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성인 문해교육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윤영우 기자
brume98@naver.com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에서 한글 창제의 이유를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글이 창제되고 상용화된 오늘날까지도 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비문해 시민들이 존재한다.
평생교육법에 따르면 문해능력이란 단지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한국어를 능숙하게 활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능력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이다. 2017년에 국가평생교육 진흥원에서 실시한 ‘성인 문해능력 조사’에서는 문해 수준을 다음과 같이 총 4단계로 나눴다.
수준 1: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수준,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학습이 필요한 단계 수준 2: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는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 활용은 아직 미흡한 수준, 초등학교 3~6학년 수준의 학습이 필요한 단계 수준 3: 가정 및 여가생활 등 단순한 일상생활에 활용은 가능하지만, 공공 및 경제생활 등 복잡한 일상생활에 활용은 미흡한 수준, 중학교 1~3학년 수준의 학습이 필요한 단계 수준 4 이상: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수준, 중학 학력 이상의 단계 (출처: 국가평생교육진흥원 2017년 성인 문해능력 조사) |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수준 1에 해당하는 성인은 약 311만 명으로 전체 성인 인구의 7.2%, 수준 2에 해당하는 성인은 약 217만 명으로 5.1%, 수준 3에 해당하는 성인은 약 432만 명으로 10.1%를 차지했다. 문해자로 분류되는 수준 4에 해당하는 성인은 77.6%로, 우리나라 전체 성인 인구 중 22.4%에게 문해교육이 필요하다.
글을 읽고 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언어를 활용하고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로 불편하며 권리 또한 침해받게 된다. 따라서 국가는 비문해자를 위해 문해교육을 제공하여 기초 생활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여러 사업을 펼친다. 대표적으로는 시·도 단위 맞춤형 문해교육 지원 체제 구축을 위해 ‘광역 문해교육 지원’ 사업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전국의 저학력, 비문해 성인들이 각 지역에서 문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국가에서 제공하던 문해교육 지원은 대부분 대면 수업을 통해 이뤄져 왔기 때문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지난해인 2020년 2월부터는 모든 수업들이 무기한 연기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학습자들의 연령대가 주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60대 이상이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하향 조절될 때도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었다. 이에 문해교사들은 대안을 찾기 위해 전화 통화 수업, 누리소통망 문자 수업, 음성녹음 수업, 동영상 수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며 성인 문해교육을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학습자들은 전화 수업 이외의 방법들을 활용하기 어려워 한다. 결국 학습자들의 형편과 상황, 학습 수준에 따라 교육 격차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대면교육이 어려운 학습자들을 위해 지난 4월 16일 금요일부터 한국교육방송1(EBS1)을 통해 성인 문해교육 방송인 ‘학교 가기 좋은 날’을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부터 지난 3년간 한국교육방송1에 편성된 성인 문해교육 방송인 ‘영어 하기 좋은 날’이 영어 문해에 중점을 두었던 것에 비해, ‘학교 가기 좋은 날’은 금융, 디지털, 교통안전, 건강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한국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문해교육에 중점을 둔 방송이다. ‘학교 가기 좋은 날’은 오는 10월 8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40분에 방영할 예정이며 한국교육방송 누리집에서 다시 보기가 가능하다.
앞서 말했듯 문해 수준은 총 4단계로 나뉘며 그중 수준 1의 경우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도 불가능한 학습자들로 문해 교육이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하지만 이 방송은 기본적인 한글 읽기 쓰기가 가능한 수준의 학습자들에게 일상생활 속 한국어의 이해와 활용을 교육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가기 좋은 날’은 수준 2 이상의 학습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성인 문해교육 방송이며, 수준 1의 학습자들에게는 여전히 대면교육을 대체할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더 많은 비문해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지킬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며 발생한 교육의 사각지대를 메꿀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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