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기사 속 ‘다듬을 말 → 다듬은 말’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9기 이연수
dldustn2001@naver.com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의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뜨거운 환영 속에 귀국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월드컵 여정을 마친 이 시점에 월드컵 기간 쏟아진 언론의 기사 속 용어 사용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 / 출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인스타그램
우리나라 축구 중계를 들어보면 영어 표현이 빈번하게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축구 종주국이 영국이고 관련 용어가 영어로 정착된 영향이 있다. ‘도움’을 ‘어시스트(assist)’로 ‘선수 명단’을 ‘라인업(line-up)’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러한 대표적 예다. 그중에서도 이번 카타르 월드컵 기사에서 자주 보였던 표현 중 우리말로 다듬을 수 있는 말을 살펴보려 한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국립국어원이 언론에서 자주 쓰이는 축구 용어를 대체할 한국어 순화어를 제안했었는데, 이 중 여전히 많이 사용되는 용어를 정리했다. 국립국어원은 2004년부터 ‘다듬은 말’이라는 이름 아래 낯선 외래어와 외국어, 어려운 한자어들을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발표하고 있다.
예시는 연합뉴스의 기사에서 가져왔다.
1. 포메이션(formation) → 대형, 진형
“그 아래를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 루카스 파케타(25·웨스트햄), 카세미루(30·맨체스터 유나티이드)가 받치는 4-3-3 포메이션을 펼쳤고, 세르비아는 3-4-3 포메이션으로 상대했다.”
‘포메이션’은 구기 경기에서 상대편의 공격과 방어 형태에 따른 팀의 편성 방법을 의미한다. 경기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수비 및 공격의 형태를 숫자로 표현하는데, 이를 ‘대형’이나 ‘진형’으로 다듬을 수 있다.
2. 코칭 스태프(coaching staff) → 코치진
“한국 축구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30·토트넘)이 가나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슬픔을 감추지 못하자 가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그를 위로하는 가운데 '셀프 카메라'로 손흥민에 대한 '팬심'을 드러낸 가나 스태프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의미하는 ‘코칭 스태프’는 ‘코치진’으로 순화해서 표현할 수 있다.
3. 팀닥터(team doctor) → 전담의사
“돼지고기 보쌈이 주메뉴로 나온 만찬에는 21명의 선수단과 코치진, 조리사와 팀닥터 등이 참석했다.”
‘팀닥터’는 주로 운동 경기에서 한 팀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를 표현하는 말로 쓰이는데 본래 의미를 살려 ‘전담의사’나 ‘전속의사’ 정도로 다듬을 수 있다.
4. 디펜딩 챔피언(defending champion) → 직전우승팀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와 '돌풍의 주인공' 모로코가 만나는 준결승 역시 전력 면에서는 프랑스가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디펜딩 챔피언’은 직전 대회에서 우승한 팀을 가리키는 말인데 2005년에 ‘우승지킴이’로 다듬었다가 용어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직전우승팀’, ‘전대회우승팀’으로 다시 순화했다.
이처럼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 사용하는 스포츠 용어 특성상, 중계방송이나 기사를 접할 때 용어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려운 스포츠 용어를 해설해주는 기사, 콘텐츠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어떤 사람은 이미 굳어진 스포츠 용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것이 억지스럽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이러한 상황에 나서지 않고 외국어 사용이 굳어지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결국 소통에 장애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렇기에 국립국어원 및 한글 관련 단체가 언어를 순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언론과 스포츠계가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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