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창작학과, 생소한가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이원희
ngwh0610@naver.com
일부 수험생들은 진학할 학과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곤 한다. 너무나 많은 학과가 있기에 하나하나의 특성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문예창작학과’는 조금 생소할 수 있다. 몇몇 사람은 국어국문학과와 헷갈리기도 하는데, 문예창작학과는 문예 작품을 창작하는 학과로, 실기 수업이 주를 이루는 학과다. 문예창작학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20대 초반의 경기대학교 문예창작학과 4학년 학생 5명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이하 성을 따 ‘고’, ‘김’, ‘박’, ‘신’, ‘이’로 칭함). 학과 소개뿐만 아니라 요즘 책에 관련된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문예창작학과가 생소할 사람들을 위해 과에 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고: 저희는 소설, 시, 희곡, 아동문학 등의 순수 문학뿐만 아니라 평론, 장르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 능력을 배워요. 이론 수업보다는 실기 수업이 주를 이루고 수업마다 서로의 창작 작품을 두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비평하는 시간을 가져요. 이런 걸 합평한다고 하죠.
-김: 크게 읽기수업과 쓰기 수업으로 나눌 수 있어요. 쓰기 수업은 학기마다 최소 하나의 창작품을 완성해요. 서로의 작품을 합평하며 더 나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거죠. 읽기 수업의 경우에는 현대소설 읽기, 현대 시 읽기 등의 수업이 있는데, 이 수업을 통해 고전부터 현대문학까지 다양한 책을 접하기도 해요.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나요?
-박: 매우 다양해요. 작가뿐만 아니라 방송사, 신문사, 출판사 등 다양한 곳으로 취업할 수 있어요.
앞서 다양한 책을 접한다고 하셨는데, 요즘 책을 보면 은어와 신조어, 외래어 등이 굉장히 가득하잖아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 신조어나 은어 역시 한글을 조합하고 변형해서 만들어진 단어들이라 생각하면 그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요. 오히려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다는 것은 한글이 가진 장점이고요. 하지만 문학 내에서 진지한 묘사 도중 갑자기 신조어가 나오면 붕 뜨게 느껴져요. 신뢰도나 무게감도 떨어지고요.
-이: 신조어는 계속 쓰이는 게 아니라 탄생하고 없어짐의 반복이잖아요. 한편으로는 한글만이 할 수 있는 놀이 같아요. 지킬 수 있는 것들은 지키는 범위 내에서요. 하지만 너무 남발하다 보면 지켜져야 할 것들도 없어질까 봐 두려워요. 또한 그것들 하나하나에는 사유가 별로 없어요. 남을 비하하기 위해 탄생한 단어가 많다 보니 이런 것들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혹시 이러한 현상이 글을 쓸 때, 미치는 영향이 있나요?
-신: 네. 제 언어습관에도 영향을 미치다 보니 글을 쓸 때도 확실히 악영향을 미쳐요. 사용하는 단어가 점점 한정적으로 되는 거죠. 하나의 장면을 묘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 여러 개인데, 가끔 생각이 나지 않아서 했던 말을 반복해서 쓰게 돼요. 결국, 표현력의 한계로 이어지는 거죠.
-이: 저도 모르게 에스엔에스(SNS, 누리소통망)에서 많이 쓰던 단어들이 먼저 생각나요. 과거에는 열 가지의 단어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다섯 가지로 줄어든 기분이에요. 예를 들어서 정말 좋은 순간을 표현하고 싶은데, ‘미쳤다!’ 밖에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웃음)
우리말이나 한글의 고유성(우리말에만 있는 색채 표현이나 한글이 가진 특성 등)이 문학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런 경험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김: 일단 표현이 다채로워요. 특히 계절 묘사나 그때의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요. 한글은 의미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생김새로 그 느낌과 분위기까지 전달할 수 있어요.
-이: 우리말로 된 시를 번역해 놓은 것을 보면, 항상 아쉬울 때가 있어요. 이럴 때면, 우리말이 주는 특별한 온도가 있는 것 같아요.
-신: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다 보니 문장 자체가 재밌어져요. 엉금엉금, 폴짝폴짝, 속닥속닥 이 중에 하나만 넣어도 갑자기 문장이 풍부해지는걸요. 독자들도 더 와닿을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유계영 시집 『온갖 것들의 낮』
-고: 유계영 시인의 『온갖 것들의 낮』을 재밌게 읽었어요. 시집 전체적으로 단어가 풍부해요. 시 각각의 느낌이 같으면서, 다른 것이 큰 매력이에요. 상상도 잘 되고요. 시집 안에 알 수 없는 지도가 가득한데, 그 지도를 자기 방식대로 따라가다 보면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집이에요.
오늘은 긴 여행을 꿈으로 꾼 뒤의 짐 가방
검은 허리를 무너뜨리며 떠다니는 새벽
그림자를 아껴 쓰려고 앙상하게 사는 나무
中 호랑의 눈
▲오은 시집 『유에서 유』
-이: 오은의 『유에서 유』가 기억에 남아요. 이 시집은 가끔 현실적인 조언을 하다가도 불편한 현실을 꼬집기도 해요. 시집 안에서 우리말이 놀이를 하는 것 같아요. 언어유희가 가득해서 읽는 내내 유쾌해요.
학점을 잘 받아야 해
꿈을 잊으면 안 돼
대신, 현실과 타협하는 법도 배워야 해
돈 되는 것을 예의주시해야 해
돈 떨어지는 것과 동떨어져야 해
다움은 닳는 법이 없었다
다음 날에는 다른 다움이 나타났다
다움 안에는
내가 없었기 때문에
다음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中 다움
학생들은 한 시간가량의 인터뷰에도 성실히 임해주었다. 책 읽기와 쓰기의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문예창작학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학과 내 다양한 수업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과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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