파괴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과도한 한국어 파괴를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될까?
과거 신조어와 속어, 외국어를 남용하는 방송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체불명 신조어와 저속한 표현, 불필요한 외국어 혼용 표현 등을 남발해 한글 파괴에 앞장섰다.”, “오직 흥미만을 목적으로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의도적인 표기 오류 표현 등을 남용한 것은 방송의 품위와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하는 것이다.”라며 제재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방송통신 심의 위원회의 제재를 받는 방송언어와 달리 광고 언어는 여전히 제재 기관이나 기준이 부족하다. 광고도 한국어 사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광고의 창의성 존중과 한국어 보호를 위한 제재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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