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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2501

우리말 날짜 헤아리기 [아, 그 말이 그렇구나-15]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는 흔히 ‘금요일’을 ‘금요일날’로 말하거나 ‘8일’을 ‘8일날’로, ‘30일’을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저 ‘금요일’이나 ‘30일’이라 하면 되는 것을 왜 ‘금요일날’,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날짜 가리킴말에서 옮아 온 것이다. 비록 한자말 ‘일일, 이일, 삼일, …’에 밀려나긴 했지만, 우리 선조들은 ‘초하루, 초이틀, 초사흘, …’이라 말했다. 이를 달리, ‘초하룻날, 초이튿날, 초사흗날, …’이라 말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 때문에 ‘일일, 이일, 삼일’이라 말할 때에도 ‘일일날, 이일날, 삼일날’로 잘못 말하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는 날짜를 상대적으로 가리킬 때에는 ‘오늘, 내.. 2013. 11. 6.
나는 일요일에 분당에 간다. [우리 나라 좋은 나라-7]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일요일에 분당에 간다. 그곳에 어머니가 계신다. 요양원이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신 지는 2년이 넘어 3년이 되어 간다. 어느 날 부모님과 가장 가까이 살면서 자주 챙겨주던 여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넘어져서 못 일어나셔서 병원으로 옮겼어.” 그때 이후 어머니는 집으로 못 돌아가셨다. 한 해쯤 지나서 그 집은 팔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 전부터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시기 시작했다. 내가 가면 옛날 사진들을 꺼내어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고, 옷을 몸에 맞춘다고 기장을 잘라 못 입게 만들고, 베란다에서 키우던 동백꽃 꽃잎을 하나하나 따내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이상한 짓을 한다고 어머니를 나무라기만 하셨고, 자식들도 별다른.. 2013. 10. 31.
걸고 끼고 쓰고 차는 것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 몸을 치장하는 액세서리를 한자말로는 장식물이라 하고 순 우리말로는 치렛거리라고 한다. 우리 몸의 일부에 착용하는 치렛거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목걸이와 귀고리, 팔찌, 시계, 반지와 같은 것들이다. 얼굴에 달거나 목에 끼우는 것은 ‘걸다’라고 하기 때문에, 귀에 다는 귀고리라든지 목에 끼우는 목걸이는 모두 ‘귀고리를 걸다’, ‘목걸이를 걸다’처럼 ‘걸다’로 쓰는 것이 알맞은 표현이다. 흔히 “예쁜 목걸이를 한 사람” 또는 “금목걸이를 찬 사람” 이렇게 ‘목걸이를 하다’, ‘목걸이를 차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목걸이를 걸다’가 바른 표현이다. 목걸이와는 달리, 귀고리의 경우에는 ‘귀고리를 걸다’와 ‘귀고리를 끼다’가 모두 맞다. 귀에 구멍을 뚫어서 그.. 2013. 10. 31.
염통 전문의와 알몸 크로키 [우리 나라 좋은 나라-6] 김영명 공동대표 고기 파는 음식점 가운데에는 소나 돼지의 각종 부위들을 파는 곳이 있다. 폐, 심장 이런 것들을 판다.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이라 그런 부위들은 잘 못 먹는다. 그래도 음식은 별로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편이다. 몇 년 전에 운동하다 갑자기 죽은 코미디언 김형곤은 맛집 찾아 두세 시간씩 다니는 짓이 제일 바보 같다면서 “다 맛있지 않냐?”라고 했다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도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탐하지는 않는다. 맛없어도 잘 먹는 편이다(마누라여, 복 받을진저!). 맛보다는 오히려 편안한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아무리 둘이 먹다 하나 죽을 듯이 맛있어도 사람들 버글거리는 데서 한 시간 기다려 부딪혀가며 주문하느라 소리 질러가며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굶는 것.. 2013. 10. 25.
11월 첫째 주 목요일은? [아, 그 말이 그렇구나-13] 성기지 운영위원 날씨가 추워졌다. 어느덧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한 해 동안 소원했던 벗들의 연락처를 뒤적이는 이들이 많아진다. 어떤 만남이나 모이는 날을 약속할 때에 우리는 '몇째 주 무슨 요일'이라는 말을 흔히 쓰게 된다. 11월 달력을 펴보자. 금요일부터 1일이 시작된다. 자연히 8일은 '둘째 주 금요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첫째 주 목요일'은 7일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첫째 주' 목요일의 바로 다음날이 '둘째 주' 금요일이라는 사실이……. 11월의 경우, 1일이 금요일이기 때문에 '첫째 주' 목요일은 오지도 않고 지나갔을 수도 있고, 7일이 될 수도 있다. 한 달이 주중에서 시작될 때, 그 주도 그 달의 한 주로 보느냐.. 2013. 10. 24.
조르바 영감 [우리 나라 좋은 나라-5] 김영명 공동대표 나는 소설을 읽기는 읽지만 그렇게 탐독하는 편은 아니다. 마음에 드는 소설들이 가끔 있기도 하지만 여러 번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여러 번 읽고 심심하면 한 번씩 들추어 보는 소설 책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다. 종교 경전도 아닌 걸 심심하면 한 번씩 들추어 보다니, 아마 무언가 통하고 마음에 드는 점이 있는 가보다.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서술하기도 쉽지 않고 해서 그냥 조르바 영감의 어록을 한 번 적어 보련다. 지난 토요일 밤에 공연히 한 번 그래 보고 싶어서 그날 시찰 나온 우두머리를 붙잡아 팼지 뭡니까? 두목, 인간이란 짐승이에요. 짐승이라도 엄청난 짐승이에요. 이 짐승을 사납게 대하면 당신을 존경하고 두려워해요. 친절하게 대하면 눈이라도 .. 2013. 10. 24.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2] 성기지 운영위원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주로 모임이나 행사에서 사회자가 귀빈을 청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 귀빈을 높이려는 의도로 이러한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있다’를 ‘계시다’로 높이는 경우는 그 주어가 사람일 때에 한한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에서 ‘계시다’의 주어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인데, ‘말씀’ 자체가 높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인사 말씀을 하시겠습니다.”로 고쳐서 말해야 한다. 존칭과 관련해서, 직장 상사에 대해 그보다 더 윗사람에게 말할 때에, 많은 사람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가령, 평사원이 부장에게 과장에 대하여 말할 때, “과장님 아.. 2013. 10. 24.
유치함에 대하여 [우리 나라 좋은 나라-4] 김영명 공동대표 세상에는 참 유치한 것들이 많다. 고상하게 살고 싶어도 때로는 유치해지지 않을 수 없기도 하다. 고상하게 사는 것이 좋은 것 같아도 고상함이 때로는 지루함이기도 하다. 유치함은 유치하지만 때로는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유치한 것은 그냥 유치해서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그 유치함이 삶에 활력을 주고 흥을 돋우기도 한다. 유치함에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알짜 그냥 유치함과 활력 유치함의 두 가지 말이다. 그런데 이 두 유치함을 언제나 잘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치함이란 말 그대로는 어린 애 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린이의 학예회를 보고 유치하다고 하지 않는다. 젖 달라고 징징대는 아기더러 너 왜 그렇게 유치하냐고 나.. 2013. 9. 29.
‘가장’과 ‘너무’ [아, 그 말이 그렇구나-1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 글자인 한글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때에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성이 풍부해서인지 무엇이든 과장하기를 좋아해서 ‘가장’, ‘제일’, ‘최초’, ‘최고’ 등의 부사어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 말들을 쓰는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낱말들을 남용하다 보니 여러 곳에서 표현상의 오류가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이란 부사어는 ‘최고’, ‘으뜸’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어떤 조건 아래에서 오직 하나의 대상만을 가리킬 뿐이다. ‘가장’이란 말 뒤에 ‘~중에 하나’라는 말이 이어지면 앞뒤의 호응이 맞지 않게 된다. 이렇.. 2013.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