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의 개념,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 <2024 한글문화 토론회>
한글문화연대 기자단 11기 김지윤 기자
2024년 9월 20일 서울시청의 시민청에서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한 한글문화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외래어 개념의 혼란과 극복 방안으로 크게 세 가지의 세부 주제로 나뉘었다.
첫 번째 주제는 ‘외래어 개념의 혼란이 공공언어 개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 발표는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가 진행했다. 부산 강서구청 신도시의 법정동 이름을 에코델타동으로 짓겠다는 논란이 있어 국어 단체들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란의 화두를 ‘외래어’로 보도해서 문제를 느꼈다고 한다. 이에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로 정정해야 함과 개념을 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첫 번째 주제에 대한 토론문은 황용주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장이 진행했다. 크게 외래어와 외국어의 개념 정립, <표준국어대사전>의 외래어 정비, 공공언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외래어 목록을 주제로 토론했다.
두 번째 주제는 ‘어문 규범에서 보이는 외래어와 외국어의 혼란과 대책’이다. 이에 대한 발표는 이정복 대구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교수가 진행했다. 이 교수는 외래어 표기법의 개선 및 관련 정책 방향에 대해 외래어 표기법을 외국어 표기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리적으로 외래어의 표기법은 이미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으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표기의 문제를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는 원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외래어 표기법을 외국어 표기법으로 전환했을 때도 표준국어대사전 안에 있는 외래어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 번째 주제에 대한 토론은 박철우 안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박 교수는 외래어 표기법을 외국어의 한글 표기법으로 바꾸자는 주장에 대한 반박을 내놓았다. 외래어 표기법이라는 명칭과 내용은 대체로 유지하되, 용례로 제시된 예시들을 외국어가 아닌 외래어로 교체하자는 의견을 비쳤다.
토론회의 마지막 주제는 ‘신어 속의 외래어 문제(외래어 신어는 국어인가?)’였다. 이에 대한 발표는 최형용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최 교수는 신어 속의 외래어비중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이에, 신어 보고서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래어’는 ‘외국어’가 아니라 국어의 하나로 인정되는 ‘외래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 외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실질적인 내용을 통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주제에 대한 토론은 남길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남 교수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는 사전의 기준과 역할의 문제에 대해 사전은 외래어, 외국어의 구분에서 적절한 기준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구체적으로 사전의 외래어 수록의 기준이 관습적이고 사전마다 다르므로 사전을 규범적 수용 범위로 볼 수 있는지, 특히 『표준국어대사전』과 달리 사용자참여형사전을 표방하는 『우리말샘』의 경우를 대표적인 사례로 논의할 수 있는지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두 번째 질문은 언어정책 수립을 위한 신어조사의 방향성에 대해 화자의 의도와 외래어 및 외국어의 사용, 언어 현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였다. 이에 대해 새로이 출현한 신어 외래어가 정책의 주요 대상이 된다면, 이러한 사용자의 의도를 고려할 때 정책의 방향과 대상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언어 자체와 국민들의 인식 등 무엇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지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질문은 외래어는 어디에서 오고 어디서 확산되며, 언어정책은 어디에서 어떻게 실행되어야 하는가였다. 구체적으로 외래어 및 외국어 신어의 도입과 출현, 확산의 관찰과 관리가 가능하다면, 언론이나 유명인뿐만 아니라 개인 유튜브, 블로그 등으로 확장되며 이는 지금까지의 언어 정책의 범위와 방식과는 다소 다른 방향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주제를 마지막으로 한글문화토론회가 종료되었다.
외래어와 외래어의 개념을 둘러싸고 상당히 폭넓게 토론회가 이루어졌다. 외래어가 우리말의 한 갈래를 차지하는 만큼 우리말로 받아들일 말과 그렇지 않고 번역해서 사용할 외국어를 잘 구별해야 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외래어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도 있고, 또 어디까지가 외래어인지도 분명한 게 좋지만, 그 경계를 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외래어의 개념과 범위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된 토론회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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