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80] 성기지 운영위원
서로 비슷한 뜻을 가진 말들 가운데는 일상생활에서 큰 구별 없이 쓰이는 예들이 많다. ‘싸우다’와 ‘다투다’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 요즘 대선 후보들의 치열한 선거 활동을 보도하는 기사문에 더러 이 말들이 혼동되어 쓰이고 있다. 또, 봄을 맞아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면서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위원들에게서도 가끔씩 헷갈리고 있다. 아주 작은 차이이긴 하지만 엄연히 뜻이 다른 말이다.
‘싸우다’와 ‘다투다’는 두 낱말 모두 서로 대립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그 의미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쓰임도 다르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싸우다’와 ‘다투다’를 바꾸어 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자기 친구와 싸웠다.”는 문장은 “철수가 자기 친구와 다퉜다.”로도 바꾸어 쓸 수가 있다. 그런데 이 문장에 ‘주먹을 휘두르며’를 끼워 넣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곧 “철수가 자기 친구와 주먹을 휘두르며 싸웠다.”고 하면 자연스럽지만, “철수가 자기 친구와 주먹을 휘두르며 다퉜다.”고 하면 무척 어색한 말이 된다. 이런 문장에서는 ‘싸우다’만 가능하고 ‘다투다’는 쓰기가 힘든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물리적인 충돌이 있어서 서로 구체적인 피해를 입히는 경우에는 ‘다투다’보다는 ‘싸우다’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면에, “호남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두 후보가 다투었다.”라든가, “야구 결승전에서 두산과 기아가 우승을 다투었다.”고 하면 자연스럽지만, 이것을 “호남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두 후보가 싸웠다.”, “야구 결승전에서 두산과 기아가 우승을 싸웠다.”로 말하면 매우 어색하다. 이처럼 ‘다투다’는 어느 쪽이 나은지를 가리려 한다는 느낌이 더 강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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