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78]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몇몇 언론매체에서는 인구 절벽이니 재앙이니 하는 말들로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재앙과도 같은 출산율 저하의 이유는 무엇인가?”, 또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기사문이 눈에 뜨인다. 같은 사건을 두고 ‘이유’와 ‘원인’이라는 낱말을 쓰고 있지만 이 두 말은 의미가 다르다. ‘어떤 결과가 일어난 까닭’을 말할 때는 ‘원인’이 맞다. 따라서 “출산율 저하의 이유”가 아니라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라 해야 한다. 이에 비해 ‘이유’는 ‘어떤 주장이나 행동의 근거’를 말할 때 쓴다. “당신이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요?”처럼 사용하는 말이다. 이것을 “당신이 이곳에 온 원인이 무엇인가요?”라 하면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처럼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지만 문맥에 맞게 구별해 써야 하는 말들이 꽤 많다. 방송을 보면, ‘자생하다’와 ‘서식하다’를 자연 속에서 동물과 식물이 무리지어 사는 것으로 뒤섞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둘 또한 구별해서 써야 하는 말이다. ‘자생하다’는 식물에 해당하며, ‘서식하다’는 동물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식물은 고산지대에 자생하고 있다.”라 해야 하고, 반면에 “쉬리는 동강에 서식하고 있다.”처럼 써야 한다. 서로 바꾸어 쓸 수는 없다.
‘마침’이란 말과 ‘공교롭게’란 말도 서로 비슷한 말이긴 하지만, 실제 용법이 다르기 때문에 잘 가려 써야 하는 말들이다. ‘마침’은 “마침 지나가던 차가 있어서 지각을 면했다.”처럼 긍정적인 상황에 쓰인다. 그러나 ‘공교롭게’는 “공교롭게 지나가던 행인이 차에 치였다.”처럼 부정적인 사태에 쓰인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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