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81] 성기지 운영위원
첫 모임 자리가 마련되면, 남자들 사이에서는 나이를 따지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된다. 주민등록증을 확인하자고 하면 으레 ‘호적이 잘못 됐다’, ‘출생신고를 늦게 했다’고 우긴다. 그러나 모임이 지속되고 관계가 두터워지면 나이가 한두 살 많고 적은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나이를 부풀려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말에 ‘자치동갑’이라는 낱말이 있다. ‘자치’는 “한 자쯤 되는 물건”을 말하는데, 차이가 얼마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동갑’은 나이가 같다는 뜻이니, ‘자치동갑’은 얼마 차이가 안 나거나 비슷한 나이를 뜻하는 말이다. 사전에는 “한 살 차이가 나는 동갑”이라 풀어놓았다. 한 살 차이면 그냥 동갑으로 여겨도 괜찮다는 뜻이다. 비슷한 뜻을 지닌 낱말로 ‘어깨동갑’도 있다. 역시 어깨 높이가 비슷한 나이 또래라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이 ‘동갑’에 ‘-하다’를 붙여 동사로 사용하기도 한다. 곧 ‘동갑하다’라고 하면, “같은 정도로 되다” 또는 “같은 정도로 되게 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예를 들어, “오늘 못한 일은 내일 와서 동갑하겠습니다.” 하면, 오늘 못한 일만큼 내일 하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명사에 ‘-하다’나 ‘-다’가 붙어 동사가 된 말들은 매우 많다. 머리를 빗는 ‘빗’에 ‘-다’가 붙어서 ‘빗다’가 되었고, 발에 신는 ‘신’에 ‘-다’가 붙어서 ‘신다’가 되었으며, ‘품’에 ‘-다’를 붙이면 ‘품다’가 된다.
재미있는 것은, ‘토끼’에 ‘-다’가 붙은 ‘토끼다’란 말도 있다는 것이다. “일 저질러놓고 토껴?” 할 때처럼, ‘토끼다’는 “도망가다”는 뜻으로 쓰고 있는 속어이다. 아마도 이 말은 우리가 잘 아는 동물인 토끼가 동사로 바뀌어서 생긴 말로 추정되는데, “토끼같이 빨리 도망가다”는 뜻으로 쓰이는 걸 보면 매우 그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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