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싣고 갈까, 타고 갈까 [아, 그 말이 그렇구나-73] 성기지 운영위원 싣고 갈까, 타고 갈까 가끔 신문을 보면, “승객 몇 명을 실은 여객기”라든가 “승객 몇 명을 싣고 가던 버스가 추락했다.”와 같은 기사를 볼 수 있다. 익숙하지만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다. 이 기사에 쓰인 ‘싣다’는 자동차나 배, 비행기 따위에 어떤 물건을 올려놓는다는 뜻을 지닌 낱말이다. 따라서 관광객이 비행기나 유람선에 타고 승객이 버스를 타는 경우에는 ‘싣다’라는 표현이 알맞지 않다. 사람을 화물처럼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에는 ‘싣다’의 넓은 뜻으로 “사람이 어떤 곳을 가기 위하여 차, 배, 비행기 따위의 탈것에 오르다.”도 포함시켜 놓았지만, 이는 “버스에 지친 몸을 싣고 집으로 향했다.”, “그들은 한밤중에 강제로 트럭에 실려 갔다.” 들과.. 2015. 1. 21. 아내에 대하여 [아, 그 말이 그렇구나-72] 성기지 운영위원 아내에 대하여 ‘아내’에는 우리 선조들의 남성 중심적 사고가 묻어 있다. 본디 ‘안해’라고 하다가 소리 나는 대로 ‘아내’로 굳어진 말인데, ‘안’은 집안일을 돌보기 때문에 붙인 말이고, ‘해’는 ‘것’을 뜻하는 우리말로 소유를 나타낸다. 집안일을 돌보는, 남자의 소유물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옛날에도 요즘과 마찬가지로 부부의 나이가 중년을 넘어서게 되면 집안에서 아내의 위치가 올라가게 되었다. 그래서 ‘여편네’나 ‘아내’라는 말이 ‘마누라’로 달라지게 된다. ‘마누라’는 원래 높이는 말이었기 때문에, 나이가 지긋한 아내를 다정하게 부를 때 쓰는 호칭어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다가 현대에 와서는 ‘아내’나 ‘마누라’의 쓰임이 완전히 달라졌.. 2015. 1. 16. 에라, 잘코사니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71] 성기지 운영위원 올해는 양띠 해라고 한다. 한평생 가족, 이웃, 친구들과 더불어 사는 양은 그 생김새만큼이나 순하고 어진 동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도 이들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새 마음으로 새 결심을 하는 이맘때가 되면, 지난 한 해 동안 만나왔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되돌아보게 되는 듯하다.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대개는 사람에 대한 미움과 짜증이다. 우리 주위에는 정서적인 긴장을 주고 짜증을 일으키는 미운 사람이 있다. 이런 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하면 고소한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이때 쓰는 말이 ‘잘코사니’라는 말이다. “잘난 척 하더니 에라, 잘코사니다.”처럼, ‘잘코사니’는 미운 사람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길 때 쓰는 순 우리말이다. 하지만 .. 2015. 1. 8. '연임'과 '중임' [아, 그 말이 그렇구나-70]성기지 운영위원 뜻 구별이 쉽지 않은 말들 가운데 '연임'과 '중임'이 있다.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의 이력 사항을 살펴보면, 어떤 직책에 대하여 연임했다는 표현과 중임했다는 표현이 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일상생활에서도 동창회나 친목회 회칙을 만들 때, 연임과 중임이 혼동되는 경우가 있다. 가령 회장이 임기를 마친 뒤, 다시 또 회장을 맡는 것을 연임이라 하는 사람도 있고 중임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에는 연임이라고 써야 한다. '연임'은 정해진 임기를 마친 뒤에 다시 거듭하여 그 임기의 직에 머무르는 일을 말한다. 예를 들면,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연임을 금하고 있다."와 같이 쓰는 것은 올바른 표현이다. 이번에 이건범 님이 한글문화연대 대표를.. 2014. 12. 29. '넘어지다'와 '쓰러지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69]'넘어지다'와 '쓰러지다'/성기지 운영위원 길가에 베어져서 눕혀 있는 나무들을 가리켜 “나무가 쓰러져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나무가 넘어져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몸이 균형을 잃고 바닥에 닿는 상태를 가리킬 때 상황에 따라 ‘넘어지다’ 또는 ‘쓰러지다’라고 말한다. 엄밀히 구별해 보면, ‘넘어지다’는 발바닥을 제외한 몸의 일부가 바닥에 닿는 상태를 뜻한다. 가령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하는데, 이를 “돌부리에 걸려 쓰러졌다.”고 하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쓰러지다’는 몸 전체가 길게 바닥에 닿는 상태다. “과로로 쓰러졌다.”라는 말을 “과로로 넘어졌다.”로 표현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완전히 베어져서 길가에 누워 있는 나무를 가리켜 .. 2014. 12. 19. ‘어줍다’와 ‘어쭙잖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68] ‘어줍다’와 ‘어쭙잖다’/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 ‘어줍다’는 말이 있다. 서투르고 어설픈 것을 표현할 때, 또는 어쩔 줄을 몰라 겸연쩍거나 어색한 모습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남자가 맞선을 보면서 시선 처리를 잘 못하고 말을 더듬는다든지 하면 “그 남자는 맞선을 보면서 무척 어줍어했다.”라고 쓸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어줍다’는 말은 ‘수줍다’와 비슷한 점이 있다. ‘수줍다’는 “숫기가 없어 다른 사람 앞에서 부끄러워하다.”는 뜻으로, “그 여자는 맞선을 보면서 몹시 수줍어했다.”처럼 쓰인다. 그러니까 어줍은 남자와 수줍은 여자가 맞선을 보게 되면, 얼마나 어색한 자리가 될 것인가. 우리는 ‘어줍게’보다는 ‘어줍잖게’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지만, 바른 표현이 아니다.. 2014. 12. 11. 살을 에는, 살이 에이는 [아, 그 말이 그렇구나-67] 성기지 운영위원 이번 주 내내 온 나라에 기습적인 겨울 추위가 이어졌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데다가 찬바람까지 불게 되면 손이나 귀가 시리게 되는데, 이때 “살을 에이는 듯한 찬바람”이란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때는 ‘살을 에이는’이 아니라,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라고 하거나, 피동형으로 “살이 에이는 듯한 찬바람”이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커다란 슬픔을 겪게 되면 “가슴을 에이는 슬픔”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예리한 연장으로 도려낸다는 뜻으로 ‘에이다’라는 낱말을 쓴 것이다. 그러나 이때에도 “가슴을 에는 슬픔”이라 하거나, “가슴이 에이는 슬픔”이라 해야 바른말이 된다. ‘에이다’는 ‘에다’의 피동사이기 때문에, 말을 할 때 잘 구별해서 써야 한다.. 2014. 12. 4. 굉장히 추워요 [아, 그 말이 그렇구나-66] 성기지 운영위원 소설을 앞두고 벌써 한겨울에 접어든 느낌이다. 요즘 날씨가 꽤 추워졌는데, 추운 날씨를 표현할 때 우리는 “어유, 오늘 아침은 굉장히 추워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다. ‘굉장히’라는 말은 크고 으리으리한 모양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곧 “굉장히 큰 집이다.”, “굉장한 규모의 도시이다.” 또는 “키가 굉장히 큰 학생이다.”라고 말할 때에 쓰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주 작다는 뜻으로 “굉장히 작네요.”라든지, 아주 가볍다는 뜻으로 “보기보다 굉장히 가벼워요.”라는 말은 모두 올바른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이때에는 각각 “매우 작네요.”, “보기보다 매우 가벼워요.”와 같이 말하는 것이 알맞다. “굉장히 추.. 2014. 11. 27. 양구이와 막창구이 [아, 그 말이 그렇구나-65]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는 흔히 음식을 먹은 후에 “양이 찼느냐?” 또는 “양에 찼느냐?” 하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때의 ‘양’은 분량을 나타내는 한자말 ‘량(量)’이 아니다. 이 ‘양’은 위장 가운데 위에 해당하는 우리말이다. 그래서 “양이 찼느냐?” 하는 것은 ‘위가 찼느냐?’, 즉 ‘배가 부르냐?’ 하는 뜻이다. 이 말을 “양이 찼다.”라고 표현하면 ‘내 위가 음식물로 가득 찼다.’는 뜻이고, “양에 찼다.”라고 말하면 ‘내가 먹은 음식물이 내 위에 가득 찼다.’라는 뜻이 되므로, “양이 찼다.”, “양에 찼다.” 둘 다 어법에 맞는 표현이 된다. 그런데 현대국어에 와서 우리말 ‘양’은 사람에게서 떠나 짐승―특히 소의 위를 가리키는 용어로 굳어졌다. 우리 몸의 .. 2014. 11. 13.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