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4일, 우리말 소식 📢
1. [민들레] 광화문 현판은 문화유산 그 너머다
2. [알림] 행안부, 부산 에코델타동 이름 승인하지 않아
3. [정재환의 우리말비타민] - 오요
4. 대학생 기자단 10기 기사
<“국어국문학이 인생에 필요한가요?” 기피 학과가 된 국어국문학과> - 이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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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님이 민들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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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동상 뒤로 한자 현판 ‘門化光(문화광)’을 걸어둔 건 이상하니 한글 현판으로 바꾸는 일을 논의에 부쳐보겠다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말했다.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이 일은 국어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이 역대 정부에 모두 요구했었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건 처음이다. 국어단체와 유 장관 모두 <훈민정음해례본>에서 글자를 모아 짜서 한글 현판을 만들자 한다. 박정희의 글씨를 도로 달자거나 어느 개인의 글씨로 달자는 주장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걸 다 안다.
2020년에 한글문화연대에서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한자 현판 걸자는 의견이 30%, 한글 현판 걸자는 의견은 41%, 앞쪽엔 한글 현판 걸고 뒤쪽엔 한자 현판 걸자는 의견이 20%였다. 국민 61%가 지금 한자 현판이 걸린 광화문 정면에 한글 현판을 걸자는 것이다.
문화재 관리의 기본 원칙이 원형 보존과 복원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왜 이런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숭례문이나 흥인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고 했으면 찬성하는 이는 10%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런 현상에 광화문을 문화유산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정서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옛 건물은 목조 위주라 화재 위험이 매우 크다. 서구의 궁전이나 성과 달리 사무 등의 용도로 쓰기 어려우니, 볼거리로서 되도록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고 보존하는 게 맞다. 조선총독부 건물을 없애고, 1960년대에 시멘트로 복원했던 광화문 대신 나무와 돌을 사용하여 원래 있던 자리에 복원한 것은 잘한 일이다. 모양이나 건축 기법, 재료 등에서 모두 원형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는 높아진다. 그래서 광화문 현판에도 원형 복원 원칙이 적용되었다.
그런데, 지금 광화문에 걸려 있는 한자 현판은 조선 초 처음 지어졌을 때의 현판을 복원한 것은 아니다. 157년 전 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지을 때 무관 임태영이 쓴 한자 현판을 2010년에 복원했다. 그나마도 처음 복원했을 때는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만들었는데, 이게 원형과 딴판이었다. 나중에 일본에서 찾은 사진을 정밀 판독해 보니 검은 바탕에 금색 글자 같다고 하여 2023년에 그렇게 새로 만들어 걸었다.
광화문 현판의 원형을 복원하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나는 그런 노력이 너무나도 과거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화유산 원형 복원의 원칙이 광화문 현판의 문자 선택에까지 굳이 적용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 그럴까? 광화문이 그저 과거 속의 문화유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체로 문화유산에 새로운 역사가 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를 담은 볼거리가 되는 순간, 그 사물의 사회적 역사는 사실상 멈춰 선다. 그런데 광화문은 좀 다른 것 같다. 경복궁이라는 문화유산의 정문에 해당하니 이 또한 볼거리 문화유산임엔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광화문은 권력과 시민의 열기가 솟구쳐 나오는 현대적 광장의 중심이기도 하다. 보존되는 역사에 멈추지 않고 살아서 숨 쉬는 역사가 끊임없이 태어나는 곳이다. 경복궁이나 덕수궁, 숭례문, 흥인문과 같은 문화유산과 달리 광화문에는 두 종류의 새로운 사회적 역사가 쌓이고 있다.
먼저, 국가 상징의 역사이다. 광화문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얼굴이다. 그런데 이 얼굴은 사실상 과거의 얼굴일 뿐이다. 한류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지금, 한국의 얼굴인 광화문에는 중국의 문자라고 알려져 있고 한국에서는 잘 사용하지도 않는 한자로 현판을 써 걸었다. 수많은 외국인이 한자 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역사가 쌓이고 있고, 그 모습을 보면서 찜찜해하는 국민의 마음이 새로운 역사로 덧쌓이고 있다. 독립 국가 대한민국, 식민지와 전쟁과 빈곤과 독재에서 벗어난 문화국가 대한민국의 면모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 상징의 이런 처지를 더 방치할 까닭이 있겠는가?
다음으로, 광화문은 2009년에 광장이 조성된 이래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성지가 되었다. 보수든 진보든 여기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광화문이 우리나라의 얼굴이고, 여론 형성의 상징적 중심지라고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광화문 앞에는 무수한 민주주의의 역사가 쌓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민주주의의 정수리에 한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글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글자 아닌가?
나는 우리 현대사의 심대한 전환이 광화문 현판에 상징적으로 담기길 바란다. 한자로 연상되는 ‘과거, 왕정, 권위주의’ 대신 한글로 연상되는 ‘현대, 시민, 민주주의’로 문자와 시대가 옮아간 현대사의 격변이, 국민의 땀과 피와 고뇌가 아로새겨지면 좋겠다. 숭례문, 흥인문, 대한문 모두 그러자는 게 아니라 한 방울 아침 이슬처럼 오직 광화문 현판에만 한글로 딱 새겨져 돋보이길 바란다.
광화문은 외롭게 보존되는 문화유산이 아니다. 근현대 한국의 심대한 변화를 광화문에 새기자. 지금 새로 걸자는 한글 현판은 당연히 문화 원형 복원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그것은 세종 정신의 복원이고, 새로운 역사의 기록이다. 이렇게 저렇게 뒤틀리고 짓이겨진 한국의 근현대를 가로질러 도약하고 있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응축된 역사가 이제 세종의 뜻에 맞게 민주주의 문자로 수 놓이면 좋겠다. 어느 개인의 글씨가 아니라 백성 사랑의 본보기인 <훈민정음해례본>에서 글자를 모아 짠 한글 현판으로 역사적인 교체를 단행하는 일이야말로 얼마나 뜻깊은 한 걸음이겠는가?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광화문 현판은 문화유산 그 너머다 < 민들레 들판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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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행안부, 부산 에코델타동 이름 승인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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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부산 에코델타동 이름 승인하지 않아
2024년 6월 3일 작성자: 한글문화연대 대표 이건범
5월 31일 행정안전부는 부산시 강서구청에서 신도시의 법정동을 ‘에코델타동’이라고 이름짓겠으니 승인해달라는 신청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말로 짓는 것이 헌법과 국어기본법의 정신에 맞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라는 우리 한글문화연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한글문화연대는 작년 12월에 국어단체를 대표하여 반대 의견을 강서구청에 전하고 그 뒤로도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습니다. 3월 8일에는 이건범 대표가 국어단체 분들과 함께 부산시청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 담당자에게 반대 의견을 전했습니다. 그밖에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실에도 반대 의견을 전하였습니다. 또한 수십 명의 회원님이 국민신문고로 행정안전부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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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0일
정재환의 우리말 비타민
오요
<관련 자료> [우리말 바루기] ‘아니요’가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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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기자단 기사 💌 젊은 감각으로 만나는 우리말, 한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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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이 인생에 필요한가요?” 기피 학과가 된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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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사진을 누르시면 해당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며 학교 경영에 위기를 느낀 많은 대학이 지난 몇 년간 정원을 감축하거나 학과를 통폐합했다. 이때 정원 감축과 통폐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학생들의 지원이 적은 비인기 학과였다. 국어국문학과도 그런 비인기 학과 중 하나였다. 여러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를 폐지하거나 다른 과와 통폐합하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목원대의 국어국문학과와 경남대의 한국어문학과는 문을 닫았으며 강남대 국어국문학과는 영어영문학과와 한영문화콘텐츠학과로 통합되었다. 조선대 국어국문학과는 한문학과와 통폐합되어 국어국문학부 국어국문학전공과 고전번역전공이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최근 교육부가 2025년부터 무전공 입학제를 시행할 것이라 밝히며 몇몇 대학의 국어국문학과를 비롯한 비인기 학과들이 학과 통폐합을 겪을 위기에 처했다. 무전공 입학 제도란 학생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무전공 입학을 선택하면 전공을 정하지 않은 채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무전공 입학 비율이 늘어나면 다른 학과의 입학 비율은 줄어들 것이고, 이후 무전공 입학한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때가 되면 인기 학과로 학생들이 몰릴 것이다. 그러면 비인기 학과의 학생 수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어국문학과 등 비인기 학과의 학생 수가 이미 부족했던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을 고려해야할 상황이 될 것이다. 비인기 학과 중엔 실용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 아닌 학과가 많다. 학과를 이수해도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순수 학문을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이다. 국어국문학과 역시 취업이 잘 안되는 학과로 유명하다. ‘국문과는 굶는 과’라는 농담이 인터넷 등지에서 돌아다닐 정도이다. 대학이 학문 연구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취업을 대비하기 위한 장소가 되어가는 현재,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보다 실용적인 학과로 진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대학이 학생들이 찾지 않는 학과의 정원 감축과 통폐합을 진행하는 것도 학교 운영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살아가는 이들의 사고의 근간이 되는 언어, 한국어와 그 한국어로 쓰인 문학에 대해 다루는 국어국문학과가 외면받는 것은 경계해야한다. 한 국어국문학과 학생은 국어국문학과가 기피하는 학과가 되고 여러 대학의 국어국문학과가 통폐합되는 현상에 대해 “취업이 잘 안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자기 나라의 언어에 대해 배우는 학과가 아예 폐지되기도 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국어국문학과 학생은 “‘국어학, 국문학 같은 걸 배워서 어디에 써먹냐’며 국어국문학의 가치 자체를 낮추는 사람도 많아졌다.”라며 속상함을 표현했다. 기초학문을 기피하는 건 한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분야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에 해외에선 기초학문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의무적으로 교양 교육을 실시하여 기초학문에 대한 접근을 늘렸다. 취업을 위해 실용적인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순수 학문을 다루는 학과를 없애기만 하면 대학은 본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며 학문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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