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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

한글 아리아리 514

by 한글문화연대 2015. 4. 2.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514
2015년 4월 2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 [아리아리 차례]

   ◆ [쉬운 말 운동] 알기 쉬운 말과 글이 중요한 까닭-이건범 상임대표
   ◆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기사 소개-한자교육이 아닌 '병기', 반드시 필요한가

   ◆ [우리말 지킴이] 경기도, 어려운 문화재 안내문 쉽게 다듬어
   ◆ [우리 나라 좋은 나라] 길리건 박사의 놀라운 발견-김영명 공동대표 

   ◆ [알림] 안녕! 우리말 운동을 함께해주세요.

  ◆ [쉬운 말 운동] 알기 쉬운 말과 글이 중요한 까닭-이건범 상임대표

올 1월 말에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심장이 멎어 위험에 빠진 승객을 다른 승객과 역무원들이 살린 일이 있었다. 그때 사용한 ‘자동심장충격기’가 너무 어려운 말로 표시돼 있어서 지하철역마다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처음에는 ‘A.E.D.’라는 로마자 약어만 눈에 띄고 작은 글씨로 그 밑에 ‘자동제세동기’라고 적었던 이 정체모를 장비가 위급상황에서 사람을 살리는 데에 큰 몫을 했다. 사고가 났을 때 응급조치에 앞장섰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구원이 이 장비가 있다고 일깨워준 덕에 재빨리 사용했다고 한다. 물론 역무원들이 그런 장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는 없다. 다만 평소에 너무나도 낯설고 어려운 말로 표시돼 있던 이 장비가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려운 이름 때문에 응급상황에서 장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나는 정부와 서울시에 몇 차례 지적했었다. 서울시는 2014년에 행정용어 79개를 쉬운 말로 바꾸면서 자동제세동기라는 말 대신 자동심장충격기라는 말을 사용하라고 발표했다. 그래서 지금 서울 지하철 1~4호선 역에는 딱지를 붙여 바꿔 놓았고, 도시철도 5~8호선 역에는 아직도 예전 그대로다. 한글문화연대에서 공문을 보내 확인했더니 도시철도공사도 표현을 바꾸겠다고 답해왔다.

어려운 말이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위협한다는 사실이 조금씩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 같다. ‘스크린 도어’를 ‘안전문’으로 바꾸었을 때 시민들이 반기던 모습이나 이번 홍제역 사건을 마주하고 시민들이 ‘자동제세동기’라는 말에 보인 뜨악한 반응이 그렇다. 하지만 송파에서 땅이 꺼져 큰 구덩이가 생긴 것을 ‘싱크 홀’이라고 보도하던 언론의 말버릇은 여전하다. 최근 신촌에서 땅이 꺼지는 바람에 생긴 구덩이 때문에 사고가 난 사실을 보도할 때에도 ‘싱크 홀’이라고 사용한 언론이 많았다. 그것이 설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쓰는 말일지라도 일반 국민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는 알아듣기 쉬운 말로 바꾸어야 한다. 어려운 말은 행정에서든 기업활동에서든 일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최근 서울문화재단이 “무너진 삼풍백화점, 시민들의 기억으로 다시 세웁시다”라는 제목으로 광고를 낸 사업의 이름은 ‘메모리인서울프로젝트’이고, 그 내용 가운데에는 “그날의 아픔을 기록하고 아카이빙하여…”라는 말이 나온다. 이 사업은 삼풍백화점 사고를 당했던 생존자와 유가족, 당시 봉사자나 구조대로 일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모으고 보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카이빙’이라는 낯선 외국어 낱말을 사용해 목적을 밝히면 그 말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목적이 제대로 들어올 리 없다. 이런 낯선 외국어 낱말도 문제지만, ‘메모리인서울프로젝트’(여기서 ‘인’은 한자로 적어 재단의 국제 감각을 한껏 뽐냈다)처럼 우리말로 ‘서울의 기억 남기기’라고 해도 충분할 것을 외국어로 포장해 정체를 아리송하게 만드는 것 역시 이 사업의 값어치를 떨어뜨리고 시민의 협조나 참여를 막는 짓이다. 쉬운 외국어 낱말일지라도 이를 남용하면 곧 낯선 외국어도 거리끼지 않고 사용하게 되며, 이는 외국어를 잘 모르는 국민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모두가 반대한다고 뜻을 모았다. 어린 시절에 한자를 배워야 하느냐의 논란 이전에 우리의 문자 환경에 한자를 다시 끌어들이는 게 문제인 까닭도 앞의 사정과 같다.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면 한자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자꾸 한자를 앞세우려 할 것이다. 국한문혼용을 거리끼지 않을 사람도 나타날 수 있다. 문자 환경이 그렇게 어지러워지면 당연히 국민의 안전과 권리와 참여에 구멍이 난다. 공공언어가 알기 쉬운 말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과 개인의 취향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 이 글은 2015년 4월 1일 경향신문에 실린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의 글입니다.

  ◆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기사 소개-한자교육이 아닌 '병기', 반드시 필요한가

초등교과서에 병기된 한자는 학생들이 교과서를 읽을 때 걸림돌일 뿐입니다. 또한 어린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늘리고 유치원 때부터 한자 조기교육과 한자 사교육을 부추길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한자는 중학교 정규교과인 한문 수업에서 배워도 충분하며,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친다 해도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여 우리의 문자생활을 어지럽힐 까닭이 없습니다.
교육부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한글문화를 망가뜨릴 이 위험한 정책을 당장 거두기를 바랍니다.
초등교과서 한자병기에 뜻을 함께하는 분은 옆에 있는 그림을 눌러 서명운동에 참여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기사소개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논란 재점화]한자교육이 아닌 '병기', 반드시 필요한가
 - 한자 병기 정책의 변화, 한자교육의 방향, 교사 66% 반대(설문조사), 베트남의 사례 등에 대해 다루며 초등교과서 한자병기에 대한 찬반 의견을 자세히 소개한 기사입니다.(데이터뉴스, 정도범 기자, 2015.04,01.)
* 기사 제목을 누르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말  지킴이] 경기도, 어려운 문화재 안내문 쉽게 다듬어

경기도가 문화재 안내문을 쉽고 정확하게 다듬기 위해 '경기도 문화재 안내문안 감수단'을 만들어 4월부터 문화재 안내판 감수를 한다고 합니다.
쉬운 말로 문화재를 설명하면 그 가치를 보다 잘 전달할 수 있겠죠? 문화재 안내문이 쉬운 말로 잘 바뀌어 많은 사람이 경기도 문화재에 대해 정확히 알고 그 가치를 잘 느끼게 되기를 바랍니다.

[경기도청 보도자료] 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재 안내문안 대폭 손질
○ 도, 문화재 안내문안 개선을 위한‘경기도 문화재 안내문안 감수단’구성
○ 경기도 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효과 높아질 듯

경기도는 최근 ‘경기도문화재 안내문안 감수단’ 구성을 완료하고 4월부터 문화재 안내판 감수에 들어간다고 26일 밝혔다. 감수 대상문화재는 경기도내 국가지정문화재 325건과 도지정문화재 607건 등 932건 중 안내문안 교체가 필요한 문화재로 실태조사를 통해 안내판 교체가 필요한 문화재를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문화재 안내 문안은 그동안 문안에 대한 견해 차이와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사용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돼왔다. ‘경기도문화재 안내문안 감수단’은 경기도문화재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문화재위원.전문위원 12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시.군에서 신청하는 문화재 안내 문안을 감수하게 된다.
도는 이번 감수단 운영을 통해 기존안 → 시.군 검토안 → 감수안 도출까지 단계별 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게 돼 전문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는 감수안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검토를 요청, 최종안 확정 전에 개선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 [우리 나라 좋은 나라] 길리건 박사의 놀라운 발견-김영명 공동대표

책방에서 우연히 산 책을 읽어 보고 많이 놀랐다. 길리건 박사라고 오랫동안 폭력 문제를 연구해 온 미국 정신의학자의 책이다. 그는 1900년-2007년 사이 미국의 폭력에 관한 통계 분석을 하다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에 직면하였다. 미국에서 어느 시기 동안에 자살률과 살인율이 급격히 성장하다가 다른 시기에는 그 둘이 모두 크게 하락하는 주기가 반복되었다. 이런 기묘한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리둥절해 하다가, 어느 순간 그야말로 우연히 그 시기가 공화당, 민주당 집권 시기와 각각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분연히 일어나 책을 쓰게 된 듯하다. 정신의학자이니 정치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범죄 통계 분석을 하다가 본의 아니게 정치적인 발언을 하게 된 셈이다.

그러면 왜 공화당 집권 시절에 자살률과 살인율이 급격히 증가하는가? 그의 분석에 따르면 그 시절에는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복지가 깎이고 분배 구조가 악화되어 못 사는 사람은 더 못 살게 되고 잘 살게 되는 사람은 더 잘 잘게 된다. 잘 살게 되는 사람은 잘 살게 되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더 못 살게 되는 사람들이 범죄에 내몰리게 된다는 매우 상식적인 가정이다. 미국에서 공화당이 부자 편이고 민주당이 중산층, 서민 편이라는 사실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모두 알고 있으리라.

그런데 길리건 박사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살하는 이유와 남을 죽이는 이유는 거의 같다. 뭐 우울증 이런 정신과적인 원인 말고 말이다, 아니 이런 정신과적인 원인 역시 사회정치적인 환경 변화와 따로 생각할 수는 없다. 직장을 잃고 마누라에게 구박받고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면 우울증이 오기 쉬우니까. 정신의학자인 저자가 우울증을 얘기하지 않고 공화당, 민주당 집권 여부가 자살의 원인이라고 하니 좀 재미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의 분석은 역시 정신의학자답다. 그는 자살과 살인의 주된 원인이 수치심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특히 남자들에게 해당된다. 여자들은 수치심을 남자에 비해 덜 느낀다. 성적인 수치심 말고 사회적인 수치심 말이다. 직장에서 해고되고 돈 나올 곳이 없으면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에 빠진다. 주위의 무신경한 조그만 말도 큰 상처로 돌아온다.

우리는 주로 분노 때문에 살인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길리건 할아버지는 아니 분노가 아니라 수치심이라고 말한다. 물론 둘이 밀접히 결합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 자네 직장은 알아봤나?” 하는 질문도 자신을 힐난하는 것 같다. 수치심을 느낀다. 그 수치심을 다스리지 못하면 자신에게 모욕을 주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해치거나 살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자신을 죽이게까지 된다.

미국 공화당은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다. 많이 들어본 말이다. 한국에서도 벌어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범죄와의 전쟁이 범죄를 더 키운다는 것이 길리건 박사의 관찰이다. 없는 범죄도 만들어내고 작은 범죄에도 일벌백계로 나가니 교도소가 모자라게 된다. 엄벌은 결코 범죄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관찰 결론이다. 재범률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교도소에서 학위를 따게 하는 것이란다. 그의 통계 분석 결과이니 못 믿겠다고 말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최근 이른바 묻지 마 범죄와 자살률이 아주 높아졌다.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실업이 많아져서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정말 눈을 크게 뜨게 만드는 사실은 자살과 살인이 모두 공화당 집권 시에 급격히 늘어나고 민주당 집권 때는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우연일 수가 없다. 공화당은 사람을 죽이는 정당인가 보다. 외국과의 전쟁도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더 좋아하니 국내에서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공화당이 사람을 더 많이 죽인다.

그런데 왜 미국 사람들은 공화당에게 그렇게 많이 투표를 할까? 왜 한국의 서민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정책을 펴는 새누리당에게 표를 던질까? 자기에게 유리한 야당이나 좌파 정당보다 왜 부자를 편애하는 새누리당에게 표를 더 많이 줄까?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다음에 하기로 한다.(기회가 안 되면 안 한다.)

  ◆ [알림] 안녕! 우리말 운동을 함께해주세요.

안녕! 우리말"^-^
대한민국 구성원이 쉬운 말을 사용하며 원활하게 소통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품격있는 언어문화를 꽃피우기 위하여 많은 단체가 뜻을 모아 언어문화개선 범국민연합을 만들었습니다. 누리망을 통해 언어문화개선 운동을 많은 사람에게 퍼뜨리고 있으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참여해주세요.

■ 안녕! 우리말-언어문화개선 범국민연합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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