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생기기 전, 어떻게 글로 썼을까? ‘이두’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김지현 기자
지난 5일 한글문화연대에서 ‘문자생활과 이두’라는 주제로 이용 교수(서울 시립대)의 알음알음 강좌를 열어 직접 다녀왔다. ‘이두’라는 단어가 조금은 생소했는데, 이번 강연을 통해 ‘이두’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 강연을 통해 배운 ‘이두’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두’란 무엇인가?
이두란, 간단하게 정의하면 한글이 태어나기 전에 쓰였던 문자다. 이두는 ‘광의의 이두’와 ‘협의의 이두’로 나눌 수 있다. 광의의 이두는 협의의 이두 외에 향찰, 구결, 고유명사를 포함한 어휘표기를 말한다. 협의의 이두는 이두문에 쓰인 우리말을 일컬으며 이두문은 한문적 성격을 좇으려거나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한다.
이두는 대체로 위안 조선 때 한자의 유입으로 생겨났다고 추정하고 있다. 우리글이 없었던 시대에 사회와 문화의 발달로 문자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 같은 경우,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글을 직접 만들거나 남의 문자를 가져와 사용하는 경우다. 대부분 다른 집단의 문자를 가져와 사용하는데, 이두도 남의 문자를 빌려 사용한 경우에 포함된다.
한자와 이두의 차이
▲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언뜻 위의 글을 보면 한자와 이두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자와 이두는 아주 큰 두 가지의 차이점이 있다. 첫 번째로, 언어의 차이다. 한자는 중국어를 표기한 문자고, 이두는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해 한자를 빌려 표기한 문자다. 그래서 한자로 쓴 문장과 이두로 쓴 문장은 어순이 서로 다르다. 중국어는 영어와 같은 어순을 사용하고, 우리는 이들과 다른 어순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문법 형태를 들 수 있다. 이두로 작성된 ‘왕오천축국전’을 살펴보면, 우리말의 문법에서만 볼 수 있는 ‘머리를 자른다’라는 표현을 볼 수 있다. 이는 한문에서는 볼 수 없는 문법 형태다. 이처럼 서로 다른 문법 형태를 통해 한자와 이두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이두의 사용
이두는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교서와 공신 문서가 있다. 교서는 국왕이 명령을 내릴 때 사용하던 문서다. 공신 문서는 나라를 위해 일하는 신하에게 주는 문서다. 이를 통해 이두는 주로 공적인 문서를 작성할 때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관내의 인사기록부인 ‘인사문서’, 재산과 관련한 모든 것을 적은 ‘재산 관련 문서’ 등이 있다. 이를 살펴보면, 대체로 공적인 문서에 사용된 것을 더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이두의 사용을 끝으로 알음알음 강좌가 끝이 났다.
강의를 마치고
▲ 강의 하는 이용 교수
이번 ‘문자생활과 이두’라는 강의를 들으면서 이두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사실 전에는 이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번 강의를 통해 이두를 알고 한글이 없었던 때 쓰였던 글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를 통해 한글이 현재 중요한 우리의 글이라면 이두는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기 전 중요하게 사용되던 ‘우리의 글’이라는 것을 배웠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강의를 듣기 위해 온 사람들 중에 젊은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중장년층이 강의실을 채웠다. 물론, 이들의 배움 열기는 대단했다. 조상들의 문자생활이 어떠했는지, 또 기록으로 어떻게 남았는지 알 수 있던 의미있는 강좌에 젊은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이러한 알찬 강의를 선사하는 알음알음 강좌에도 관심을 두면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번 한글문화연대 알음알음 강좌를 통해 평소에는 만나 뵙기 힘든 ‘이용’ 교수도 만나 뵙고,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이두에 대해 알게 돼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음 달 9월 1일에는 ‘구결’을 주제로 한 강연(강사: 이용 교수)이 진행된다고 한다.
(연락처-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02-780-5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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