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세계박람회를 준비하면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부산을 영어상용도시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학교의 영어교육을 혁신하고 시민의 영어공부 환경을 조성하고, 공공안내판과 시설물 이름, 교통수단 등에 영어를 사용하며, 공문서와 시정 보도에 영어를 사용하는 공공기관 선도 영어사용 전략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미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서 실패로 끝난 영어마을을 다섯 곳이나 운영하겠다니 예산을 낭비할 것이며, 공문서의 정책용어와 행정용어에 영어가 넘쳐 정책을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안내판을 비롯한 각종 시설이 영어로 도배되어 시민에게 불편을 줄 것입니다. 한 마디로 예산 낭비, 시민 불편에 남는 것은 영어남용뿐입니다.
<부산영어상용반대 국민연합>을 만들어 반대 서명운동을 펼칩니다.
문화 혼란, 예산 낭비, 시민 불편, 알 권리 침해, 영어사교육 조장 등 백해무익한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반드시 막아냅시다.
새말 모임에서 다듬을 말 목록을 받으면 일단 풀이를 보지 않고 외래 용어만 읽은 뒤 뜻을 가늠해 보곤 한다.
대중문화에 과문한 탓인지 이번에 다룰 ‘헤드라이너’(headliner)라는 단어를 보고는 공연문화와 관련된 표현이라고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신문 표제(headline)에 등장한 유명인사’ 혹은 ‘신문 표제 기사를 쓴 기자’ 정도를 떠올렸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니 절반만 맞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듬을 말은 그 의미로 쓰인 게 아니었다. ‘행사나 공연 등에서 가장 기대되거나 주목받는 출연자, 또는 그 무리’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보통 공연의 최고조에 등장해 무대를 장식하거나, 공연을 홍보할 때 가장 크게 부각되는 출연자, 혹은 출연진을 일컫는다. 영어사전에서 ‘신문 표제를 쓴 기자’ 다음으로 소개된 우리말 해석이 바로 이 뜻이었다.
‘헤드라인’은 신문의 표제어라는 명사로 쓰이는 것 외에도 ‘공연 등에 주요 출연자로 나오다’는 뜻의 동사로 쓰인다. 여기에 ‘~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er’을 붙인 게 ‘헤드라이너’다. 공연을 소개하는 안내 전단지에서 제일 큰 글씨 혹은 제일 돋보이는 사진으로 실리게 되는 인물이니 매체만 신문이 아닐 뿐 ‘표제에 등장한 유명 인사’라는 뜻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3. 한글문화연대는 시민의 제보를 받아 2022년 8월 11일 전라남도 무안군 누리집에 쓰인 ‘모바일 헬스케어’를 우리말로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8월 23일 무안군에서는 보건복지부에서 2021년에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우리말로 변경하기 어렵다고 답변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사업 이름을 바꿔야 무안군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헬스케어는’ 2020년 외국어의 국민 이해도 조사에서 국민 평균이해도가 65% 밖에 되지 않고 특히 70세 이상에서는 45% 만이 이해한다고 답변한 용어입니다. ‘헬스케어’는 전반적인 건강 관리 체제이므로 쉬운 우리말 ‘건강 관리’, ‘건강 돌봄’ 등으로 바꾸어 주십시오. 당장 바꾸기 어렵다면 2023년 사업부터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동 통신 건강 관리’, ‘전화 건강 관리’ 등 쉬운 우리말로 사업 이름을 바꿔 써 주십시오.
5. 이에 대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의 의견을 2022년 9월 16일까지 전자우편(urimal@urimal.org)으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IAEA, NPT, ETRI, IPEF….’ 보도자료나 공문서에는 국제기구, 공공기관 등의 명칭이 대부분 로마자 약칭으로 표기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의 로마자 약칭인 ‘APEC’을 비교해 보았을 때처럼, 로마자 약칭은 전문용어를 짧게 표기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별다른 설명 없이 로마자 약칭만 써둔다면, 각 알파벳이 뜻하는 바가 분명하지 않아 이 로마자 약칭의 의미를 단번에 알 수 없다. 만약 이 단어가 국민이나 불특정한 다수를 대상으로 쓰인다면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발생할 뿐 아니라, 누군가에겐 차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로마자 약칭을 우리말 약칭으로 바꾸어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뜻하는 로마자 약칭 ‘FED’를 ‘미 연준’이라는 우리말 약칭으로 바꾸어 부르듯이 말이다.
한글문화연대는 이러한 로마자 줄임말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우리말 약칭으로 바꿀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2월 2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로마자 약칭 대응 방안: 우리말 약칭 만들기>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발표자를 비롯해 약 3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의 인사말로 학술대회가 시작되었다. 이건범 대표는 최근 이태원 참사 당시 언론 보도에 로마자 약칭 ‘CPR(심폐 소생술)’이 빈번하게 쓰여 심각성을 느꼈다고 언급하며, 로마자 약칭 문제의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말했다. 한글학회 권재일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언어의 경제성과 아름다움, 품격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표현의 경제성보다 이해의 경제성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이번 학술대회의 발표는 6개 주제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로 이정복 대구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가 <줄임말 문화와 외래 고유명사의 줄임말>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정복 교수는 줄임말의 형성 원리와 외래 고유명사 줄임말의 사용 방식을 살펴보며, 로마자 줄임말이나 외래 고유명사를 처음 들여올 때부터 한국어 번역 줄임말을 함께 만들어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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