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숨은 공신, 한글문화연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정채린 기자
jcr7710@naver.com
달력을 넘기며 공휴일이 몇 번 있는지 세어 본 적 있는가. 올해 한글날(10/9)은 월요일로, 많은 사람이 10월의 연휴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적이 있었다.
한글날은 그 의미와 중요성을 고려하여 1946년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1990년 11월 1일 국무회의에서 공휴일이 너무 많으면 국가의 경제 발전에 문제가 된다는 이유로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국군의 날과 함께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이후 한글문화연대를 비롯해 한글학회 등 여러 단체에서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운동이 펼쳐졌고, 2012년 우리 민족에게 한글이 갖는 가치와 의미를 고려해 규정을 개정한 뒤 2013년부터 한글날이 다시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한글문화연대는 한글날 공휴일 지정 운동을 펼쳐 20년 만에 한글날을 공휴일로 되돌린 시민운동 외에도 우리말 사용하기 운동, 우리말 보급, 발전을 위한 국어 학술 활동을 통해 우리말글 사랑에 힘써 왔다. 2000년에 만들어진 시민단체로, 우리말글을 아름답게 가꾸고 우리 말글살이의 잘못된 점을 바꾸어, 세계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잃어가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독창적인 한글문화를 일구고자 활동하고 있다.
출처_한글문화연대 누리집
특히 한글문화연대는 우리말이 아닌 외국어로 만들어진 공공언어를 누구나 알기 쉽게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23년간 펼쳤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언어는 ‘인권’의 한 요소라고 말하며, “말은 의사소통 수단이지만 공적 정보를 다루는 말은 공공언어”라며 “국민의 온갖 권리와 의무, 건강과 생명, 재산권과 행복 추구에 대한 다양한 기회, 그걸 어떻게 분배받을 수 있는 건지 등이 공공언어에 다 표현된다”라고 했다. 공공언어가 어려우면 의사소통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국민이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의 성과
출처_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에서부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로마자와 영어 사용으로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우리말로 고치자고 주장해‘스크린도어’를 ‘안전문’으로‘AED·제세동기’를 ‘(자동)심장충격기’로 바꿨고,
출처_2023년 2월 땅꺼짐 관련 에스비에스뉴스 / 2021년 8월 위클리 오늘 뉴스
‘싱크홀’을 ‘땅꺼짐’으로, ‘그린 푸드 존’을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으로 바꿨다.
이 외에도 ‘공공기관의 모든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는 국어기본법을 지키게끔 공공기관을 감시하고 있다. 최근 여러 공공 기관에 우리말 순화를 제안한 단어로는 ▲리터러시 ▲에이아이 ▲아이디어 ▲블라인드(채용) ▲브레인 스토밍이 있는데, 차례대로 문해력, 인공지능, 생각, 기회균등, 생각 쏟아내기로 바꿔 더 쉽게 쓸 수 있게 했다.
최근 힘쓰고 있는 공공언어 개선에는 언론이 알기 쉬운 우리말로 기사를 쓰도록 장려하는 활동이 있다. 이를 위해 한글문화연대에서는 지난 5월 두루소통연구소와 함께 기자들을 대상으로 쉬운 우리말 기사 용어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런 다음 국어 전문가와 언론단체, 현장 기자들의 자문을 거쳐 507명의 기자와 함께 개선 가능성이 큰 집중 개선 용어 60개를 선정했다.
집중 개선 용어 60개에는 최근 자주 쓰이는 ▲보이스피싱 ▲업사이클링 ▲가스라이팅 ▲키오스크 ▲도어스테핑 등이 있다. 이 말들은 각각 ‘전화금융사기’, ‘새활용’, ‘심리지배’, ‘무인 단말기’, ‘출근길 문답’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
이건범 대표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정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은 공문서에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도록 국어기본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대중 언어문화의 주역인 기자들도 ‘쉬운 우리말 쓰기’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자들과 함께 언론의 쉬운 우리말 사용을 장려하는 이번 활동이 어려운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일상생활에서 쉬운 우리말이 널리 쓰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공공언어부터 세상사를 알아가는 데 필수적인 뉴스까지, 한글문화연대는 방송, 언론, 출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이 운동에 학생들도 참여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말과 한글, 언어문화를 둘러싼 여러 가지 주제를 기사로 다루는 대학생 기자단과 우리말글을 아끼고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는 동아리 우리말 지킴이가 대표적이다.
이 기사를 읽는 당신도 우리말글에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한글문화연대의 여정에 함께 하는 것은 어떨까.
'사랑방 > 대학생기자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B염', '동해번쩍 서해번쩍'…가볍게 웃어넘길 일일까 - 안지연 기자 (0) | 2023.07.11 |
---|---|
아파트 이름, 어쩌다 어려워졌나 - 이성민 기자 (1) | 2023.07.11 |
우리말 순화 운동, 비난을 잠재우고 지속적인 노력이 되려면 - 김연우 기자 (2) | 2023.07.03 |
현지 언어로 전달되는 우리말 대사, 넷플릭스의 더빙 - 김가현 기자 (0) | 2023.06.01 |
한글은 한국어가 아니다? - 정채린 기자 (0) | 2023.06.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