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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드라마 속 언어 표현, 과연 적절한가? - 김은수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3. 6. 1.

드라마 속 언어 표현, 과연 적절한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김은수 기자

5uzuran@ewhain.net

현재 한국 드라마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다. <킹덤>(2019)을 비롯해 <오징어 게임>(2021),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더 글로리>(2022) 등 다양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체 제작 콘텐츠들이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콘텐츠에서 드러나는 표현의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에 등급분류 심의를 받은 콘텐츠 8,365편 중 21%인 1,768편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특히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올해 큰 인기를 끈 <더 글로리 파트 2>의 관람등급에 대해 “성적 표현 및 비속어로 인해 파트 1과 같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내 부적절한 언어 사용이 늘어난 까닭은 동영상서비스 회사의 자체 제작 콘텐츠에 대한 심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방송법에 따라서 엄격한 심사 기준을 지켜야 하는 공중파 방송에서는 반말이나 비속어 같은 표현이 규제된다. 반면 동영상서비스 회사들은 방송서비스가 아닌 통신서비스로 규제되어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청소년 유해 매체물이나 불법 정보 유통 등만을 규제받는다. 공중파 방송에 비해 심의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동영상서비스 회사의 자체 제작 콘텐츠는 보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사실감과 재미를 부여하면서도, 반대로 시청자들의 언어 사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출처: 넷플릭스 <더 글로리> 12화)

“대가리에 국영수 좀 채웠다고 아주 씨XX이 됐네?”, “내 탈세 아가리 턴 것도 니 X이지?”, “비켜, 이 씨X XX야.” <더 글로리> 악역 5인방 박연진(극중 이름, 이하 같음), 전재준, 이사라, 최혜정, 손명오의 대사에는 비속어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각각 ‘머리’와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대가리’, ‘아가리’와 같은 속어도 많이 사용한다. 문동은의 대사인 “너네 주님 개X쳤어.”, 강현남의 대사인 “난 매 맞지만 명랑한 X이에요.”처럼 악역들의 대사뿐만 아니라 선한 인물로 등장하는 역할들의 대사에도 비속어는 빠지지 않는다. 이렇듯 비속어가 많이 들어간 대사들은 ‘복수’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사이다 전개’를 부여하였으나, 때로는 그 사용 빈도가 과해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다.

‘디지털 태생(디지털 네이티브)’이라고 불리는 현시대 청소년들의 동영상서비스 이용률은 2021년 기준 94.2%에 이른다. 또한, 한 작품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되어 만 18세 이하의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콘텐츠 내에서 부적절한 언어 표현을 과하게 사용하면 청소년들이 이를 모방할 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지난 3월 28일부터 ‘OTT 자체등급분류제도’를 시행하였다. ‘OTT 자체등급분류제도’란 동영상서비스 사업자가 직접 콘텐츠 시청 등급을 정하는 제도이다. 이에 대해 채윤희 영등위 위원장은 “지난해 ‘OTT 자체등급분류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 사업자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영상물의 연령 등급을 낮춰서 분류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의견이 64.8%였다”며 “자체등급분류 영상물에 대한 상시 모니터 체계를 구축하여 철저한 사후관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영상서비스를 규제하는 제도가 만들어진 만큼 드라마 속 언어 표현을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언어는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윤리적 판단이 미숙한 청소년기에 비속어를 잦게 접한다면 제대로 된 언어 가치관 확립하는 데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국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언어 사용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고, 더욱더 바람직한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제작에 참여하는 모두가 힘써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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