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9기 김동찬 기자
인간은 언어로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언어는 크고 작은 집단과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이다. 인간은 한 사회가 공유하는 공동의 언어를 학습하고 이해함으로써, 사회의 구성원으로 녹아들어 기능한다. 어느 날 말과 글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낯선 곳에 혼자 떨어진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읽을 수도, 알아들을 수도, 쓸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인간으로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공유하는 언어인 한국어, ‘국어’는 이러한 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어가 있기에 우리는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타인과 소통, 협력하며 사회의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 600여 년 전 세종대왕이 중국어가 아닌 우리말과 잘 맞아떨어지는 글자를 고심하여 한글을 만들어내고, 한 세기 전 우리말과 글을 지우려는 세력에 맞서 조선어학회 등이 국어운동을 전개한 것은 모두 국가의 기반인 언어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간직해 온 국어의 가치가 최근 들어 점차 그 빛을 잃어 가고 있다. 무조건적인 외래어·외국어 선호와 자극적이고 경박한 유행어 사용 증가로 국어가 가진 소통의 의미가 저해되는 가운데, 가장 쉽게 이해되어야 할 공공언어조차 어려운 전문 용어와 외국어·외래어로 가득하다. 방송에서 사용하는 무분별한 비속어와 폭력적 언어는 방송사를 가리지 않는 시청자들의 꾸준한 지적에도, 개선의 여지 없이 반복되는 논란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국어가 직면한 오염과 불통의 문제 상황을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나선 시민 단체가 있다. 2000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한글문화연대는 공공기관과 언론으로 하여금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우리 언어 생활의 잘못된 점을 제시함으로써 올바른 우리말을 사용한 시민 간의 소통을 이끌어 내고 있다. 또한 각종 국어 사용 관련 공모전, 행사를 진행하고, 대학생기자단 등 국어 소식을 취재하는 산하 단체를 조직함으로써 우리 국어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우선 한글문화연대는 어려운 공공언어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언어 바로잡기 활동’을 중심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각종 공공단체에 공문을 보내, 누리집 등에 사용한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써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언어 순화 사업은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 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는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은 '국어의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해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 문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언어를 통한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누구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한글문화연대는 ‘홈페이지’, ‘사이트’, ‘로드맵’, ‘패스트트랙’, ‘TF’ 등 영어에 친숙하지 않은 한국어 사용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최소한 공공기관에서는 사용하지 않도록, 꾸준히 협조를 요청함으로써 공공 언어를 쉽고 올바르게 바꾸어 나가고 있다.
또한 한글문회연대는 시민들이 우리 언어를 더 재미있게 경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각종 문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에서는 올바른 국어 생활을 다루는 만화·표어 공모전, 쉬운 우리말을 알리는 영상을 시청한 후 댓글 달기 등 시민들의 흥미를 끌어 바람직한 언어 사용을 홍보할 수 있는 여러 행사를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한글문화연대의 문화 활동을 모아 정리한 것이 바로 한글문화연대의 우리말 소식지 ‘한글아리아리’로, 한글문화연대가 어떠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또한 ‘한글아리아리’에서 빠지지 않고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는 소식이 있다. 바로 한글문화연대에서 운영하는 대학생기자단이 작성한 기사이다.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다양한 쟁점을 취재해 기사를 작성하는 대학생기자단은 대학생의 관점에서 우리 언어 생활의 문제점을 새롭게 지적하고, 한글에 대해 알릴 만한 사실을 한글문화연대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언어는 인권이다.”라는 믿음 아래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말대로, 언어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며 인간의 알 권리와 직결되어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말들로 뒤덮인 세상은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차별과 폭력이 될 수 있다. 국어를 사용하는 우리 모두가 쉽고 올바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쉬운 우리말을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글문화연대의 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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