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세계박람회를 준비하면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부산을 영어상용도시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학교의 영어교육을 혁신하고 시민의 영어공부 환경을 조성하고, 공공안내판과 시설물 이름, 교통수단 등에 영어를 사용하며, 공문서와 시정 보도에 영어를 사용하는 공공기관 선도 영어사용 전략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미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서 실패로 끝난 영어마을을 다섯 곳이나 운영하겠다니 예산을 낭비할 것이며, 공문서의 정책용어와 행정용어에 영어가 넘쳐 정책을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안내판을 비롯한 각종 시설이 영어로 도배되어 시민에게 불편을 줄 것입니다. 한 마디로 예산 낭비, 시민 불편에 남는 것은 영어남용뿐입니다.
<부산영어상용반대 국민연합>을 만들어 반대 서명운동을 펼칩니다.
문화 혼란, 예산 낭비, 시민 불편, 알 권리 침해, 영어사교육 조장 등 백해무익한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반드시 막아냅시다.
워낙 세계적 여파가 큰 사건이었기에, 그리고 우리 삶을 폭력적으로 뒤바꾼 현상이기에 그간 새말모임에서도 코로나 관련 용어를 여러 차례 다루었다. 2020년 3월 ‘팬데믹’과 ‘에피데믹’을 우리말 ‘감염병 세계적 유행’과 ‘감염병 유행’으로 다듬은 이래 ‘n차 감염’을 ‘연쇄 감염, 연속 감염’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코로나 일상’으로, ‘롱 코비드’를 ‘코로나 감염 후유증’ 등으로 다듬어 선보인 바 있다.
코로나와 함께 독감과 같은 다른 전염병이 동반 유행하자 이를 일컫는 ‘트윈데믹’(twin-demic)이라는 말이 등장했고, 이 역시 새말모임에서 2020년 9월에 ‘감염병 동시 유행’이라고 다듬은 말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수족구, 급성호흡기감염증인 사람메타뉴모바이러스(HMPV),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같은 전염병에 대한 경고가 따르며 세 가지 전염병이 동시 유행하는 ‘트리플데믹’(triple-demic)이 나타나더니만 이렇게 여러 개 전염병이 동시다발 유행하는 것을 일컫는 ‘멀티데믹’(multi-demic)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2022년 8월 처음 언론에 등장한 ‘멀티데믹’은 3개월 사이에 무려 1만 2000번이 넘게 인용되는 등 만만찮은 기세로 유포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새말모임은 또다시 고민에 빠지게 됐다. 기존에 ‘트윈데믹’의 대체어로 발표한 ‘감염병 동시 유행’이라는 다듬은 말이 사실상 ‘멀티데믹’을 대신해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신조어가 나왔으니 따로 다듬어야 할까 아니면 ‘감염병 동시 유행’을 이 용어에도 적용해 함께 쓰도록 할까 고민되는 지점이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두 가지 전염병 유행을 가리키는 ‘트윈데믹’과 여기에 하나 이상의 질병이 덧붙여진 세 가지 이상 전염병의 발병을 뜻하는 ‘멀티데믹’은 분명 포괄하는 범위가 다른 용어다.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를 보아도 응답자의 75.9%가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게 좋다고 응답한 만큼 별도의 새말을 다듬어 선보일 필요가 있겠다.
3. 2022년 8월 11일 보도자료에 세종시 간선 급행 버스인 ‘바로타’를 대상으로 ‘비접촉 요금결제 방식’을 시범 운영한다는 소식이 실렸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을 ‘SUPER-BRT 태그리스’라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SUPER-BRT’와 ‘태그리스’는 모두 국민이 알기 어려운 외국어이며, 특히 명칭에 로마자를 사용하여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 ‘공공기관등은 공문서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게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를 어기게 합니다.
4. 한글문화연대 <외국어의 국민 이해도 조사(2020년)>에 따르면, ‘태그’가 무슨 뜻인지 아는 국민은 57%에 지나지 않으며, 특히 70대 이상 국민 중에서는 14%만이 이 말을 이해한다고 답했습니다. ‘태그리스’는 더욱 어려운 말입니다. 대중교통은 누구나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어렵고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면 정책 홍보 효과가 떨어지고, 이는 국민의 이동권과 알 권리 침해로 이어집니다. 국민은 ‘교통카드 태그’보다 ‘교통카드 찍기’라는 우리말 표현에 더 익숙합니다. 급행 버스 체계가 발전된다면 ‘차세대 급행 버스’, ‘으뜸 급행 버스’라고 불러도 그 뜻을 충만하게 담을 수 있습니다.
5. ‘SUPER-BRT 태그리스’라는 모호하고 어려운 외국어를 사용하지 말아 주십시오, 쉽고 재치있는 우리말 명칭을 지어 부르면 더 효과적으로 새로운 교통 체계를 알릴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답변을 2022년 8월 25일까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수어는 농인의 손 움직임을 포함한 신체적 신호를 이용하여 의사를 전달하는 시각언어다. 2012년, 장애인단체가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상 앞에 모여서 '훈농수어(訓聾手語)'를 읽었다. '농인의 언어인 수어가 한글과 달라 서로 통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농인들의 답답함이 크고, 자신의 의견을 원활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세종인 내가 농인들을 위하여 수어를 만들어 반포한다.' 이러한 운동의 결과, 2016년 2월 3일,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수어도 한국어와 동등한 대한민국 법정 공용어로 인정됐다. 수어는 다른 음성 언어와 마찬가지로 자연 언어에 속하므로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등이 존재하며 현재도 국립국어원 등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한국수화언어법' 시행으로 수어가 청각장애인의 고유 언어로 인정되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중계방송에서는 자막과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모두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지만, 농인의 모국어는 한국어가 아닌 한국수어다. 즉, 농인과 청인의 언어는 다르다. 그로 인한 문화 차이의 사례를 찾아보았다.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게임인 '고요 속의 외침'은 음악이 크게 나오는 헤드폰을 껴 외부 소리를 차단한 뒤, 앞에서 설명하는 사람의 입모양을 보고 정답을 맞추는 게임이다. 이때 입모양을 잘못 읽어 엉뚱한 대답을 하면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된다. '고요 속의 외침'은 예능프로그램의 고전이자 단골 게임이지만, 농인이라 밝힌 이가 누리 소통망에 "게임 참여자가 엉뚱한 단어를 말할 때마다 바보 아니냐며 웃는 사람들, 뭐가 재미있는 건지"라며 "일반 학교에서 청인 동급생한테 저런 짓을 수없이 당했다. 재미있을 리가"라고 글을 올렸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이들에겐 소리를 차단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설정 자체가 상처일 수 있는 것이다. 농인들은 농인으로서 자기동일성을 가지며 '농문화'를 형성한다. 이 안에서 생활양식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되고 전승된다. 이러한 방식 중 청인과의 문화 차이로 오해가 생길 때도 있다. 농인들은 다른 사람을 부를 때 상대방에게 손을 닿게 하여 상대의 주목을 끈다. 이러한 행동이 당연한 농인은 '왜? 무슨 일인데'라고 반응하는 반면, 청인에겐 기분 나쁜 행동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독특한 농문화를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고 의사소통에서는 소리가 우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 비해 소통이 안 된다고 농인을 비웃거나 무시하는 사례는 줄었지만, 여전히 농인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편이다. 서울수어전문교육원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에는 농인 외에 입 모양을 읽거나 발성 연습으로 음성 언어를 습득해 소통하는 '구화인', 어느 정도 청력이 있어 보청기가 있으면 소통이 가능한 '난청인' 등이 있다. 청각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등장인물이 농인인지 구화인인지 구별 없이 설정된 경우가 많다. 단지 청인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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