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대학생기자단

우리말 순화 운동, 비난을 잠재우고 지속적인 노력이 되려면 - 김연우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3. 7. 3.

 우리말 순화 운동, 비난을 잠재우고 지속적인 노력이 되려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9기 김연우

yourkyw@naver.com

 

국어문화원 연합회는 작년 35개의 언론 방송사와 함께 쉬운 우리말 쓰기사업을 진행했다. 외국어 남용에 염증을 느낀 이들은 언론이 앞장서서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도록 권장하여 온 국민이 의사소통에 장벽 없이 자유롭게 정보를 누릴 수 있게 돕고 있다.

이들이 시행한 ‘2021년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효과 조사 연구에 따르면 어려운 공공언어를 개선할 경우 연간 3,375억 원의 공익 가치가 발생한다고 한다. 1인 기준으로는 연간 7,883원에 해당한다. 어려운 용어를 일일이 검색할 필요가 없으니 시간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정확한 정보 전달로 심리적 부담감이 줄어든다. 업무 효율성이 증가하고 정보격차(정보습득량 차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어려운 공공언어를 접할 때 겪는 심리적 부담감으로는 답답함, 불편함, 피로감, 당혹스러움, 위축됨, 무시 받는 기분 등이 있었다. 언론과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면 개개인의 이해력 증진과 심리적 부담감 해소를 넘어 공공의 이익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말 순화 운동 및 공공언어 개선 활동의 가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 에스비에스(SBS) 스포츠 유튜브의 쉬운 우리말 쓰기영상 댓글에서 이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셉트가로채기, ‘키플레이어핵심 선수로 순화해서 사용하자는 아나운서의 주장에 누리꾼들은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자”, “2022년에 웬 언어 쇄국 정책이냐”, “키플레이어가 그리 어려운 말인가?” 등의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포츠를 오랫동안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은 인터셉트, 키플레이어, 에이징커브 등의 용어를 어렵게 느끼지 않겠지만,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일반 국민은 그 의미를 추론하기 어려울 수 있다. 타 분야보다 스포츠에는 영어, 한자, 일본어 표현이 많아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 못 한 채로 무작정 암기하던 학생들이 많다. 외국어가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방송사의 우리말 순화 운동에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상으로 의무를 갖고 있고, 이는 스포츠 관람의 진입장벽을 높일 뿐이다.

 

비슷한 취지에서 진행된 한글문화연대의 누리소통망(SNS)의 우리말 순화 행사에는 눈에 띄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다. 먼저 잘 기획된 행사로는, 공공기관의 누리집, 보도자료, 소식지 등에 사용된 외국어를 찾아 고발하는 <외국어 사냥해> 행사가 있다. 작년 1225일까지 진행됐던 본 행사는 시민들이 직접 경험한 어려운 공공언어를 알리고 직접 다듬은 말을 제안하게 해 쉬운 우리말 사용의 유익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누리소통망에는 다듬은 말 제안하기 공모전 등을 제외하면 유튜브 영상을 단순히 공유하거나 댓글을 적고 퀴즈를 푼 이들에게 소위 선물을 퍼주는행사가 대부분이다. 행사 자체에 큰 문제는 없지만, 대부분이 일회성 행사라는 점에서 아쉽다. 순화어가 사람들의 입에 오래 오르내릴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한 행사에서는 1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1만 원의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 높은 금액대의 사은품을 증정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사은품 위주 행사는 참여를 독려할 수 있으나 문제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 단어를 사용하는지 알 수 없어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든다. 행사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민의 우리말 지식 함양과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일회적인 행사를 기획하기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언어 정보를 재밌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에 주력을 기울이는 쪽이 좋을 것이다.

 

우리말 순화 운동이 사람들의 반발을 사거나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게 하려면 국민에게 우리말 순화의 필요성과 이로 인해 얻게 되는 심리적, 경제적 효과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우리말을 순화할 때는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억지스럽지 않게 다듬고 사회적 약속인 만큼 여러 후보군을 두어 다수의 선호도를 살핀 후 정해야 할 것이다. 실생활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말들은 그것이 홍보의 문제인지 부자연스러움의 문제인지 따져봐야 하고 일부는 순화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다듬은 말 사용을 권장한다면 현실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잘 쓰이지 않는 순우리말이 외국어만큼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모든 외국어를 우리말로 순화해서 사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쉬운 우리말을 두고 외국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분명 어리석은 행위다.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고 문화유산을 보존하듯, 고유어도 우리 민족의 언어 유산이기에 보존해야 할 가치가 높다. 입말에서 사라져가는 순우리말을 지키고 국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공공언어 속 외국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쉬운 우리말 사용을 위한 노력은 물론이고 국어학계 및 관련 기관에서도 지속적인 우리말 순화 운동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