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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빠르다’와 ‘이르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54]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가 잘 아는 말이면서도 때로 그 뜻을 잘못 이해하고 엉뚱하게 쓰고 있는 말들이 가끔 있다. ‘빠르다’라는 말도 그러한 말들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어, “북한산 단풍이 예년보다 빨리 물들었다.”라는 말은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대학에 가장 빨리 원서를 냈다.”는 말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말들은 모두 ‘빠르다’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들을 바루면 “북한산 단풍이 예년보다 일찍 물들었다.”, “그 대학에 가장 일찍 원서를 냈다.”가 된다. ‘빠르다’를 잘못 사용하는 사례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아이에게 너무 빨리 영어교육을 시키는 게 아닐까?” 하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2016. 10. 6.
가슴꽃 [아, 그 말이 그렇구나-153] 성기지 운영위원 시월이다. 시월은 문화 국경일인 한글날을 품고 있어서 우리 겨레에겐 더욱 높고 푸른 계절이다. 한글날을 앞뒤로 나라 곳곳에서는 우리말 우리글 자랑하기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갖가지 기념행사를 할 때 보면, 참가자들 가운데 가슴에 꽃을 달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 꽃을 가리키는 우리말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떤 사람은 ‘코사지’라 부르고, 또 ‘꽃사지’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 꽃의 명칭은 프랑스어인 ‘꼬르사쥬’에서 왔는데, 사전에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코르사주’가 표준말로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제 기념식에서 가슴에 꽃을 다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거의 정착되었기 때문에, 우리말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순화해서 쓰는 말이 ‘.. 2016. 9. 29.
애띤 얼굴? 앳된 얼굴? [아, 그 말이 그렇구나-152] 성기지 운영위원 자기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사람은 주위의 부러운 눈길을 받기 마련이다. 동안으로 인기를 모으는 연예인들을 분석해 보면, 아기처럼 이마가 상대적으로 넓고, 눈이 동그랗고 얼굴 전체에 비해 코와 턱의 길이가 약간 짧은 편이라고 한다. 흔히 이렇게 어려 보이는 얼굴을 가리켜 ‘애띠다’, ‘애띤 얼굴’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바른 말이 아니다. 우리말에 ‘어리다’는 뜻을 더해 주는 접두사 가운데 ‘애’라는 말이 있다. 호박에 ‘애’를 붙여서 ‘애호박’이라고 하면 어린 호박이 된다. 이 ‘애’라는 말에 어떤 태도를 뜻하는 ‘티’가 붙어 ‘애티’라 하면 “어린 태도나 모양”을 뜻하는 명사가 된다. “애티가 난다.”라고 쓴다. 그러나 이 말을 ‘애티다’ 또는 .. 2016. 9. 22.
반죽. 변죽, 딴죽 [아, 그 말이 그렇구나-15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 ‘반죽이 좋다’란 표현이 있다. ‘반죽’은 “쌀가루나 밀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놓은 것”이다. 이 반죽이 잘 되면 뜻하는 음식을 만들기가 쉽기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물건에 쓸 수 있는 상태를 ‘반죽이 좋다’고 말한다. 이 뜻이 변해서 오늘날에는 “쉽사리 노여움이나 부끄러움을 타지 않을 때”에도 ‘반죽이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의 ‘반죽이 좋다’를 흔히 ‘변죽이 좋다’고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있다. ‘반죽’과 ‘변죽’의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이다. ‘변죽’은 “그릇이나 과녁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말이다.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이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변죽을 울리다’인데,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 하.. 2016. 9. 8.
웅숭깊고 드레진 사람 [아, 그 말이 그렇구나-150] 성기지 운영위원 흔히 “성질이 부드럽고 상냥하다.”는 뜻으로 ‘살갑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이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 바로 ‘곰살갑다’, 또는 ‘곰살궂다’라는 말이다. “직접 만나보니, 참 곰살가운(곰살궂은) 사람입니다.”처럼 쓸 수 있다. 나라 살림을 맡아서 많은 공직자들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언행이 무겁고 점잖아야 하겠는데, 우리말에 “사람됨이 가볍지 않고 점잖아서 무게가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 바로 ‘드레지다’라는 말이다. “그분은 청렴하고 드레진 사람이라 늘 대통령감으로 거론되는 분입니다.”와 같이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막중한 국정을 무리 없이 수행하려면 드레진 성품과 함께, 그 품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크고 넓어야 더욱 바람직하겠다. 이처.. 2016. 9. 1.
물, 말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9] 성기지 운영위원 긴 더위로 그 어느 때보다도 물 소비량이 많은 요즘이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폭염에 이런저런 말들도 많다. 물과 말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아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임에도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점이나, 한번 쏟으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점도 닮았다. 또, 맑은 물을 마셔야 몸이 건강해지는 것처럼, 깨끗하고 바른 말을 쓰면 정신이 건강해진다는 점, 한번 오염되면 다시 맑게 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들이 모두 물과 말의 공통점이다. ‘물’은 입을 나타내는 ‘ㅁ’ 자 아래에 ‘ㅜ’ 자가 식도처럼 내려가 있고, 그 아래에 대장의 모양과 비슷한 ‘ㄹ’ 자가 받치고 있다. 이것은 물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온 몸 안에 흐르는 모습을 .. 2016. 8. 24.
경기에 이겼을까, 경기를 이겼을까?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8] 성기지 운영위원 경기에 이겼을까, 경기를 이겼을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이는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44년 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폭염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올림픽 열기가 시들한 느낌이다. 하지만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뛰고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 끝까지 성원을 보내주고 싶다. 중국 여자 탁구 대표 팀이 결승전에서 독일을 이기자 여러 매체들에서 “중국이 독일에 퍼펙트로 이겼다.”라든지, “모든 경기에 이겼다.” 하고 보도를 했다. 그러나 이 말들은 일본식 말투로서 모두 우리 말법에는 맞지 않는 표현들이다. 우리말에서는 ‘이기다’라는 말을, “독일을 이겼다.”,.. 2016. 8. 17.
드디어 헤어졌나? 끝내 헤어졌나?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7] 성기지 운영위원 드디어 헤어졌나? 끝내 헤어졌나? 상황에 따라 표현을 다르게 해야 하는 말들이 있다. “드디어 사업이 망했다.”고 말하면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드디어’라는 말을 상황에 맞지 않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드디어’는 “드디어 사업이 성공했다.”처럼, 긍정적인 말과 함께 써야 하는 부사이다. 사업이 망했을 때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끝내 사업이 망했다.”처럼 말해야 자연스럽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남자가 “드디어 그녀와 헤어졌다.”고 할 때와, “끝내 그녀와 헤어졌다.”라고 할 때는 그 말의 뜻이 완전히 서로 다르게 전달된다. 똑같이 회사에서 물러나는 일인데도 정년퇴직을 할 때와 명예퇴직을 할 때에 사용하는 동사가 다르다. “정년퇴임을 맞이하다/.. 2016. 8. 4.
모지랑이와 바람만바람만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6] 성기지 운영위원 모지랑이와 바람만바람만 우리가 어려운 한자말을 앞세워 으스대고 영어를 숭배하는 말글살이를 하는 동안, 안타깝게도 나날살이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거나 이미 낯설게 돼버린 우리 토박이말들이 많아졌다. 그 가운데는 꼭 붙잡고 싶은 아름다운 말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모지랑이’와 ‘바람만바람만’도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순 우리말이다. 한복 저고리 치맛단을 끌고 다니다 보면 끝이 닳아서 없어질 수가 있다. 땅에 끌리도록 길게 입는 청바지도 마찬가지다. 또, 교실 책상을 오랫동안 쓰다 보면 네 귀퉁이가 닳아서 뭉툭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어떤 물체의 끝 부분이 닳아서 없어지다”는 뜻으로 쓰이는 우리말이 바로 ‘모지라지다’이다. 붓글씨를 오래 쓰면 붓끝이 .. 2016.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