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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11기] 급식체, 문화일까 문제일까? - 하수정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4. 7. 24.

급식체, 문화일까 문제일까?

 

한글문화연대 11기 하수정

happydupply@naver.com

 

 우리말은 사용자 간의 쉬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말을 보존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토론 커뮤니티 ‘디베이팅데이’ 내에 ‘우리말의 지나친 사용 권고는 바람직한가?’를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선 “대중적이지 않은 우리말의 사용은 오히려 의사소통을 저해한다”라는 의견이 많은 추천을 받았다. 한 누리꾼은 “사용자로서는 자몽하다와 같은 낯선 우리말이 의사소통에 불편하다”라고 말하며 “우리말을 지나치게 권고하면 오히려 반감이 생겨 신조어를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는 ‘우리말을 보존하는 것이 옳다’는 통념을 반증하며, 우리말의 변용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관한 고민의 초석을 쌓았다.

 

 

 언어를 통한 효과적인 의사소통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언어의 변용은 용인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예컨대 학교 급식을 먹는 청소년들이 사용한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은어인 급식체는 어미에 변화를 준다. 따라서 본질적인 뜻은 변하지 않고 어감만 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가령 ‘어찌할 건데’의 의미를 지니는 급식체 ‘어쩔티비’의 경 우 해당 단어의 추측이 쉽도록 어미를 변용하는 특징을 지닌다. 서울 당중초등학교 학생 십여 명을 대상으로 ‘어 쩔티비의 뜻을 아는지’ 묻는 길거리 설문에서도 참여자 모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급식체가 10대의 은어이기 때문인지 혹은 추측이 가능한 범위에서 변용됐기에 모두 뜻을 알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급식체의 사용이 의사소통을 저해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오히려 급식체는 교육적 측면에서 효과적인 보조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초등교육을 전공한 중앙대학교 연극 영화과 김주연 강사(이하 김 강사)는 “급식체의 사용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면 급식체는 청소년의 문화로 인정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급식체의 사용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자 연스러워진다면 언어의 보조도구로써 급식체를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국립국어원 김형배 학예 연구관도 2017년 12월 에스비에스(SBS)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간은 누구나 언어를 멋 부려 쓰려는 욕구가 있다. 청소년들의 언어사용도 그러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전했다. 즉, 급식체의 사용은 10대 때의 일시적인 언어 변용의 사례이므로, 하나의 문화로 용인하자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급식체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되, 급식체 속 만연한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비속어인 ‘씹’이라는 말은 상급이라는 뜻의 ‘상타치’, 하급이라는 뜻의 ‘하타치’와 함께 쓰인다. ‘씹상타치’와 ‘씹하 타치’처럼 단어가 주는 운율 때문에 본래의 뜻은 잊고 비속어를 남발한다. 이렇듯 비속어를 사용함으로써 느껴 지는 경쾌함 때문에 청소년들이 혐오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중학교 정윤희 교사는 “비 속어의 사용이 하나의 문화로 여겨지는 것은 위험하다. 문화는 (질적으로) 점차 발전되어가야 하는데 청소년의 언어문화는 문화의 양상을 역행하는 것 같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급식체는 청소년들이 소통하고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 변용이 혐오 표현을 포함하는 경우, 그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급식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급식체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하나의 문화로 용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급식체를 포함한 모든 언어는 서로를 존중하 고 배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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