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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정치인의 말, 말, 말 - 박창수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0. 9. 17.

정치인의 말, 말, 말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7기 기자단 박창수 기자

qkrckdtn0110@gmail.com



국회의원은 국민이 준 권한으로 만들어진 자리이다. 그래서 국민을 대변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의 지위와 장소를 신경 쓰지 않고 함부로 말하기도 한다. 이런 말들은 누리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이은재 전 국회의원의 3관왕

▲ 2018년 국회 의사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이은재 전 국회의원 (출처: 연합뉴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수시로 “사퇴하세요”라는 말을 사용하여 ‘사퇴요정’이라는 별명이 있는 이은재 전 국회의원은 일본식 표현 사용으로 논란이 되었다. 더군다나 한두 번도 아닌 세 번이나 일본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여 국민으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찌푸리게 받았다.

 첫 번째 발언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왔다. 자사고·특목고 폐지 정책에 따른 강남지역의 집값 폭등을 두고 설전이 격해지자 유성엽 당시 교문위원장은 중재에 나섰다. 이에 이 전 의원은 “깽판 놓지 말라. 중간에서 겐세이(けんせい) 놓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겐세이’는 당구를 칠 때 상대 차례에 상대가 치는 것을 지능적으로 견제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뜻하는 속어이다. 더군다나 이 전 의원이 겐세이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의 시기를 보면 2018년 2월 27일이었다. 3·1절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우리말을 두고 굳이 일본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비판은 더욱 거셌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속어를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겐세이 놓다’라는 말보다 ‘훼방 놓다, 방해하다, 가로막다, 견제하다’ 등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의미를 더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를 지적하며 나왔다. “동료의원 질의를 평가하고 야지(やじ) 놓는 의원들을 퇴출시켜 달라”라고 말한 것이다. ‘야지’는 상대방을 놀리거나 조롱하고 빈정대는 사람을 비난할 때 쓰인다. 우리말로 ‘조롱하다, 야유하다’라는 뜻으로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조정소에서 했던 발언이다. 이 전 의원은 농촌진흥청의 스마트팜 빅데이터 개발사업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농림식품부와 내용이 거의 비슷합니다. 국민 혈세로 막 이렇게 붐빠이(ぶんぱい)해서 이래도 되는 겁니까?”라는 발언을 해 참석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붐빠이’는 분배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계산할 때 많이 사용하는 속어이다. ‘분배하다, 나누다’ 등 우리말로 충분히 쓸 수 있다.


 위의 세 가지 사례 모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공식 석상에서 사용하여 국민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누리꾼들은 이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을 비꼬며 “깽판 그만 치고 사퇴하세요!” “오늘도 웃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예능인들 반성해야 한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나경원 전 국회의원의 도를 넘은 비속어 사용

▲ 대구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개최된 장외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 (출처: 자유한국당)



 나경원 전 국회의원은 대구에서 열린 장외 규탄대회에서 극우 누리꾼들이 사용하는 비속어를 사용해 논란이 되었다. 나 전 의원은 대구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스톱(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그 기자 요새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거 아시죠?”라고 말했다.


말 

뜻 

 문빠

 문재인 대통령을 뜻하는 ‘문’과 열렬한 지지를 의미하는 ‘빠’가 합쳐진 신조어로 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층 또는 그 현상

 달창

 ‘달빛 창녀단’의 줄임말로 달빛기사단*의 경멸하는 이름으로 ‘문재인을 위해서라면 몸까지 파는 집단’이라는 뜻

*달빛기사단: 문재인 열성 지지자를 뜻하는 말로 문 대통령의 성인 문(moon: 달)과 전사들의 모임을 뜻하는 기사단을 합친 단어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비속어를 국회의원이 사용하여 누리꾼들 일각에선 허접하다는 싸늘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앞서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이 달창을 사용했음에도 이를 나 원내대표가 몰랐을 리 없다면서 나 전 의원의 몰랐다는 사과 태도를 지적하였다. 


 위에서 소개한 비속어 사용뿐만 아니라 ‘미래통합당’을 ‘민주통합당’이라고 말하거나 코로나19를 ‘코로나20’으로 쓰는 것과 같은 정치인들의 실수는 자주 화제가 된다. 말실수란, 따지고 보면, 자질과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준비가 충분하게 되어있지 않을 때 부적절한 어휘로 드러나게 된다. 국민의 대표로 뽑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에게 있어서 ‘말’은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되는 것이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장소를 잊은 채 부적절한 말을 남용하면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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