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앙(Jung-ang)대학교’가 아니라
‘충앙(Chung-ang)대학교’인가?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대해서-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9기 이연수 기자
중앙대학교 영문 표기는 ‘Chung-ang University’이다.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중앙대학교가 아니라 충앙대학교로 읽힌다.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ㅈ’은 ‘ch’가 아니라 ‘j’로 표기한다. 어떤 이유로 중앙대학교는 ‘j’가 아니라 ‘ch’를 선택한 걸까? 바로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의 영향이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은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이전까지 사용하던 로마자 표기법에 영향을 미쳤으나, 현재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쉽게 표기를 바꾸기 어려운 인명, 지명 등 고유명사에는 여전히 그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부산의 영문 표기가 대표적이다. ‘Busan’이 공식 표기지만 세계적으로는 아직도 ‘Pusan’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부산에 가기 위해 항공권을 예약할 때 검색 화면을 보면 위 사진처럼 부산의 약자가 ‘PUS’로 표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항공권의 특성상 세계적으로 이미 익숙한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반영한 것이다. 부산대학교도 여전히 ‘PUSAN’을 공식 영문 표기로 사용한다. 이렇듯 고유명사에서는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의 영향이 비껴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은 1939년 미국인 학자인 맥 매큔과 에드윈 라이샤워가 한국어 학자 최현배, 김선기, 정인섭 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학술용으로 고안한 표기법이다. 1939년에 발표된 이후 현재까지 해외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이다. 한국은 1984년에 이 표기법을 조금 수정한 로마자 표기법을 제정했다가 2000년에 폐지하여 공식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2000년 당시 문화관광부에서 제정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사용한다.
앞서 중앙대학교와 부산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의 가장 큰 특징은 어두에 ‘ㄱ, ㄷ, ㅂ, ㅈ’이 올 때 각각 ‘k, t, p, ch’로 표기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어에서는 거의 구별하지 않는 유성음과 무성음의 대립을 철저하게 반영한 결과이다. 유성음과 무성음은 주로 서양 언어에서 철저하게 구별한다. 유성음은 성대의 진동이 느껴지는 소리이고 무성음은 그렇지 않은 소리이다. 그리고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은 일부 모음을 표기하기 위해 반달표와 쌍점표를 사용한다. 이에 따라 ‘ㅓ’는 ‘ŏ’, ‘ㅡ’는 ‘ŭ’로 표기한다. 또 '에'가 ‘ㅏ’나 ‘ㅗ’ 다음에 올 때는 ‘ë’로 표기하여 단모음과 이중모음을 구별한다. 아래 사진이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의 원칙이다.
‘매큔-라이샤위 표기법’은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외국인, 특히 영미권 국가의 사람들이 쉽게 읽고 발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그들에게는 ‘부산’의 발음이 ‘Busan’이 아닌 ‘Pusan’에 가깝게 들린다. 음성적으로도 부산의 ‘ㅂ’은 ‘p’에 해당한다. 무성음과 유성음을 확실히 구분한다는 기준에서는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보다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이 더 정확함을 알 수 있다. 다만 반달표 사용이 불편하다는 점은 꾸준히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앙’이 ‘충앙’이 되는 것처럼 한국인이 읽기에 자연스럽지 않은 몇몇 고유명사의 로마자 표기를 보면 의문이 들지 않는가? 문화체육관광부 제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이 여전히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에서는 한국어 논문의 로마자 표기를 현행 표기법이 아닌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거의 현행 표기법으로 바뀐 추세지만 고유명사에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의 흔적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해진 고유명사의 로마자 표기를 당장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엄연히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있는 만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우리말이 우리나라가 정한 표기법으로 올바르게 표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말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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