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9기 양다연 기자
표지판은 특정 사실을 알리기 위해 문자나 그림으로 표시를 해놓은 판을 말한다. 예를 들어 눈에 띄는 붉은 배경 위에 굵은 글씨로 적힌 ‘주의’ 표지판, 화장실 입구 앞에 붙어있는 남자와 여자 그림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대표적인 표지판이다. 이와 같은 예시에서처럼, 표지판의 일차 목표는 사람들에게 주의사항을 미리 알려 일어날 수 있는 문제와 곤란한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표지판에는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색, 그림, 그리고 모형이 주로 사용되며,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짧은 문구가 적힌다. 그러나 표지판에 외국어를 남용하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짧은 시간 안에 정보를 전달해야하는 표지판의 기능이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또한 어려운 한자어의 사용은 한자 교육을 받지 않은 젊은 세대가 표지판을 이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평소 일상생활에서 보는 표지판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성별, 나이, 직업 등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지하철역 내부에서 사용되는 표지판을 조사해보았다.
첫 번째 표지는 ‘인명구조용 트로리’인데, 단번에 이해하기가 힘들어 검색의 도움을 빌린 단어다. 지하철역 안의 ‘트로리’는 선로보수장비를 이르는 말로, 선로 위에 올리는 것과 선로 밖으로 빼내는 것이 모두 가능한 장비다. 평소 일반 대중이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용어와 물건이나, ‘인명구조용’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용될 물건인 만큼 되도록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는 ‘궤도자전차’, ‘궤도자동차’ 등의 단어로 수정 수 있는데, 여전히 어려운 한자어임에도 ‘궤도’, ‘차’ 등의 단어를 통해 시민들이 이 ‘트로리’를 자동심장충격기로 오해할 일은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예시는 서울교통공사 홍보지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언택트(Untact) 지하철 여행’의 ‘언택트’는 접촉을 의미하는 ‘택트(contact)’에 부정을 의미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됨에 따라 ‘비대면’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시의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언택트’가 문제인 이유는 이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비접촉’은 영어 단어를 모르는 어르신이나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혹은 ‘거리두기’라는 순우리말을 사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 외국어 남용의 문제점이 지적받으며 불필요한 외국어의 사용이 감소하는 추세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불필요한 외국어가 많이 발견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우리말도 지키는 표지판을 만들 수 있을까?
좋은 예시를 지하철역 환승 통로 바닥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화살표 안에 큰 글씨로 적힌 ‘오른쪽 걷기’는 쉬우면서도 표지판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충실하게 전달한다. 게다가 ‘오른쪽 걷기’보다 ‘우측보행’이 익숙할 시민들을 위해 두 용어를 모두 써놓는 섬세함도 보였다. 이렇게 쉬운 말을 쓴 표지판이 좋은 이유는 문화적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오른쪽 걷기’ 표지판이 한국인보다 외국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 그 근거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보행자와 자동차 우측통행을 실시했다. 따라서 굳이 오른쪽 걷기를 알리는 표지판이 없어도 통행에 혼선이 생길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영국, 일본 등 좌측통행이 원칙인 국가들이 존재하며 문화 차이로 인해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 위와 같은 표지판을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한글을 전혀 읽지 못하는 외국인이라면 둘 중 어느 단어가 적혀 있더라도 큰 영향이 없겠지만, 우리말을 배우고 있는 외국인에게는 어려운 한자어인 ‘우측보행’보다 ‘오른쪽 걷기’가 더 쉽게 다가올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에게 의미를 빠르고 바르게 전달해야 하는 표지판을 효과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하철역 한 곳만을 보더라도 ‘제연경계벽’, ‘수막밸브함’, ‘쇄정철저’ 등과 같이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다. ‘굳이 바꿔야 할까?’라는 생각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해력을 더 낮출 뿐이다. 우리말을 씀으로써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서 우리의 언어도 지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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