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기라성과 비까번쩍 [아, 그 말이 그렇구나-82] 성기지 운영위원 기라성과 비까번쩍 일상에선 잘 쓰이지 않지만 신문기사나 기고문 따위에서 ‘기라성’이란 말이 자주 눈에 띈다. ‘기라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이라 해놓고, “신분이 높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말은 일본말이다. ‘きらきら’[기라기라]라는 일본말이 있는데 우리말로는 ‘반짝반짝’으로 옮길 수 있다. 이 ‘기라기라’에서 생긴 일본말이 ‘기라보시’이다. 한자 ‘별 성(星)’ 자가 일본말로는 ‘ほし’[호시]이기 때문에, ‘반짝이는 별’을 ‘기라보시’라고 한다. 이 말을 우리가 별 생각 없이 ‘기라성’이라고 옮겨 쓰고 있는 것이다. ‘쟁쟁한’, ‘내로라하는’ 우리말로 바꾸어.. 2015. 4. 8. 발코니와 베란다와 테라스 [아, 그 말이 그렇구나-81] 성기지 운영위원 발코니와 베란다와 테라스 언제부턴가 아파트 주민들도 봄맞이를 하며 갖가지 채소를 기른다. 아파트마다 서비스 면적으로 붙어 있는 공간에 화분을 놓거나 흙을 채워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간을 ‘발코니’라 하기도 하고 ‘베란다’라 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또 ‘테라스’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거실에서 바깥쪽으로 이어 붙인 바닥은 베란다가 아니라 발코니가 맞다. 발코니는 우리말로 ‘노대’라고 한다. ‘노대’라고 하면, 2층 이상 주택이나 아파트의 벽면 바깥으로 튀어나와 연장된 바닥을 말한다. 노대는 위층과 아래층이 모두 같은 방법으로 달린 경우가 많다. 건물 밖에서 보았을 때, 윗집의 노대 바닥이 아랫집 노대의 천장이 되는 경우는 모두 .. 2015. 3. 26. 우리 가게 정짜님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80]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 가게 정짜님들 가짜 물건이나 모조품을 ‘짝퉁’이라고 하는데, 이 말에 반대되는 순우리말이 있다. 바로 ‘정짜’라는 말이다. ‘정짜’는 거짓으로 속여 만든 물건이 아닌 정당한 물건을 뜻하는 말이다. “그 명품 가방이 짝퉁인지 진품인지 구별되지 않는다.”고 할 때, 이 ‘진품’은 한자말이고, 그에 해당에는 순 우리말이 ‘정짜’이다. 그런데, 순우리말 ‘정짜’ 외에 한자 ‘바를 정’(正) 자를 쓰는 ‘정짜’가 또 있다. 이때의 ‘정짜’라는 말은, 가게에 들러 그냥 눈 구경만 하지 않고 들르면 꼭 물건을 사 가는 단골손님을 뜻하는 말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손님이 바로 ‘정짜’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상인들이 그리 달가워하지 않.. 2015. 3. 19. 쑥되고 말았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79] 성기지 운영위원 쑥되고 말았다 발음이 잘못 알려져 쓰이고 있는 낱말 가운데, ‘쑥맥’이란 말이 있다.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가리켜 ‘쑥맥 같다’고 한다. 이렇게 발음하다보니 풀이름인 ‘쑥’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때에는 쑥이 아니라 콩을 뜻하는 한자말 ‘숙’(菽) 자를 쓴다. ‘숙’이 ‘쑥’으로 발음되고 있는 것이다. 또 ‘맥’은 ‘보리 맥’(麥) 자이므로, 이 낱말은 ‘쑥맥’이 아니라 ‘숙맥’이다. ‘숙맥’은 ‘콩과 보리’를 가리킨다. 본디 ‘숙맥불변’(菽麥不辨)이라는 한자 숙어에서 비롯된 말인데, 우리말로 풀면 ‘콩인지 보리인지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생김새가 아주 다른 콩과 보리조차 구별하지 못할 만큼 분별력이 무딘 사람을 ‘숙맥’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요.. 2015. 3. 11. 가까운 측근 [아, 그 말이 그렇구나-78] 성기지 운영위원 가까운 측근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에, 낱말을 불필요하게 중복하거나 반복하는 일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아무개의 가까운 측근’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그런데 ‘측근’이란 말이 “곁에 가까이 있다.”는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측근’이라고 하면 필요 없이 같은 뜻의 말을 반복해서 쓴 사례가 된다. 이때에는 ‘아무개의 측근’이라고 하거나 ‘아무개와 가까운 인물’이라고 말해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방송에서도 이렇게 뜻이 겹치는 표현들을 들을 수 있다. ‘미리 예고해 드린 대로’라는 말을 가끔 듣는데, ‘예고’가 “미리 알린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에, 그 앞에 또 ‘미리’를 붙여 쓰는 .. 2015. 3. 4. 다사로운 손길 [아, 그 말이 그렇구나-77] 성기지 운영위원 다사로운 손길 설을 맞아서 외지에 나가 살던 자녀들이 부모님을 찾아뵈면 비워 두었던 방에도 난방을 하게 되는데, 오랜만에 불을 때면 방바닥이 금세 뜨거워지지 않고 조금씩 온기가 올라온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알맞게 따뜻해’지는데, 이런 것을 ‘다습다’라고 말한다. “다스운 온돌방에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라고 말할 수 있다. 흔히 어르신들이 “따신 방에”라고 말할 때의 ‘따신’은 ‘다스운’에서 비롯한 말이다. 그리고 ‘조금 다습다’라는 뜻으로 쓸 때는 ‘다스하다’라고 말한다. “다스한 봄 햇살이 툇마루에 비친다.”라고 하면 다스운 온돌방보다는 봄 햇살이 조금 덜 따뜻하다는 표현이다. 이런 다스함이 온돌방이나 햇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 2015. 2. 27. 새털과 쇠털 [아, 그 말이 그렇구나-76] 성기지 운영위원 새털과 쇠털 우리는 흔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날을 비유해서 ‘새털같이 많은 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의 ‘새털’은 ‘쇠털’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소의 뿔을 ‘쇠뿔’이라 하듯이 소의 털을 ‘쇠털’이라 하는데, 그 쇠털만큼이나 많은 날을 가리킬 때 우리 한아비들은 ‘쇠털같이 많은 날’이라고 비유적으로 써 왔다. ‘쇠털’의 발음이 ‘새털’과 비슷해서 잘못 전해진 것인데, 1957년에 한글학회에서 펴낸 『큰사전』에 “쇠털같이 많다.”라는 말이 오른 이래로 모든 국어사전에 “새털같이 많은 날”이 아닌 “쇠털같이 많은 날”이 올라 있다. 그러므로 “새털 같은 날”이나 “새털같이 하고많은 날”은 “쇠털 같은 날”, “쇠털같이 하고많은 날”로 써야 옳다.. 2015. 2. 11. 거스러미와 구레나룻 [아, 그 말이 그렇구나-75] 성기지 운영위원 거스러미와 구레나룻 살결이 매끄럽지 않고 거칠어지면 ‘거슬거슬하다’고 말한다. 좀 더 심해져서 까칠해지면 ‘까슬까슬하다’, ‘꺼슬꺼슬하다’ 따위 센말로 표현할 수 있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손끝 부분이 잘 트기도 하고 살갗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은데, 까슬까슬해진 손끝은 명주실로 짠 이불에만 스쳐도 따갑다. 그러나 손톱이 박힌 자리 주변에 살짝 일어난 살갗은 이보다 훨씬 따갑고 신경 쓰인다. 이렇게 일어난 살갗을 ‘거스러미’라고 한다. 그런데 나무의 결이 가시처럼 얇게 터져 일어나는 부분도 거스러미라고 하기 때문에, 손톱 주변의 살 껍질이 일어나는 것은 따로 ‘손거스러미’라 하기도 한다. 거스러미를 흔히 ‘꺼스러기’, ‘꺼스렁이’ 들로 잘못 알고 있는 것처.. 2015. 2. 6. ‘되갚을 것’은 없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74] 성기지 운영위원 ‘되갚을 것’은 없다 요즘 들어 ‘되갚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내가 당한 만큼 그대로 되갚아 주겠어!” 남에게 못할 짓을 한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는 섬뜩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되갚다’는 말은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남에게 입은 은혜나, 또는 남에게 당한 원한을 잊지 않고 그대로 갚는다는 뜻의 낱말은 ‘대갚음’이다. 이 ‘대갚음’이란 말을 동사로 사용할 때에는 ‘-하다’를 붙여서 ‘대갚음하다’, ‘대갚음해 주다’라고 쓰면 된다. 따라서 “내가 당한 만큼 그대로 되갚아 주겠어!”라는 말은 “내가 당한 만큼 그대로 대갚음해 주겠어!”로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대갚음하다’와 비슷한 뜻으로 ‘갚음하다’는 말도 쓰인다. ‘갚음하다’는 말은 “남에.. 2015. 1. 29.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